이달 말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 마감을 앞두고 일부 '보류' 사업지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해 3월 보류 발표 이후 거의 1년간 발이 묶인 터라 2차에서도 탈락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빌라 신축 등 '지분 쪼개기'가 있었던 사업지일수록 걱정이 크다. 조합원수가 늘며 사업추진에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동안 공공재개발 보류지역이라는 제한 때문에 신속통합기획 등 다른 사업 추진 기회도 놓친 상황이라 후보지 선정만을 바라보는 분위기다.
용두3 공공재개발 '보류' 후 지분쪼개기 논란
이달 28일 마감하는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공모 신청을 위해 재개발 추진위원회들이 동의서 징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공공재개발 보류 사업지' 들이 애를 먹고 있다.
이번 공모는 시범사업(2차) 발표에서 보류된 사업지도 재신청을 받는다. ▷관련기사:공공재개발 주민동의 10%의 함정…2차 공모 순항할까(2021년12월21일)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월29일 총 16곳의 후보지를 선정하면서 △도림26-21 △신길16 △신길밤동산 △번동148 △용두3 △대흥5 △아현1 △하왕십리 등 총 8곳은 사업성 한계 및 주민 반대 등에 따라 재검토를 전제로 결정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보류 사업지에 대한 심사가 조속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서울시가 2차 공모까지 재심사를 미루면서 이들 지역이 거의 1년째 발이 묶인 상태로 애를 먹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분쪼개기다. 동대문구 용두3구역 한 조합원에 따르면 용두3구역은 지난해 보류 사업지 발표가 있은 지 두달 여 만인 5월21일 구역 내 도로부지 1948.8㎡(590평)이 매수됐고 7월19일 약 91㎡씩 공유자 22명으로 지분쪼개기가 진행됐다. 지분 공유자 중에는 17세 미성년자(권리가액 1억2000만원)도 포함돼 있다.
도로지분 매수자들은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권리산정기준일인 2020년 9월21일 이후에 지분을 사들인 만큼 공공재개발 추진 시 입주권을 받지 못한다. ▷관련기사: [집잇슈]공공재개발 투자, 권리산정기준일은 알아보셨나요?(2021년1월7일)
그러자 이들을 중심으로 공공재개발을 반대하고 서울시의 민간재개발인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나왔다. 신속통합기획의 경우 미선정지역, 향후 공모지역의 권리산정기준일이 지난달 28일이다.
이를 제보한 한 조합원은 "도로지분 매수자들이 조합원들에 우편물을 보내 공공재개발 철회동의서를 받는다고 하는 등 공공재개발을 적극 반대하면서 공공재개발 추진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이들 말고도 지난해 빌라가 신축돼 20명 정도가 추가됐는데 이렇게 되면 조합원이 거의 40명 가까이 늘어나기 때문에 권리산정기준일을 적용하는 공공재개발 말고는 다른 사업을 추진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두3구역은 10년여 전에도 민간재개발을 추진하다가 무산이 된 적 있었고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받으려면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게 유리하다는 게 조합원들의 생각"이라며 "현재 공공재개발 동의서를 50% 가까이 받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용적률 상향, 인허가 간소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민간재개발이 어려운 곳에서 수요가 높다. 지난해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내 후보지 24곳(2만5000가구)가 선정돼 추진중이다.
'보류가 기가막혀'…허송세월 언제까지
공공재개발 보류 기간 동안 다른 사업 신청 기회를 놓친 것도 문제다.
오히려 그동안의 공모에서 완전 '탈락'한 사업지들은 신속통합기획 등 다른 사업에 신청할 수 있었지만 '보류' 사업지는 재심의가 끝날 때까지 신청이 불가했다.
강북구 번동148의 경우 기준 이상의 주민 동의서를 확보했음에도 보류 결정을 받고는 발이 묶여 신속통합기획에 신청하지 못했다. 반면 공공재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인근의 번동 441-3은 신통기획 공모에 신청했다.
마포구 아현1구역은 보류 사유를 해소했는데도 심의를 재개하지 않아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공공재개발 보류지역들은 지난해 4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류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근거를 공개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들 보류 사업지 조합원들은 2차 공모에서 '재심사'만 받으면 후보지로 선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1차 때보다 2차 공모의 심사 문턱이 높아진 점 등도 걱정이다.
1차 공모 때는 주민 동의 10%만 받으면 후보지 공모에 신청할 수 있었지만 2차 때는 20%포인트 높은 30%로 지원 요건을 높였다. 또 2차는 1차와 달리 '정량지표'를 사용해 후보지를 선정하는데 주민 반발이 크거나 신축 주택 비율이 높으면 감점을 받아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참여 대상이 확대돼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정부는 2차 공모부터 △도시 관리 및 보전이 필요한 지역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보호구역 △역사‧문화 환경 보존지역 등 당초 참여가 불가능했던 구역들을 허용했다. 이에 서계동 등 1차 공모에 참여하지 못했던 사업지들이 2차 공모에 대거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