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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초읽기'…적정선은?

  • 2014.09.10(수) 17:55

정부·국회, 500원~2000원 인상안 검토중
세수효과 年 5조원…'사재기 열풍' 고심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는 방안을 놓고 막바지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담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모두 강력한 가격인상 의지를 갖고 '정면돌파'에 나설 방침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국민 건강 차원에서 담뱃세 인상이 필요하다"며 "10년간 가격 동결이고, 국제적으로도 낮은 수준이기 대문에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2일 "흡연율을 낮추려면 가격정책이 최선이기 때문에 담뱃값을 4500원 정도로 올려야 한다"며 대폭 인상을 시사했다.

 

담뱃값은 2005년 2500원으로 인상한 이후 한번도 오르지 않았고, 외국과 비교해서도 세금 비중과 가격 수준이 낮은 편이다. 정부는 오는 11일 오전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구체적인 담뱃값 인상폭을 확정한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담뱃값을 올리는 법안들을 연이어 쏟아내는 만큼, 관련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 10년째 2500원…세금비중 62%

 

1990년대와 200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애연가들은 2~3년마다 한번씩 오르는 담뱃값을 경험해야 했다. 1994년 900원이었던 담배값은 1996년 1000원으로 인상됐고, 이듬해에는 100원이 더 올랐다. 2001년 1300원, 2002년 1500원에 이어 2005년에는 2500원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그러나 이후 10년은 가격 변동이 없었다.

 

현재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과 부담금은 62%를 차지한다.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로 각각 641원과 321원이 책정돼 있고, 부가가치세는 227원이 부과된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과 폐기물부담금 7원까지 감안하면 1550원이 세금·부담금으로 빠져 나간다.

 

담배소비세 수입은 2012년 기준 2조 8812억원으로 전체 지방세 가운데 5.3%를 담당했다. 같은 기간 담배 판매를 통해 걷은 지방교육세는 1조 44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방교육세까지 합치면 전체 지방세에서 담배로 걷은 세금 비중은 8.0%까지 올라간다. 국세인 부가가치세에서는 담배를 통해 약 1조원 정도를 징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 국제 사회에서도 '최저가'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담배 가격과 세금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담뱃값(2500원)을 1로 볼 경우 아일랜드가 5.99배, 영국은 4.61배, 미국은 2.07배, 일본은 1.43배 높다.

 

유럽연합(EU) 산하 담배규제위원회가 OECD 22개국의 담배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담뱃값이 가장 싸다는 결과도 나왔다. 반면 우리나라 흡연율(15세 이상 성인 남성)은 2009년 기준 44.3%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46.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국내 담배세금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4%에 비해 12%포인트 낮고, 유럽 국가 중 세금이 가장 적은 룩셈부르크(69%)에도 못 미친다. 담뱃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동유럽 국가들도 세금 비중은 최소 77%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회 입법 착수…얼마나 올릴까

 

국회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담뱃값을 올리는 법안들이 상당수 제출돼 있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과 부담금을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연동시켜 인상하는 법안을 내놨다. 같은 당 김재원 의원은 담배소비세를 641원에서 1169원으로 인상하는 등 담배가격을 2000원 올리는 파격 법안을 제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과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각각 담배소비세를 757원과 775원으로 책정해 소비자가격을 500원 정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물가 연동을 통해 자동으로 담배세금과 가격을 인상시키는 장치도 마련해놨다.

 

정부도 담뱃값 인상폭을 1000원에서 2000원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 발표 후 담뱃값이 오르기 전 '사재기 열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입법 논의와 시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 증세 효과도 '쏠쏠'

 

정부는 담뱃값을 올리는 목적이 국민 건강 증진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세금 비중을 늘리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재정 수입에서도 쏠쏠한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2500원인 담뱃값을 500원 인상할 경우 1조 1200억원, 1000원 인상하면 1조 94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가 검토하는 최대 수준인 4500원으로 가격을 올리면 2조 7000억원의 세금과 부담금을 더 걷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리면 연간 담배 세금이 지금보다 5조원 이상 늘어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박근혜 정부로서는 임기 내에 증세(增稅) 카드를 꺼내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반대 여론을 잠재울 명분도 찾아야 한다. 담배가격 인상은 저소득층으로부터 세금을 짜낸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담배가격 인상으로 인한 추가 세부담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부담이 작다"면서도 "저소득층의 낙이 되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정서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담배세수를 저소득층에 대한 금연사업이나 건강증진에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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