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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 계약해지권, 누구한테 얼마만큼?…궁금증 셋

  • 2023.08.04(금) 09:42

'철근 뺀 아파트' 예비입주자에 계약해지권 등
계약해지 조건·손해배상 범위 미정…실효성은?
민간 아파트에는 강제 어려울듯…형평성 논란도

당정이 전단보강근(철근)을 누락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에게 계약해지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히면서 계약해지권 사용 범위와 실효성 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계약해지권을 사용할 수 있는 하자의 범위나 종류가 구체화되지 않았을뿐더러 중도금 대출 이자 등 계약해지로 인한 금전적 손해에 대해서도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아울러 민간아파트에는 계약해지권 부여를 강제할 수 없어 단지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일 오후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LH행복주택(파주운정A34) 지하주차장에 천막으로 가려진 공사 현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입주예정자에 계약해지권·입주자에 손해배상

당정과 지난 2일 오후 긴급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철근 누락 부실시공 아파트 입주자와 예비 입주자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고위당정협의회 직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이자 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김정재 의원은 브리핑에서 "입주예정자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재당첨제한이 없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할 것"이라며 "입주자에게는 만족할 만한 손해배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7년부터 LH가 무량판으로 발주해 시공사를 선정한 91개 단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총 15개 단지에서 기둥 주변 보강철근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관련기사: 철근 빠진 LH 아파트 15곳 공개…원희룡 "완벽 보강할것"(7월31일)

업계에서는 건설 중인 단지에서 예비입주자에게 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일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기존에는 건설 중인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공사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하자보수를 진행하기 때문에 계약해지까지 이어지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하자가 심각해 아파트를 (예비입주자에게) 인도할 수 없는 상황이면 공사를 지연해 보수를 진행한다"며 "공사가 늦어지면 예비입주자들은 지체보상을 받을 수 있고 공사 지연에 따른 계약 해지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도 "기본적으로 계약 해지는 상대방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다는 객관적 사유가 밝혀져야 한다"며 "가령 지하주차장이 무너졌지만 보강공사를 통해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원칙상)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공사 하자를 이유로 계약해지까지는 어렵지만 정부 차원에서 예비 입주자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이례적으로 계약해지권을 부여했다는 분석이다.

LH 관계자는 "원래는 중대한 하자가 있더라도 입주 전까지 보완할 계획이었다"면서도 "당정에서 계약해지권 부여를 언급한 만큼 내부적으로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LH행복주택(파주운정A34) 전경./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계약해지권 사용 조건과 보상 범위는?…혼란 가중 우려도

다만 업계에서는 예비입주자가 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의 피해 규모와 보상 범위가 정해지지 않아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은 3일 브리핑에서 "기본적인 방향은 입주자나 입주예정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입주예정자와 LH 간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계약해지나 손해배상이 무량판 구조에 한정한 것은 아니다"며 "(하자의 수준이)단순 보수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인지에 대해서 국민과의 인식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계약해지로 인한 금전적 피해보상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진 바 없다. 가령 계약해지를 할 경우 이전에 낸 중도금 대출이자 등과 관련해 어느 정도까지 보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오진 차관은 "전날 당정협의회에서 나온 얘기라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보상된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다만 입주 예정자들의 부담을 가급적 줄이도록 하겠다"고만 답했다. 

기입주자에 대한 손해배상에 관해서도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통상 손해배상액은 하자보수를 위해 필요한 금액을 대신 지불하는 금액이다. 이에 추가적인 보상 수준(위자료 등)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예림 변호사는 "기입주자 손해배상의 경우 통상 하자보수를 위해 지불한 금액만큼 하자보수에 갈음해 손해배상액을 지불한다(소극적 손해배상)"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 기준을 어떻게 정한다고 해도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사진=국토부 제공

민간건설사에 확대 가능성은?

정부가 공공기관인 LH가 발주한 아파트의 하자에 대해 계약해지권을 부여하거나 손해배상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민간 아파트 부실시공 건에도 계약해지권 등이 적용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토부는 최근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해서도 전수 조사를 하기로 했다. 민간 아파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질수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철근 빠졌나'…무량판 민간아파트 25만 가구 긴급점검(8월3일)

김 변호사는 "공공아파트에 적용하는 계약해지권을 민간아파트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평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민간아파트 시공사와 입주예정자 간의 협의를 끌어내기 위해 하자분쟁조정위원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오진 차관은 "민간아파트의 경우 시공사와 입주민·입주예정자 사이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입주민 요구 조건이 다 다를 수 있어 협의가 원활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하자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입주예정자들이 계약해지권을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예비입주자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사람들"이라며 "계약해지권을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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