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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부실시공]요즘 유독 잦아졌다고?

  • 2023.05.15(월) 06:30

'화정 참사' 충격에도 부실공사 줄이어
2020~2021년 '자재난 괴담' 나오기도
공사비 감액부담·출혈입찰·공기단축 영향?

부실시공 공포가 '우리 집'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지난해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주거 안전에 경고등이 켜졌다. 부실시공의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데다 향후 신도시 개발, 정비사업 등을 줄줄이 앞두고 있는 만큼 비즈니스워치가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살펴봤다.[편집자]

마음 편히 쉬어야 할 공간인 '집'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로 커진 불안이 채 사그라들기 전에 건물의 필로티 기둥이 터지고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는 등 아찔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선 2020~2021년 겪은 자재난 탓에 최근 부실시공 사고가 유독 잦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하지만 부실시공 문제는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했던 고질적인 이슈로 하루빨리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줄줄이 '와르르'…2020~2021 자재난 때문? 

최근 부실시공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해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가 시작이다. 신축 아파트 건물이 붕괴되면서 근로자 6명이 숨진 참사였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반년 전인 2021년 6월에도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을 위해 철거하던 학산빌딩 붕괴 사고(9명 사망)를 낸 바 있어 안전 관리 미흡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어 지난해 1월27일부터 중대재해법까지 시행되자 부실시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이다. 

이후 여러 시공사와 협력 업체들이 자체 안전 관리 강화 등에 나섰지만 부실시공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이달 인천 미추홀구 '용현 경남아너스빌'에선 옹벽이 무너졌고 경기 양주시 '옥정신도시 한신더휴'와 대구 수성구 '더트루엘수성'에서 어린이날 침수사고 등이 잇따랐다.

무엇보다 올해 3월엔 서울 중구 '서울역센트럴자이'의 필로티 기둥이 일부 붕괴했고, 4월엔 인천 검단지구 AA13-2블록 'LH 안단테 아파트'(가칭) 지하주차장 1~2층 상부 구조물이 무너졌다. 

두 사고 모두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서울역센트럴자이(2017년 준공)는 무려 1341가구가 살고 있고, 검단 안단테는 지하주차장 상부에 어린이놀이터가 들어설 예정이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졌다. 

더군다나 검단 안단테의 경우 시공사인 GS건설이 자체 조사한 결과, 설계와 달리 들어가야 할 철근이 누락됐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이에 시장에선 '2020~2021년 자재난' 의혹이 괴담(?)처럼 돌기도 했다. 한 커뮤니티에서 2020~2021년 당시 시공에 들어간 아파트들이 철근 부족, 원가 상승 등으로 인해 부실하게 공사했을 수 있다고 제기한 의혹이 온라인 상에서 빠르게 퍼졌다. 

연간 국내 철근 생산량 추이./그래픽=비즈워치

통계청에 따르면 주요 건설 자재인 국내 철근 생산량은 2018년까지만 해도 1000만톤(t)을 넘었으나 2019년 994만톤, 2020년 940만톤으로 크게 줄었다. 

여기에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운송비, 자재비 등이 올라 자재난을 겪었는데 일부 시공 현장이 공정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자재 일부를 누락했다는 것이다. 

어제 오늘 일 아닌데...이러다 내일도?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자재 부족뿐만 아니라 단순 과실, 감리 및 관리 소홀, 공정스케줄 등 부실시공에 미칠만한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년 전 철근난 등이 있긴 했다"면서도 "다만 복합적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순 있어도 단순히 그 이유 하나로 그 시기 시공한 아파트의 부실을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부실시공 문제는 그동안에도 꾸준히 있어 왔다. 코로나19 등 특정 시국이 아니어도 건설 경기가 좋을 땐 자재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증가, 자재난에 허덕이다가 부실시공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왕왕 드러난다. 

공사비와 공기를 맞추기 위해 비품(정품이 아닌 자재)이 유통되거나 자재를 누락하기도 하고 '자재 빼돌리기'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 2014년에도 세종시 도담동 '모아미래도'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시공사 관계자 등이 철근 350톤 상당을 빼돌려 되팔아 부당이득을 챙기기도 했다. 2017년 지진 피해가 컸던 포항 공동주택들 역시 철근 누락 등 부실 시공이 원인이었다. 

문제는 이런 부실시공 문제를 뿌리뽑지 못하면 앞으로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최근 몇년간 시공사들간에 출혈 입찰 등 입찰 경쟁이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19~2021년 부동산 상승기 때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을 따내기 위해 과하게 입찰 경쟁을 하면서 무리하게 공사비를 낮추고 공기 목표를 단축한 바 있다. 

또 2021년 철근난, 2022년 러-우 전쟁으로 인한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 급등과 같은 자재 수급 문제가 향후 2~3년 내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박철한 박사가 '건설 경기 변화에 따른 주요 건설자재 수요 변화 연구' 보고서를 통해 올해 건설자재 수요를 추정한 결과 시멘트는 지난해보다 대략 4.9~8.1%, 레미콘은 2.7~8.8%, 골재는 3.3~8.0%, 철근 및 봉강은 6.6~8.9%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검단 안단테에 적용됐던 '시공책임형 CM(건설사업관리)' 수주 방식도 일부 우려를 자아낸다. 이는 LH에서 공공주택사업을 발주할 때 활용하는 입찰 방식으로 공사비 절감액을 발주처와 시공사가 공유하게끔 돼 있어 시공사 입장에선 공사비 절감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절감 자체가 쉽지 않은데 발주처와 수익을 공유해야 되니까 발주처에게 수익을 어느 정도 갖다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연구소 대표는 "건설 자재비, 인건비 등이 오르면 시공사 입장에선 수익성 확보가 힘들어진다"며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과 계약을 할 때 에스컬레이션(물가인상분 등 반영) 조항을 두긴 하지만 큰 폭 인상되면 원만히 조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품질 자재를 쓰거나 누락하면서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노조 문제나 외국인근로자 증가 등에 따라 현장 관리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라며 "하루라도 빨리 정부의 엄중한 관리 감독과 더불어 건설업계의 적극적인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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