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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R공포]①빅스텝 현실로, 집 사기 무서워진다

  • 2022.07.13(수) 14:46

매물적체·수요위축 등 집값 본격하락 신호?
"기준금리 2%, 임계점 지나 하락 지속"
"임대차 수요, 규제완화 등은 변수로"

우리 경제에 'S(스테그플레이션) 공포'와 'R(리세션) 공포'가 짙게 드리웠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에 나서며 물가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편으론 불안한 대외여건 속에서 경기침체로 이어지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시장도 차갑게 식고 있다. 집값 하락 전망이 확대됐고, 청약시장은 미분양 ·미입주에 대한 걱정이 커젔다. 커지는 R공포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봤다.[편집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빅스텝'(0.50%포인트)을 밟으면서 주택 시장의 분위기가 한층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리 부담까지 심해지자 너도나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하반기엔 매수 심리가 더 꺾이면서 본격적인 '하락장'이 펼쳐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재건축 규제 완화, 전셋값 상승 여력 등 집값을 다시 밀어올릴 '변수'가 남아 있어 하락 폭이 두드러지진 않을 거란 엇갈린 분석들이 나온다.

또 오른 금리, 더 내리는 집값?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올렸다. 통상적인 인상 폭(0.25%포인트)의 두 배인 빅스텝 인상은 한은 기준금리 결정 역사상 처음이다. 

시장에선 이번 조치에 따라 주택 시장에 더욱 한기가 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끝 모르고 치솟던 집값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강화 등이 이어지며 이미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7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 떨어져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집값 풍향계'인 강남 아파트값도 약 4개월 만에 하락했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1% 떨어져 지난 3월7일(-0.01%) 이후 첫 하락 전환했다.▷관련기사:'집값 하락' 아직 시작도 안했다?…금리에 'R공포'까지(7월9일)

아파트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6월 아파트 거래량은 907건으로 전년 동월(3943건) 4분의 1 토막 났다. 아파트 거래량은 부동산 가격의 선행 지표로 거래량이 줄면 하락 신호로 여겨진다. 

여기에 기준금리도 올해 4월(+0.25%포인트)과 5월(+0.25%포인트)에 이어 7월까지 세 차례 연속으로 총 1%포인트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 가격 하락을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기준금리 2% 돌파는 금리 부담의 임계점을 지나는 것으로, 이번 금리 인상으로 주택 시장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며 "소나기를 피하자는 심리로 모험적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없어 거래절벽이 계속 이어질 것이고 올해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돼 있어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한동안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사는 의사결정은 문제"라며 "깊은 거래 관망 속 저조한 주택거래와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하락 지속" vs "약보합 수준"

금리인상에 따른 중장기적인 집값 전망도 어둡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8일 '주택가격에 대한 금리의 시간 가변적인 영향 연구' 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기 집값 하락 반응이 12~15개월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지난 2020~2021년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주택 매입 시 대출 의존이 높아진 만큼 현 시점의 금리 충격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더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공급은 부족한데 경기 여건이 나빠지고 금리까지 인상돼서 주택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못 따라가고 쉬어갈 것"이라며 "지난해 가격이 많이 올랐던 2기 신도시 등의 지역에 조정이 있을테고 각종 규제에 묶여서 레버리지가 불가능했던 지역들은 영향이 거의 없는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내다봤다. 

다만 금리가 오른다고 가격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금리인상기엔 집값이 상승했던 사례도 있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5년 10월 3.25%였던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2008년 8월 5.25%까지 높였다. 그러나 오히려 이 시기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20.73%, 서울은 37.48% 각각 상승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거시 경제도 안 좋고 금리 부담도 커서 주택 매수 심리가 점점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유주택자들이 적극적으로 집을 내놔야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데 관망세라 매물도 매수도 줄면서 약보합이 이어질듯 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집값을 부추길만한 변수들도 남아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교통 호재, 정비사업 규제 완화, '똘똘한 한 채' 수요 증가 등으로 서울이나 수도권 일부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금리가 급등하면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겠지만 여러 변수가 있어 약보합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부동산은 국내외 경제뿐만 아니라 심리적 요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통화량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경제 활성화, 각종 규제 완화 등이 나타날 경우 다시 가격이 상승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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