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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더 걷어야겠고..'헌칼' 꺼내드는 정부

  • 2014.07.16(수) 09:30

90년대 사내유보금·신축주택 세금 규정 '부활'
지하경제·비과세 정비는 10년째 '되풀이'

세금 정책에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내놓은 카드 가운데 상당수가 10여년 전에 봤던 정책들이다.

 

이미 목적을 달성하고 폐지된 제도를 끄집어내거나, 계획만 앞세운 채 실천하지 못했던 방안을 '업데이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정부 당국자들의 아이디어가 고갈됐거나, 과세 행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세법개정안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발표하기 위해 막바지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도 '싱크로율 100%' 정책들이 등장할지 이목을 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무색하게 만든 재탕 세금 정책부터 다시 한번 살펴본다.

 

 

◇ 사내유보금 과세(1991~2001)

 

곧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사내유보금 과세를 검토하고 있다. 관련기사☞ 기업 유보금 과세의 '불편한 진실'

 

기재부는 기업이 쌓아둔 유보금을 투자로 돌리고, 배당과 임금으로 흘러가게 만들어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11월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도 자본금 300억원 초과 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들에게 15%의 사내유보금을 추가 과세하는 법안을 냈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시행된 '적정유보초과소득 추가과세'는 비상장 대기업을 대상으로 유보금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법인세를 더 물리는 방식이었다. 도입 초기 자기자본 100억원 초과 또는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을 대상으로 25% 추가세율을 적용하다가 1994년부터 15%를 유지했다. 기업들의 자기자본 확충을 저해한다는 문제가 지적되면서 2002년 폐지됐다.

 

◇ 신축주택 양도세 면제(1998~2003)

 

지난해 만우절(4월1일)에 나온 부동산대책에서 정부는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금 면제 보따리를 풀었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한 신축주택과 미분양주택, 1세대1주택에 대해 5년 이내에 팔면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취득가액이 6억원 이하이거나 전용면적 85㎡이하인 주택에만 양도세 면제 혜택을 적용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1990년대 말 고급 아파트 집주인들이 무더기로 세금을 면제받은 '아픈 기억'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국민의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 대책으로 1998년 5월부터 2003년 6월까지 구입한 신축주택에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줬다. 이 무렵 분양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100만가구가 수억원대의 양도세를 절감하며 '조세형평성 붕괴'를 일으키기도 했다.

 

◇ 기술이전 과세특례(2000~2005)

 

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이전소득에 대한 과세특례 방안을 내놨다. 특허권이나 지식재산권과 같은 기술을 이전하면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나 법인세의 50%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세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중소기업들의 기술 거래를 유도해 개발자금을 회수하도록 지원한다는 명목이다. 정부로서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한다는 방침을 거스른 파격적 혜택으로 꼽는다.

 

기술이전소득 세액감면 제도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시행됐다. 당시에도 소득세·법인세 감면율은 50%였지만, 중소기업 외 중견·대기업이나 개인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2003년 말 일몰 예정이었던 규정을 2년간 연장했다가 세금감면 혜택이 소수의 일부 대기업에 편중된다는 '부자 감세' 논란이 제기되면서 폐지됐다.

 

◇ 지하경제 양성화 등(2003~)

 

박근혜 정부는 100조원이 넘는 복지 재원을 추가로 마련하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정비'를 투톱으로 내세우고 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소득세율을 올리거나 부유세를 신설하지 않고도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고, 조세형평성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국세청과 관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탈세 관련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다. 제3의 세수확보 대안으로 꼽히는 금융소득과세 강화는 그동안 부가가치세 세금을 물리지 않던 금융 거래나 상품에 과세하는 방식으로 임기 내 3조원의 세수를 확충할 수 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에는 이 모든 게 담겨 있었다. 세입기반 확충을 위해 조세감면을 축소하고, 자영업자의 세원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현금영수증과 금융거래정보 접근 확대 방안을 추진했다. 금융소득 과세 개선 방안도 담겨 있었다.

 

▲ 2003년 재정경제부 중장기 조세개혁 로드맵(출처=기획재정부)

 

◇ 자녀 증여한도 인상(1994~)

 

지난해 세법개정안에는 20년 만에 자녀에 대한 증여 한도를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부모가 성년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경우 공제 규모가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오르고, 미성년 자녀는 1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상됐다.

 

1994년 이후 한번도 개정하지 않은 탓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녀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증여 한도는 1981년 150만원부터 생긴 이후 1991년(1500만원)과 1994년(성년 3000만원)에 조정됐다.

 

◇ 담배가격 인상(2004~)

 

담배가격도 10년 만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건복지부가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고,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에서도 담배에 붙는 세금과 부담금 인상에 우호적인 입장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인사청문회에서 "세수 확보보단 국민 건강 차원에서 담뱃세 인상이 필요하다"며 "10년간 가격 동결이고, 국제적으로도 낮은 수준이기 대문에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의 담배가격 인상은 2004년이었다. 당시 정부는 담배소비세와 교육세, 건강증진기금, 유통마진 등을 조정해 담배 소비자가격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올렸다. 1994년 이후 7차례 담배가격을 인상해 왔지만, 지난 10년은 한 차례도 조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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