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임대인의 혜택 확대 등을 담은 임대차시장 안정 대책에 따라 전세매물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규모 신규 입주가 예정된 경기, 인천 등으로 전세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당장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주택자 매물출회 방안이 없는 데다 서울 등의 공급 부족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오는 8월 '전세 대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시각이다.
임대인 혜택 필요하긴 한데…
정부가 어제(21일) 내놓은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은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거나 면제해 시장의 임대 매물 유통물량을 확대하겠다는게 골자다.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경우 기존주택 처분기한을 현행 6개월에서 2년까지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신규주택 전입기한도 폐지된다. 주담대를 받아 집을 구매하고자 이미 거주 중인 임차인의 퇴거를 요구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실거주 의무는 입주일부터가 아닌, 주택을 처분하기 전까지로 바꾼다. ▷관련 기사: '8월 전세대란 막는다'…착한 집주인 늘리고 혜택 확대(6월21일)
이같은 대책에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임대차시장의 공급 주체인 임대인의 혜택을 확대하면서 자발적인 순환을 독려했다는 평가다. 당장 관련 법을 개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생 임대인, 임차인 전세대출 지원 강화 등의 정책은 당장 현실에 필요한 내용"이라며 "지난 몇 년간의 정책 결과를 한 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정책당국이 꾸준히 시장 안정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주인의 거주요건이 완화되면서 전세 시장에 나오는 매물도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의 전월세 수요자들은 입주 대기 물량이 풍부한 경기, 인천 등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임대차 3법을 단기간 내 손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을 통해 집주인의 실거주 요건을 완화하며 전월세 물량 확대를 유도한 것"이라며 "공급 감소로 전월세 물건이 부족한 서울의 수요가 경기, 인천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 분양한 아파트는 3434가구로 계획된 물량의 10.5%에 그친다. 입주 물량 역시 2020년 4만9525가구에서 작년 3만2689가구, 올해 2만2092가구 등으로 연속 감소하는 상황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임대인 인센티브 같은 정책은 안 하는 것보다 낫지만, 궁극적인 공급확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기존 매물이 순환하며 전월세시장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가격 여전…전세대란 불씨 남아있다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8월부터 '전세대란'이 시작되면 이같은 대책이 눈에 띄는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는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인들이 새로 집을 구하기까지 한 달여밖에 시간이 남지 않은 탓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전세대란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큰 실효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대란을 막을 방어책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대인 혜택이 1주택자와 거래세에 한정된 점에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주택자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전가하고자 임대료를 인상하는 경우 등은 방지할 수 없어서다.
고준석 대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던 임차인들의 계약만기가 차례로 돌아오면서 전세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며 "전월세 가격 상승은 다주택자가 종부세를 전가하고자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문제는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세 수요가 폭발하는 '대란'까지는 일어나지 않더라도, 이중가격 등의 문제가 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부동산시장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가구의 임대료와 신규 계약금액 간 차이가 크게는 수억원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임대가격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억눌리게 돼 불안정한 시장이 형성된다"며 "일시적 억제효과가 끝나면 이중, 삼중가격으로 시장이 나뉘는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