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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개발 주민동의 10%의 함정…2차 공모 순항할까

  • 2021.12.21(화) 17:11

사업초기 문턱 낮춰…두고두고 논란
2차 공모 코앞…흥행 지속 여부 관심

'공공재개발'이 삐걱대고 있다. 공모 초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들어 후보지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는 등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사업시행자와 주민대표회의 선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으로까지 번졌다.

특히 공공재개발 지역 내 상가소유주 등의 반발이 거세다. 수십 년간 기반을 닦은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거나 원치 않는 다주택자가 돼 세금 부담만 커질 수 있는 상황 등을 우려하고 있다. 애초 사업 진행 과정에서 문턱을 낮추면서 주민동의 및 의견수렴이 부족했던 점 등도 두고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흑석2구역, 금호23구역, 강북5구역 공공개발 발대 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 서울 개포동 SH공사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이하은기자

문턱 10% 낮췄더니 주민 반대 등 이어져

21일 흑석2구역, 강북5구역, 금호23구역 등 3개 지역의 공공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개포동 SH공사 앞에서 '공공재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SH공사는 지난 10일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와 공공재개발 사업시행 약정을 체결했다. 지난 9월 SH공사가 이 구역의 공공재개발사업 시행자로 지정됐고, 주민대표회의는 12월4일 주민총회를 통해 사업시행약정안을 가결했다.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된 후 1년여 만에 사업시행자를 선정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이들 지역의 상가소유주와 세입자의 반대가 거세다. 흑석2구역의 경우 9호선 흑석역을 중심으로 한 상권이 오랫동안 자리 잡았다. 이 지역의 약국, 병원들은 권리금만 수억원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자랑한다는 게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생업의 터전으로 10~20년씩 기반을 닦은 자영업자들이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재개발 사업지인 금호23구역, 강북5구역도 상가가 많아 비슷한 상황이다.

당장 재개발 후 분담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점도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흑석2구역 토지주나 건물주 중에는 70~80대로 고령이 많고, 주로 영세한 임대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재개발 후 분담금을 지불하고 분양 받을 만한 경제력이 안 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상가 소유주들이 공공재개발을 통해 주택을 분양받는 문제도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부는 "사업 시행자와 협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하지만 자칫 1주택자의 경우 원치 않는 다주택자가 돼 세금 부담 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비대위는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주민대표회의구성 승인인가처분 취소'와 'SH공사의 흑석2재정비촉진구역 사업시행자 지정인가 처분 취소'를 청구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전체 토지의 80%를 소유한 상가 소유자 140명은 여전히 공공재개발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SH공사 관계자는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재정비촉진구역은 주민동의율 50%를 달성하면 사업시행자를 선정할 수 있다"며 "모든 절차는 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흑석2구역의 경우 사업시행자 지정 당시 동의율이 59%였지만, 지금은 65%까지 올라갔다"며 "반대 측 주장대로 주민 대다수가 반대한다면 있을 수 없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공공재개발 1차 공모 때 반대여론이 큰 곳은 주민 10%가 신청을 접수했더라도 최종 탈락시켰다"며 "현재 공공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모두 주민동의율 등이 양호한 곳"이라고 말했다.

삐걱대는 1차 후보지… 2차 공모 순항할까

전문가들은 공공재개발 사업지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문턱을 낮춘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업지 공모 단계에서 참여 문턱을 낮추고자 주민 동의율을 10%로 설정하면서 주민 의견수렴 과정이 사실상 생략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공공재개발은 공모신청 때 주민의 10%만 동의해도 된다. 이후 사업시행자를 지정하려면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 2(66.7%), 면적 50%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다만 공공과 민간이 공동시행하는 경우 토지등소유자 과반수만 동의하면 된다. 이어 추진위 및 조합 설립을 인가받으려면 토지등소유자 75%, 토지면적 50%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로선 이같은 절차들이 순항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개발사업은 애초 주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갈등이 펼쳐지기 때문에 신속한 사업추진이 어렵다"며 "특히 공공재개발은 주민 동의율 10%만 달성해도 신청할 수 있어 결속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이 지속하면서 서울시는 공공재개발 2차 공모부터 신청에 필요한 주민동의율을 기존 10%에서 30%로 상향 조정키로했다. 지난 9월 변경된 '2025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사업 초기에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신규 주택정비형 재개발구역 지정을 위한 사전검토 요청 시 주민동의율은 10%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변경한다"고 말했다.

연이은 반대 목소리가 2차 공모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달 말 공공재개발 후보지 2차 공모를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 2월말까지 신청서를 접수하고, 4월 중 후보지를 선정한다. 작년 1차 공모에는 서울시 내 70개 지역에서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이중 24곳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작년 공공재개발 1차 공모 때는 공공재개발 외 별다른 출구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서울시 신통기획 등 정비사업 목적에 따라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상황이 다르다"며 "특히 공공재개발은 이번 정부에서 처음 시작한 사업으로,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추진 동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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