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규모 개발 공약을 쏟아냈다. 임기 내 31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을 신설·연장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현 정부에서 급등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부동산 민심을 잡기 위해 고민 없이 공약의 규모만 키워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 공급 더 늘리고, GTX는 신설·연장
이 후보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임기 내 주택 31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현 정부가 이미 내놓은 공급 계획인 206만 가구에 105만 가구를 더한 규모다. 이 후보가 애초 임기 내 공급하겠다고 발표(250만 가구)한 규모보다 더 확대했다.
지역 별로는 서울에 현 정부의 계획에 48만 가구를 더해 총 107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경기·인천 지역의 공급 규모는 151만 가구에 달한다. 신규 공공택지로는 김포공항 주변 공공택지 8만 가구와 용산공원 일부 및 인근 부지 10만 가구, 태릉·홍릉·창동 등 국·공유지 2만 가구 등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하철 1호선을 지하화해 8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후보는 이런 공약을 내놓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집값 폭등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정책 실패"라며 "더불어민주당의 일원이자 대통령 후보로서 변명하지 않고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언급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대규모 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화로 달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또 다음날인 24일에는 경기도 공약으로 GTX 노선을 신설·연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선 중 A노선과 C노선을 연장하고, 김포 주민의 반발이 컸던 D노선의 경우 경기도가 애초 제안한 대로 서울 강남구를 지나 하남까지 연장한다는 방안이다. 또 E, F 노선을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 후보는 아울러 "지역 주민들의 요청과 수요가 있는 지역에 GTX를 추가로 추진하겠다"며 추가 신설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실행 방안, 경제적 타당성 검토 필요"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을 확대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기조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충분한 검토 없이 규모만 늘려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시장의 문제를 규제가 아닌 공급을 통해 풀겠다는 접근법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종전의 공급 공약을 넘어서는 311만 가구 공급은 선거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에 100만 가구 이상 공급한다는 방안에 대해 "1기 신도시 규모를 아득하게 넘어서는 물량"이라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특히 요구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로 제시한 김포와 용산, 태릉 등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과 교수)은 "김포공항 인근 부지의 경우 고도제한이 걸려 있는 데다 소음 문제도 있다"며 "1호선 지하화 역시 지상에 주택을 짓더라도 지하주차장 확보가 어려울 거라는 문제 등 실효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은형 책임연구원 역시 "1호선을 지하화한 뒤 주택을 지을 예산이라면 차라리 그 금액으로 급행을 추가로 운영하는 것이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이라며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GTX 신설·연장 공약의 경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앞서 내놓았던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책 차별화는커녕 충분한 검토 없이 내놓은 공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 교수는 "GTX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칫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우려가 있다"며 "대선 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해 대규모 공급 대책과 GTX 등 지역 개발 공약을 내놓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경제적 타당성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개발 공약들로 최근 안정화하고 있는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최근 정부가 대선 후보들을 겨냥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관련기사: 홍남기 "집값 하향 안정 가속…대선 공약 영향은 우려"(1월 19일)
하지만 이 후보는 "수도권의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권의 불편을 방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분산을 하고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