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새 주인을 맞았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 중견 건설사 중흥그룹이다. 건설업계 내 '위상'만 놓고 따지면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다. 중흥은 대우건설과 합하면 재계순위 20위,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순위 2위로 단숨에 뛰어오른다. 특히 현재 2위인 현대건설을 제치고 삼성물산과 함께 톱2 건설사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대우건설도 그동안 산업은행의 족쇄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대우건설의 '독립경영'을 여러차례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그럼에도 중흥이 그동안 해외사업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해외사업 경쟁력 약화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업계 선두를 유지했던 대우건설의 조직 문화를 기존 중흥그룹과 잘 조화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정 회장이 독립경영을 보장한다고 공언했지만, 새 주인인 중흥이 그간 지켜왔던 경영 철학을 무작정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흥, 재계 20위권 도약…대우 '독립경영' 강조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는 기업 규모의 변화만 따지면 업계를 흔들만한 일이다. 대우건설의 올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5위였다. 여기에 중흥건설의 주요 계열사인 중흥토건(17위)과 중흥건설(40위)의 평가액을 단순 합산하면 현대건설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재계 순위도 47위에서 20위권으로 단숨에 뛰어오른다.
물론 이는 지난 실적이나 자산 규모를 단순히 더한 것에 불과하다. 관건은 앞으로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품에 안고 어떻게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느냐에 달렸다. 중흥의 의지는 강하다. 정창선 회장은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 '제2의 창업'과도 같다"며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 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흥이 가장 앞세워 강조하는 카드는 대우건설의 '독립경영'이다. 대우건설은 사실상 주인이 없는 환경에서도 건설업계 선두권을 지키며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대우가 오랜 기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높은 만큼 이를 지속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중흥은 기존의 '중흥 에스클래스'와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및 '써밋' 브랜드를 통합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중흥은 이와 함께 대우건설의 안정적인 경영을 저해했던 부채비율 개선도 우선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84%가량이다. 이를 중흥그룹 부채비율(105.1%)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중흥은 보수적인 자금 운영으로 현금성 자산을 철저히 관리해 탄탄한 영업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직원 처우개선과 대우건설의 핵심 가치 고양, 내부 승진 보장,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 등을 '현안 사항'으로 선별해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조합과도 성실한 협의를 통해 상생하는 방향을 찾아가기로 했다.
정창선 "경쟁력 높일 자신감"…해외 사업 위축 우려도
전망은 엇갈린다. 중흥그룹은 1983년 중흥주택을 모태로 오랜 기간 건설업을 해온 기업이다. 정창선 회장 역시 19살부터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등 업계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처럼 업계에 이해도가 높은 기업이 대우건설을 품에 안은 만큼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대우건설 매각이 목표였던 산업은행 체제 때보다는 적극적인 경영이 가능하리라는 해석이다.
정 회장도 이와 관련 "안타깝게도 대우건설은 지난 23년간 오너십의 잦은 변경으로 힘든 시기를 겪으며 맘껏 성장의 날개를 펼치지 못했다"며 "실사 과정을 통해 사업 부문과 관리 부문의 견제와 통제, 사업 확대나 투자 의사 결정의 어려움 등 많은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발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동시에 엄청난 저력과 성장 잠재력도 확인했다"며 "대우건설을 지금보다 더 경쟁력 있는 우수한 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우건설이 중견 건설사인 중흥그룹의 품에서 과연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있다. 우선 해외 사업 경쟁력 강화가 가장 관심사다. 대우건설은 전체 수주 실적 중 상당 부분이 해외 사업일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중흥 그룹의 경우 주로 국내 주택사업에 전념해왔다.
중흥이 인수한 뒤 대우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 일부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서 경쟁 건설사들이 대우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우건설이 애를 먹기도 했다.
양사의 조직문화 결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양사가 그간 전혀 다른 여건 속에서 경영을 해왔던 만큼 경영 전략과 철학을 공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이와 관련 "대우건설이 더욱 역동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길 소망한다"며 "모든 임직원이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도전과 열정, 자율과 책임 그리고 신뢰와 협력으로 뭉친다면 제가 꿈꾸는 대우건설과 임직원 모두가 꿈꾸는 기업이 하나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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