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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광주 붕괴 사고에 등장한 '무량판 구조' 어떻기에?

  • 2023.05.04(목) 10:07

검단 붕괴 사고, '무량판 구조' 원인 지목?
"무량판 구조, 내구성 높고 층간 소음 유리"
"설계·시공·감리 절차 잘 따랐는지가 중요"

검단 신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이 '무량판 구조' 때문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무량판 구조는 '내력벽'이나 수평 기둥인 '보' 없이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로 수평 하중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1월 붕괴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무량판 구조 공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이미 이 구조로 지어진 건축물도 다수 있고 외국에서도 인정받은 안전한 공법이라는 것이다. 다만 정확한 공법대로 설계·시공을 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대표적 바닥구조 비교/그래픽=김용민 기자

"검단 지하 주차장 붕괴, '무량판 구조'가 원인?"

지난달 29일 인천 검단지구 AA13-1,2블록에서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에서 지하 주차장 지붕층 슬래브 일부가 붕괴했다. 당시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붕괴 면적은 총 970㎡에 달했다. 이 단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GS건설이 시공한 공공분양 아파트다. ▷관련기사:원희룡 장관 "검단 사고, LH·GS건설 무거운 책임 각오해야"(5월2일)

아직 사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붕괴부 대부분이 무량판 구조 부위였다는 점을 들어 '무량판 구조'의 취약성을 원인으로 꼽는다. 무량판 구조에는 내력벽과 보가 없어 수평 하중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월 붕괴한 광주 화정아이파크와 삼풍백화점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무량판 구조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안전한 건축 공법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아파트 건축 공법에는 △벽식 구조 △기둥식 구조 △무량판 구조로 대략 3가지가 있다.

80년대에 지어진 대부분의 아파트는 '벽식 구조'로 돼 있다. 벽식 구조는 기둥이 없이 내력벽으로 천장을 받치는 구조다. 벽이 하중을 지탱하기 때문에 건설 후 구조를 바꾸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아울러 아파트 층간 바닥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층인 '슬라브'가 얇아 층간 소음에도 취약하다.

이 구조의 아파트는 '내력벽 철거' 없이 수직 증축이 불가능해 리모델링도 어렵다. 리모델링 추진 노후 단지들이 '내력벽 철거 허가'를 요구하는 이유다.

'기둥식 구조'는 90년대 이후 주상복합아파트에 주로 적용됐다. 수평 기둥인 '보'가 천장을 받치고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다. 벽이 하중을 지탱하지 않아 벽을 부수고 인테리어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등 융통성 있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무량판 구조'는 내력벽이나 보가 아닌 기둥이 슬라브를 지탱하는 구조다. 보를 사용하지 않아 내부 공간 이용의 효율성이 높고 벽식 구조에 비해 슬라브를 두껍게 구성해 층간소음에 유리하다.

특히 무량판 골조가 탄성 범위에서 설계할 경우 지진에 대해서도 안전하며 우리나라와 지역적 조건이 비슷한 미국의 동부 지역에서 아파트, 병원, 사무소 등 다양한 건물에 적용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붕괴 사고가 난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사용된 것이 맞다"면서도 "무량판 공법 자체의 문제보다는 설계나 시공 과정에서의 문제로 보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장소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사진=송재민 기자 makmin@

"안전한 공법…정확한 설계·시공이 더 중요"

무량판 구조는 내구성이 뛰어나지만 기존 벽식 구조보다 시공 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이에 과거에는 백화점이나 고층 상업용 시설에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층간소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 이후 무량판 구조를 활용한 아파트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삼성(2004년 입주)가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삼성동 헬기 추락사고 당시 헬기가 아이파크 삼성 25층에 부딪히면서 외벽이 일부 무너졌지만, 건물 구조에는 손상이 없었다.

다만 보가 없는 만큼 수평 하중에는 취약하다는 설명이 나온다. 설계나 시공상의 문제가 있으면 붕괴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일 검단 지하 주차장 붕괴 현장을 찾아 "무량판이 수평 하중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모든 조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볼 상황은 아니다"며 "원인이 여러 가지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설계·감리·현장 감독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철저히 복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도 "무량판 구조는 외국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안정성을 충분히 검증받아 건축에서 이미 많이 적용된 기법"이라면서 "정확한 설계대로 시공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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