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수 심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에 이어 미국의 자이언스텝(0.75%포인트 인상)이 연달아 이어지며 '금리 공포'가 커진 탓인데요.
수요가 없으니 가격이 조정받기 시작하며 서울 집값이 9주째 내리막길입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이나 세종·대구 등은 하락폭이 가파른 반면 서울 서초구는 '나홀로 상승 중으로 지역별 집값 격차가 심화하는 모습인데요.
전세 시장도 비슷합니다. 우려했던 '8월 전세대란' 공포는 쏙 들어가고 전셋값이 내리는 가운데 매수 심리가 약한 지역일수록 하락폭이 두드러지고요. 월세 수요가 늘면서 월셋값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그래도 오를 곳은 오른다(feat.서초)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마지막주(2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6% 하락하면서 지난주보다 낙폭이 0.02%포인트 더 커졌습니다. 이로써 전국 집값은 12주째 내리막길인데요.
수도권도 0.08% 하락으로 전주(-0.06%)보다 하락세가 가팔라졌고요. 지방도 0.04% 떨어져 전주(-0.03%)보다 하락폭이 커졌습니다. 그야말로 전국적으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요.
집값 상승률이 매섭던 서울도 벌써 9주째 하락세입니다. 7월 마지막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가격 변동률은 전주(-0.05%)보다 더 떨어진 0.07%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서울 외곽일수록 하락세가 더 두드러졌는데요.
집값 상승기에 2030세대의 '영끌' 매수가 불붙으며 집값 상승세가 눈에 띄었던 노·도·강은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7월 마지막주 아파트가격 변동률은 도봉구가 전주 -0.14%에서 -0.17%, 노원구가 -0.13%에서 -0.15%, 강북구가 -0.13%에서 -0.14% 등으로 낙폭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강남권은 집값 떨어지는 속도가 비교적 더뎌 보이는데요.
그중에서도 서초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 상승세입니다. 이 기간 서초구의 주간아파트값 변동률은 0.01%로 전주(0.03%)에 비해 상승폭이 줄긴 했지만 신축 중심 상승 등으로 여전히 '플러스' 변동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남구는 0.01% 하락했지만 오히려 전주(-0.02%)보다 하락폭이 줄었고요. 송파구는 -0.04%, 강동구는 -0.03%으로 각각 전주보다 하락폭이 커졌지만 강북권에 비하면 낙폭이 크지 않습니다.
지방은 격차가 더 심합니다.
세종은 -0.17%로 전주(-0.21%)보다는 하락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신규 입주물량 및 매물 적체 영향이 지속하며 하락폭이 크고요. 대구는 지난달 수성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빠졌음에도 신규 입주 물량 등의 영향으로 -0.13%로 전주 하락폭을 유지했는데요.
반면 군산은 6월 말부터 0.20~0.30% 수준의 주간 상승폭을 유지하며 '독주'하는 모습입니다. 정주 여건이 양호한 미장동 위주로 상승하며 7월 마지막주 기준으로는 0.23% 상승했고요.
전세대란 말고 '월세대란 공포' 성큼
전셋값도 마찬가지의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 초만 해도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매물 등에 따라 하반기 '전세대란' 우려가 컸는데요. 금리가 빠르게 치솟자 오히려 월세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7월2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0.05%로 지난주(-0.03%) 대비 하락폭이 확대됐고요. 수도권도 -0.05%에서 -0.06%, 지방도 -0.02%에서 -0.03%로 하락폭이 커졌습니다.
서울은 -0.03%로 전주 수준을 유지했는데요. 한국부동산원 측은 "높은 전세가격에 대한 부담과 금리 인상에 따른 월세전환 문의 증가 등으로 전세매물 적체가 지속하면서 서울 전역에서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면서 지난해 7월 0.50%였던 금리가 1년 만에 2.25%까지 올랐는데요.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도 급격히 오르면서 집주인뿐만 아니라 임차인들도 월세로 눈을 돌리는 추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세수급지수는 25일 기준 91.9로 지난해 12월6일 기준선(100) 아래로 떨어진 이후 80~90선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전세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의미인데요. 반면 월세는 수요가 늘면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올라온 서울 지역 월세 물건은 29일 기준 1만9075건으로 한 달 전(1만6772건)보다 13.7% 늘었습니다.
특히 신규 입주 물량이 많거나 매수 심리가 약한 지역일수록 전셋값도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요.
세종이 신규 입주물량 및 거래 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전주 -0.21%에서 이번주 -0.29%로 낙폭이 커졌고요. 마찬가지로 신규 입주 물량이 많은 인천 중구도 -0.20%에서 -0.22%로 더 떨어졌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에선 입지 여건이 좋아 전셋값 방어가 되는 서초구 등과 지방에선 산업단지가 많은 군산, 천안 등의 집값이 계속 강세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도 "실거주가 불가능한 재건축 지역이나 집값 상승기에 흐름을 타서 입지에 비해 고평가됐던 지역들은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며 "지역별로 집값 격차, 양극화 등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