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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잡고, 농민엔 풀고'..최경환의 세금 방정식

  • 2014.07.09(수) 17:25

담배 세금 인상 검토…1000원 올리면 세수 4조원
농어민 면세유·기자재 특례는 이미 10년 연장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풀어나갈 세금 정책이 윤곽을 드러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9일 인사청문회에서 기업과 소비자가 내야 하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는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과 같은 직접적 증세 대신 징세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기업을 옥죄는 국세청 세무조사는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정비 등 재원 마련의 핵심 기조도 이어갈 방침이다.

 

담배와 농어민을 향한 세금은 이미 해답이 나왔다. 국민 건강을 위해 담배에 붙는 세금이나 부담금을 늘리고, 농어민이 사용하는 석유에 세금을 받지 않는 '면세유' 제도는 2022년까지 유지한다. 정부가 스스로 세운 '증세 불가'와 '비과세·감면 정비'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세금 정책의 방향성은 뚜렷하게 정해졌다.

 

 

◇ 담배 세금 1000원 인상(?)

 

담배에 대한 최 후보자의 소신은 확고했다. 2004년 이후 한번도 오르지 않은 담배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후보자는 "국민 건강 차원에서 담뱃세 인상이 필요하다"며 "10년간 가격 동결이고, 국제적으로도 낮은 수준이기 대문에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는 담배소비세 641원과 지방교육세 321원, 부가가치세 227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연초안정화부담금 15원, 폐기물부담금 7원 등을 합쳐 1564원(62.6%)의 세금과 부담금이 따라 붙는다. 담배가격을 올리려면 세금이나 부담금을 더 받으면 된다.

 

담배에 붙는 세금을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가늠해 볼 힌트도 나왔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고 세수를 늘릴 방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담배소비세"라며 "세수를 4조~5조원 정도 걷을 수 있는 시점인데, 정부가 자신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나 의원이 제시한 4조~5조원의 세수는 담배소비세를 1000원 인상할 경우에 해당하며, 부가세(Sur-tax)와 마진을 포함한 실제 판매가격은 4000원 정도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정치권에서도 담배가격 인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담배소비세를 1갑당 641원에서 1169원으로 올리고, 궁극적으로는 담배가격을 2000원 인상하는 법안을 냈다. 같은 당 이만우 의원은 담배소비세율과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물가에 연동시키자고 제안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김재원 의원의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담배소비세 8109억원, 지방교육세 4055억원, 부가가치세 2708억원 등 1조4872억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

 

담배소비세는 안행부 소관의 지방세지만, 각종 부담금은 기획재정부가 관리 권한을 갖고 있다. 중앙정부의 공약 재원을 마련하려면 담배소비세를 국세로 전환해야 하고, '국민 건강'만을 위해서라면 기재부가 부담금을 늘리는 방식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담배가격 인상은 세금과 부담금, 판매사 마진 등이 얽혀있기 때문에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아직 국세 전환이나 세율 인상 범위를 논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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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어민에겐 '십년감세'

 

농어민들은 당분간 세금 감면이 사라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표적인 비과세·감면인 농어업용 석유류와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조항이 10년짜리 '자동 연장 티켓'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제도들은 조세특례제한법에는 내년 일몰 예정으로 명시됐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후속 대책에 따라 유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달부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합류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강원 속초·고성·양양)은 최 후보자에게 농어업용 면세유와 기자재 과세 특례 제도의 연장 여부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최 후보자는 "저도 농촌 지역구를 갖고 있던 사람으로서 질문의 방향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면세유와 기자재 영세율은 2011년 한미 FTA 비준에 따른 추가지원 대책에서 발표했는데, 10년간 유지하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어업용 면세유 제도는 2012년 6월 말 종료될 위기에서 2015년 12월 말까지로 한 차례 연장했고, 앞으로도 2022년까지 3년 단위로 갱신하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농어업용 면세유와 기자재 영세율로 깎아주는 세수 규모는 각각 1조5934억원, 1조3989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3조원 가량의 세수가 10년간 지원되는 셈이다.

 

국회에도 이미 과세특례 연장 법안들이 제출돼 있다. 농어촌을 지역구로 둔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 의원(제주 서귀포)과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동두천),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포항 남구·울릉)은 각각 농어업용 석유류와 기자재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제도를 각각 5·3·2년씩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냈다. 어차피 2022년까지 유지할 조항이기 때문에 개별 법안에서 제시한 연장 기간은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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