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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압도적 공급?…사전청약 '마법' 통할까

  • 2022.01.04(화) 09:44

사전청약 '7만 가구'…실효성 의구심 여전
본청약·입주 미뤄지면 패닉바잉 우려도
임대시장 과부하 요인도…"실행이 중요"

정부가 올해 압도적인 주택 공급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잦아드는 분위기를 주택 공급으로 쐐기를 박는다는 구상이다.

다만 정부의 공급 계획이 실제 효과가 있을지에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올해 크게 늘린 사전청약 7만 가구 공급에 대해선 '공급 효과'를 내세우기 위해 과도하게 시기만 앞당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사전청약은 가시적으로 공급 물량을 확대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자칫 전세 시장 불안을 유발하거나 되레 '패닉바잉'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사전청약, 작년 4만 가구 → 올해 7만 가구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올해 46만 가구 공급과 중장기 205만 가구 공급 계획을 확실히 이행해 앞으로는 공급 물량이 부족해 주택 시장이 과열됐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준 LH 사장 역시 "주택 공급 확대 등 성공적인 정책 수행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총 46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분양 물량 39만 가구와 사전청약 7만 가구다. 이는 지난 10년 평균치인 34만8000 가구보다 10만 가구 이상 많은 규모다. 지난해(39만 가구) 공급량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기도 하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사전청약이 7만 가구에 달한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5.6대책을 통해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의 공공분양에 적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공공택지 내 민간 시행 사업에도 사전청약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올해의 경우 공공분양 규모를 기존 3만 가구에서 2000가구 늘려 총 3만 2000가구를 사전청약으로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사전청약을 통해서는 3만 8000가구를 공급한다. 이중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 사전청약으로도 올해 연말 증산과 방학, 연신내역 등 서울·수도권에서 4000가구 규모를 추진한다.

사전청약을 통한 '공급'은 앞으로도 지속해 이뤄질 전망이다. 신도시 공급 물량에 더해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도심복합사업 적용 물량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신도시 토지보상 순조롭게 진행될까

정부가 이처럼 사전청약을 통한 공급에 힘을 주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주택 공급의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사전청약은 당장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이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정 효과를 줄 수는 있지만, 자칫 일정이 지체되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일단 당겨" 사전청약, 집값 안정 '만능 키' 될까

3기 신도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사전청약이 속속 진행되고 있지만 분양과 입주까지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당장 넘어야 할 산은 토지보상이다. LH는 지난해 말 남양주왕숙2지구 토지·지장물 보상에 착수, 3기 신도시 5곳 중 4곳에 대한 보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천계양과 하남교산 신도시의 경우 토지보상을 87%, 83% 완료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고양창릉 신도시의 보상에 착수해 연내 3기 신도시 전체에 대한 보상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정부는 토지보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보상률이 높아질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초반에는 속도가 나겠지만 갈수록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상 단계가 5~10% 남은 기간이 가장 어렵다"며 "끝까지 버티는 이들에 대한 동의가 가장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남양주왕숙2지구의 경우 3기 신도시 가운데 토지면적이 가장 크고 원주민들의 저항이 컸던 곳이어서 토지보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하남교산 역시 지장물이 많은 지역으로 관련 보상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심 정비사업에 '사전청약' 적용 우려도

정부가 2.4대책을 통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심복합사업에 사전청약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도심 복합사업 후보지 중 서울 증산과 신길 등 7곳을 본 지구로 지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총 1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올해 연말 토지주 우선 공급과 사전청약에 착수한 뒤 2023년 말 착공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관련기사: 증산·신길 등 7곳 도심복합 첫 본지구 지정…추정분양가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도심 지역 정비 사업의 경우 신도시 등 공공택지 사업보다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정부의 계획대로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전청약 뒤 1년 만에 착공한다는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도심의 경우 주택이 많아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하게 엇갈리고, 이주나 철거 단계에서 몇 년 씩 지체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사업에 사전청약을 적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희망 고문'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실제 입주가 이뤄지는 시기가 지속해 늦춰지거나 불확실해질 경우 기존 주택 매수로 돌아서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또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임대 시장에 지속해 머무를 경우 전세시장 불안을 초래할 여지도 있다.  

송승현 대표는 "사전청약이라는 게 공황 매수 등의 수요에 안정감을 주는 효과는 있지만,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3기 신도시 역시 토지 보상 등에 대한 절차가 지체되다 보니 사전청약의 공급 효과가 희석되면서 점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정부가 너무 크거나 거창한 계획을 내세우기보다는 실질적인 실행 역량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특히 '사전청약'은 향후의 추진 단계에서 입주 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하고, 매매 시장의 수요는 흡수하더라도 임대 시장에 가해지는 부하는 경감하지 못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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