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주택사업 호실적을 바탕으로 창사 이래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중흥그룹의 인수 마무리를 앞두고 좋은 실적을 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다만 해외사업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어 고민거리를 안겼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7년부터 해외 사업이 대부분인 플랜트 부문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해외 신규 수주 실적이 전년대비 80%가랑 감소했다. 목표치의 절반도 못채운 수준이다.
주택사업 잘 나간 대우…창사 이래 최고 영업익
대우건설이 공시한 연결재무제표(잠정)에 따르면 2021년 연간 매출은 8조6852억원, 영업이익 7383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6.7%, 32.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고치다. 대우건설은 "분양가 규제와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외 일부 현장 착공이 지연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주택사업부문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실적이 큰 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주택건축 부문 매출액 성장이 두드러졌다. 주택건축 부문 매출액은 5조9016억원으로 전년 5조831억원보다 16.1%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62.5%에서 68.0%로 늘었다.
지난해는 분양가상한제와 인허가 문제 등으로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분양이 지연되며 분양 물량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도 지난해 목표한 3만3113가구보다 적은 2만8344가구를 공급했다. 다만 주택공급 순위로 따지면 3년연속 국내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같은 주택사업 호조와 달리 토목, 플랜트 부문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토목 부문 매출액은 1조4238억원으로 전년대비 4.3% 감소했고 플랜트 부문 매출액은 8732억원으로 전년대비 20.1% 줄었다. 매출 비중도 전년보다 각각 1.8%포인트, 3.4%포인트 감소했다.
신규 수주 역시 주택부문에서 초과달성하며 목표액을 거의 다 채웠다. 지난해 신규 수주액은 11조830억원으로 애초 계획했던 11조2000원의 99%를 달성했다. 다만 지난 2020년 신규 수주액 13조9126억원보다는 20.3% 감소했다.
국내 신규 수주액은 늘었지만 해외 수주액은 크게 줄었다. 국내 신규 수주액은 지난 2020년 8조2068억원에서 지난해 9조9556억원으로 2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신규 수주액은 5조7058억원에서 1조1274억원으로 80.2%나 감소했다. 목표치인 2조4000억원의 절반도 못채웠다.
사업 부문별로 봐도 주택건축 신규 수주액은 8조7620억원을 기록하며 당초 목표치인 7조5000억원을 16.8% 초과했다. 지난 2020년 7조3126억원보다 수주액이 늘었다. 플랜트 부문 수주액은 급감했다. 플랜트 부문 신규 수주액은 1568억원으로 목표 금액인 1조8000억원의 8.7%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지난 2020년 수주액인 2조5881억원에 비해서도 크게 줄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무분별한 수주보다는 수익성이 보장된 양질의 수주만 한다는 기조를 가지고 수주를 포기한 점이 목표치를 못 채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쪼그라든 '해외'…매각 원년 '중대 기로'
대우건설은 최근 몇년간 주택사업 확대에 주력해왔다. 해외사업의 리스크가 큰 데다 기업 매각을 준비하면서 안정적인 주택사업에 더욱 집중했다. 이같은 포트폴리오의 변화는 지난해 매출과 신규 수주 등의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2017년 전체 매출액 대비 플랜트 부문 비중은 22.3%였으나 지난해에는 10.1%로 절반이상 줄어들었다. 주택건축 부문 비중은 58.2%에서 68%로 확대됐다.
올해도 대우건설은 해외보다는 국내 사업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설정한 신규 수주 목표액을 보면 지난해 계획했던 목표액에서 국내 수주 목표액은 늘렸고 해외 수주 목표액은 줄였다.
대우건설의 올해 신규 수주 목표액은 국내 10조1000억원, 해외 2조1000억원 등 총 12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3개년 경영계획을 발표하며 전망했던 기존 목표 13조1000억원 대비 9000억원 줄어든 금액이다. 해외 수주 목표치를 3조2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코로나19로 해외사업이 어려워진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현장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유가 및 LNG 가격 상승에 따라 경쟁 우위 전략 공종, 거점 국가를 중심으로 발주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해외사업의 실적개선 여지는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우건설은 올해 중흥그룹 매각 원년을 맞는다. 국내 주택사업만을 하는 중흥으로의 매각 이후 기존에 강점을 지닌 해외사업은 중대 기로에 설 것이란 전망은 끊이지 않는다.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탓에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앞서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부문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창선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계약 체결식에서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의 '제2의 창업'과도 같다"고 강조한바 있다.
앞서 대우건설은 신임 대표이사로 '국내파'인 백정완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을 내정했다. 대우건설이 앞으로 해외사업 역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