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다주택자 부동산세를 대폭 깎아주는 등 규제 완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집값을 잡겠다며 다주택자를 몰아쳤던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그간의 '징벌적' 규제가 시장을 왜곡한 데다가 집값 안정화에도 효과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새 정부의 이런 행보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반면 집값 조정 기대감과 매수 심리 위축 등으로 인해 침체한 거래 시장을 반전시킬 만한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의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종부세 중과 폐지…"다주택자 '징벌', 원점으로"
기획재정부는 어제(21일) '2022 세제개편안'을 통해 '부동산세제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정부에서 도입한 다주택자 종부세 '징벌 과세'를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우선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과를 폐지하고, 세 부담 상한 차등도 없애주기로 했다. 종부세를 과세할 때 제하는 '기본공제금액'도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려 다주택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줬다. ▶관련 기사:[2022 세제개편]다주택 '징벌' 종부세 사라진다…세율도 인하(7월 21일)
정부는 그간 종부세가 '시장 관리'의 목적으로 운영됐지만, 정작 효과는 없었다는 판단이다. 또 주택 수에 따라 차등 과세를 하는 것은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공평한 과세를 한다는 원칙에도 맞지 않아 개정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 배제하기도 했다. 또 종부세 부담 완화를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주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부활을 추진하는 등 다주택자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투기의 장 마련 우려" vs "추가 매수 어려워"
새 정부의 이런 행보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지나친 규제 완화가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있다. 자칫 다주택자들의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탓에 투기 수요로 집값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2주택자도 모두 투기 세력이라는 식으로 몰아갔던 것도 문제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규제 완화 방안들은 다주택을 장려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주택보급률이 아직 95% 수준인 점 등을 고려하면 공급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데, 새로운 투기의 장을 마련해준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지금까지의 조치들이 최근의 주택 시장 거래 침체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 세계적인 긴축 움직임과 경제위기 우려 등으로 위축된 매수 심리가 지속할 거라는 분석이다.
다주택자의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이 줄어든 만큼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매매 가격을 유지하며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어 매물 압박이 다소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금리 인상과 집값 조정 기대감 등으로 집값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불이익은 줄었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의 취득세 중과와 내년 5월 9일 이후에는 양도세 중과가 여전히 유지되는 탓에 유주택자가 집을 추가로 매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