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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단" 자재비 압박 커진 건설업계…주택 공급은?

  • 2022.03.02(수) 16:04

철근콘크리트연합회, "하도급대금 인상" 요구 셧다운
'우크라 사태'까지…분양가 상승에 '공급' 지연 우려도

건설자재 가격 상승을 두고 건설업계 내부 갈등이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일부 건설현장에선 공사가 중단되는 등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이 하도급 대금 증액을 요구했지만, 종합건설사들은 일방적 증액 요구는 부당하다며 대금 조정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최근 글로벌 원자재 대란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악재가 이어지면서 원자재 수급불안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하면 분양가 상승은 물론이고 주택공급 지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국 166개사 현장 '멈춤'…당장 타격은 미미

2일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이하 철콘연합회) 산하 166개사가 현장 '셧다운(작업중단)'에 돌입했다. 이들은 건설사가 기존 하도급 대금을 '20% 증액'할 때까지 셧다운을 이어갈 방침이다.

셧다운에 동참한 업체는 서울·경기·인천 88개사를 비롯해 △호남·제주 47개사 △대전·세종·충청 9개사 △대구·경북 19개사 △부산·울산·경남 21개사 등이다.

다만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의 현장은 연 단위로 도급 계약을 맺은 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개별 업체의 셧다운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현장에서 관련 문제점을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철콘연합회는 지난달 18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건설자재 및 인건비 급등에 따른 계약단가 인상'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작년 상반기(3~8월 계약분)에 비해 철재, 목재 및 합판 등의 자재비가 50% 상승했고, 인건비 또한 최대 30%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철콘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재료비 및 노무비의 급격한 인상과 레미콘, 철근 등의 지급자재 중단 및 지연 현상은 건설공사 수주 후 예견하지 못한 사항"이라며 "자재 가격 증가분 및 공급지연에 따른 손실분을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는 탓에 부득이하게 계약금액 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 협회에서 급히 중재에 나섰으나 이견을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지난달 25일 '원·하수급자 간 긴급간담회'를 개최했지만, 실제 참석한 건설사는 10곳에 그쳤다. 이들조차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헤어졌다.

앞서 시멘트업계도 이미 지난 1월 시멘트 가격을 1톤당 7만8800원에서 9만3000원으로 18% 인상해줄 것을 레미콘사에 통보한 상황이다. 이에 레미콘업체들은 건설사에 레미콘 가격을 25% 이상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관련기사: 또 오른 시멘트값…표정 굳은 레미콘(1월7일)

인플레이션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설상가상'

건설사들도 자재 가격에 압박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30대 건설사들의 자재구매 담당자들이 모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는 지난달 25일 서울 양재동 현대제철 사옥 앞에서 '일방적 철근 가격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건자회 관계자는 "철근, 목재 등 모든 자재 가격이 한 번에 오르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라며 "제강사들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 요구를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재 가격 상승 등 건설원가 인상은 아파트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5일 분양가상한제 대상 공동주택의 기본형 건축비를 지난 1일부터 2.64%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인상률(3.42%)에 비해선 낮지만, 역대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기본형 건축비는 공사비 증감 요인을 반영해 매년 3월과 9월에 고시된다. 이번 상승 요인 중에서는 철근(13.51%), 합판(14,98%) 등 자재 가격 상승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기본형 건축비는 토지비와 함께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주택의 분양가격을 산정하는 데 활용된다. 

건설원가 인상이 지속할 경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재 단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비용 부담이 한계까지 차올랐는데 현장 셧다운을 막고자 하도급 대금까지 증액하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라며 "작년 착공 현장에서 적자를 예상하는 건설사들은 이미 선별수주에 나섰다"고 말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건설자재 대란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멘트의 주원료는 유연탄인데 국내 시멘트업계는 유연탄의 75%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뜩이나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며 건설 분야 핵심 원자재인 유연탄, 철광석 등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불가항력의 상황에서 발주자, 원도급자, 하도급자 등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현장마다 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공사 기간이 연장되고, 주택 공급 시기가 늦춰지는 등 공급이 불안정해져 주택 가격 또한 술렁일 수 있다"며 "계약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가 나서 갈등 중재, 원자재 수급 루트 확보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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