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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부동산]②반쪽짜리 반값아파트, 토지임대부주택

  • 2022.11.17(목) 06:30

토지임대부주택 공공성 일부 완화
수익보장하고 '사인 거래' 허용 추진
강남권 공급 빠지고 취지도 '퇴색'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주택이 처음의 기세를 잃어가고 있다. 한때 주택 공급과 집값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회심의 카드로 나왔으나 지금은 '수요 없는 공급'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토지임대부 주택의 허들을 낮추며 수요를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강남권에선 물량이 빠지고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며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할 판이다. 

토지임대부주택, 공공성 완화한 이유

정부가 토지임대부 주택의 활성화를 위해 제도 손질에 나섰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를 뺀 건축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시세 대비 '반값'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토지는 임대료를 내고 이용하는 주택이다. 

이는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이전 정부에서 주택 공급과 집값 안정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회심의 카드'로 자주 거론됐다.

정부가 지난 2020년 12월 LH 환매 의무화를 통해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공성을 강화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대선 주자들은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약으로 앞다퉈 내놨다. 

그러나 토지임대부 주택 성격상 '분양' 보다는 '임대'의 성격이 강해 사회적인 거부감이 컸고 '실패한 정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녀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관련기사:[집잇슈]반값인데 반갑지 않은 '토지임대부주택'(2021년9월29일) 

과거 2011~2012년 강남 보금자리주택 중 일부를 토지임대부 형태로 분양했는데 이후 건물의 시세가 크게 오르면서 수분양자들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는 '로또 분양'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다 올해 들어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집값이 하향 안정세에 진입하자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공성 일부 완화에 나섰다. 

정부는 8·16대책에서 '토지임대부주택 제도 개선 방안'으로 환매주체, 임대료, 환매가격 등의 허들을 낮췄다. 수분양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시세차익을 보장해 주거 상향을 지원하고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토지임대부주택은 LH에만 환매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SH공사 등 지방공기업에도 주택 환매를 허용했다. 

기존 토지 조성원가 또는 감정평가액에 3년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을 곱해서 구했던 토지임대료는 지자체장이 입지 특성 등을 감안해 차등 책정할 수 있게 했다. 

환매가격도 기존엔 분양대금에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더해 책정했으나 앞으로는 지자체장이 적정 수준의 수분양자 이익을 인정하게끔 했다. 

아울러 10·26대책에선 거주 의무가 해제되는 5년 이후부터 10년까지 공공에 환매 시 시세차익 70%를 인정(나눔형)해주기로 했다.▷관련기사:'나눔·선택·일반' 유형별 공급…40년 만기 전용 모기지도(10월26일)

SH공사는 나눔형 유형의 첫 대상지인 고덕강일3단지 500가구를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공급하기로 하고 연내 사전청약을 받기로 한 상태다. 

이 아파트는 건물가격 3억원에 SH공사의 수익을 포함해 3억5000만원 내외에 분양가가 책정될 것으로 SH공사가 추산했다. 이는 인근 아파트 전셋값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개인간 거래까지?…'반쪽 정책' 우려도 
토지임대부 주택의 '사인 간 거래'도 풀릴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SH공사는 전매제한이 풀리는 10년 후부터 개인 간 주택 거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8·16대책 포함된 제도개선 방안은 주거 상향 지원, 토지임대부 주택 활성화를 위해 거래 제약을 풀고 수분양자에게 적정한 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개인간 거래도 허용하기로 했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이 조만간 의원실 통해 발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인 간 거래가 허용되면 일정 기간 이후엔 토지임대부 주택도 자산 가치를 인정받게 되면서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과거 사인 간 거래가 허용됐을 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수분양자들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게 됐던 '로또 분양'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저렴하게 확보한 공공택지에 조성되는데, 토지 수용 등으로 마련된 공공주택의 이점이 특정 수분양자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우려는 토지임대부 주택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분양주택이 갖고 있는 큰 약점"이라며 "공공택지를 만들어서 공급하다 보니까 민간 주택보다 저렴해 태생적으로 로또 분양이라는 이슈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존에 문제가 됐던 토지임대부 주택은 강남에 공급했기 때문에 유독 시세차익이 컸다"며 "향후 입지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하고 임대기간도 정확하게 공지한다면 로또 분양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 개선으로 수분양자의 시세차익을 보존해주면 토지임대부 제도의 취지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가격이 상승해 토지임대부 주택과 일반주택 간 격차가 점차 줄어들면 '반값' 아파트의 기능도 무너지기 때문이다. 

최근 강남권에 계획했던 물량이 백지화된 것도 오히려 수요자들의 혼란만 키운 격이 됐다. 

정부는 서울 지역의 대규모 공공부지인 송파구 옛 성동구치소 부지에 13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는데, 그중 일반분양 600가구 계획을 토지임대부주택 및 장기전세주택으로 변경하면서 논란을 산 바 있다.▷관련기사:"옛 성동구치소, 공공분양 반대"…인근 주민들 뭉친다(2021년9월28일) 

주민들이 '원안 개발'을 요구하면서 최근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계획이 사실상 폐기됐다. 

토지임대부 주택의 구조적 한계에 따른 부정적 인식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토지임대부 주택과 관련한 규제를 풀수록 최초의 취지에서 벗어나고 토지 소유권이 없다는 점에서 거부감도 여전하다"며 "무엇보다 토지임대부 주택 유형이 시장에 많지 않아 하나의 주거 유형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어 활성화까진 한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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