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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유보금 과세 '경우의 수'…당근과 채찍 사이

  • 2014.07.18(금) 16:42

배당세율 인하, 임금인상분 세액공제 등 대안
추가 과세 예외조항 주목…자기자본 크면 유리

정부가 경기살리기의 일환으로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풀어내기 위한 방안을 고심중이다. 지난 16일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첫 경기부양책인 만큼 당사자인 기업은 물론 시장에서도 유보금에 어떻게 세금을 매길 지 관심이 뜨겁다. 

 

최 부총리는 사내유보금을 배당이나 임금으로 돌리면 세제혜택과 같은 '당근'을 제시하고, 과도한 유보금을 보유한 기업에는 법인세를 추가로 물게 하는 '채찍'을 구상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과 세법개정안에서 사내유보금 관련 정책을 담을 예정이다. 유보금에 어떤 과세 방식이 적용될지 '경우의 수'를 따져봤다.

 

 

◇ 배당하면 세금 깎기

 

기업의 배당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로는 배당소득세를 깎아주는 방법이 첫선에 꼽힌다. 현재 기업이 개인주주에게 배당하면 15.4%(지방소득세 포함)를 원천징수한 후, 세금을 뺀 잔액을 주주에게 지급하고 있다.

 

배당소득세를 일정 기간동안 낮추면 그만큼 주주가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이 커지기 때문에 소비 진작 효과도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1000만원을 배당할 경우 주주는 15.4%의 세금을 뗀 후 846만원을 가져가지만, 배당소득세를 5%포인트(지방소득세 포함 5.5%p)만 내려도 901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배당세금 감면으로 생긴 55만원의 소득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다.

 

배당이 늘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들어와 국내 증시도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다. 외국에 비해 배당에 인색한 국내 기업들의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내유보금을 배당으로 돌리는 정책은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외국인들을 끌어들 호재로 꼽힌다.

 

주주뿐만 아니라 배당을 준 기업에도 혜택이 검토될 전망이다. 배당은 비용 처리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배당 이자 정도는 손금에 산입해 기업들의 배당 의욕을 높여주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 월급 올린 기업 '세금↓'

 

기업 유보금을 가계로 이전시키는 대안으로 임금이나 근로소득을 늘리도록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최 부총리는 지난 16일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부문에서 창출한 소득이 투자나 임금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월급을 인상한 기업에 대해 세액공제와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 지난해부터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임금인상 촉진세제'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임직원 급여를 올린 만큼 법인세에서 깎아주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은 2013년 기업의 급여총액이 전년보다 5% 이상 증가하거나, 1인당 평균 급여가 전년을 능가할 경우 급여총액 증가분의 10%(중소기업은 20%)를 법인세에서 공제했다. 그러나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급여총액 증가율을 2% 이상으로 낮췄다.

 

우리나라는 기업의 투자나 고용창출과 연계한 세액공제가 있지만, 임금 인상에 대한 세제 혜택은 없다. 기업들이 세제 인센티브를 고려해 월급을 올리면 근로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소비로 연결돼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 사내유보금 풀면 '끝'

 

사내유보금에 '페널티' 성격의 세금을 물린다는 정부의 방침은 확정적이다. 다만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완 대책에 관심이 쏠린다. 최 부총리는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대해 배당과 임금 등으로 가계로 흘러가게 할 경우 전혀 세금을 낼 필요가 없도록 디자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기업이 어느 정도의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적정 수준'을 따져본 후, 이를 넘어서는 유보금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추가로 과세할 방침이다. 배당이나 임금으로 흘러가는 유보금을 과세표준에서 제외하는 등 세금의 '예외 조항'이 작동될 수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배당이나 임금 인상이 이뤄지면 사내유보금 추가 과세를 면제하는 대안도 나온다. 기업이 사내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내기 싫다면 주주에게 배당하거나 임직원 월급을 올려서 과세를 피할 수 있다. 중견·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사내유보금 과세 부담을 덜기 위해 대기업과 다른 차등 세율을 적용하는 방법도 검토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 적정 사내유보금은 얼마?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얼마나 쌓아야 적당하고, 세금도 피할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이 낸 법인세법 개정안에는 기업의 '적정유보소득'에 대한 기준이 담겨 있다.

 

법안에 따르면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에서 세금과 이익준비금 등을 공제한 후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적정유보소득'으로 본다. 만약 지난해 15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기업이 각종 비용처리 후 세금까지 내고 1000억원이 남았다면, 올해 적정유보소득은 500억원이 되는 셈이다.

 

이 기업은 올해 500억원까지 사내유보금을 쌓아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사내유보금이 600억원이라면 적정유보소득을 초과한 100억원 가운데 15억원(15% 추가세율 적용)의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

 

자기자본이 많은 기업일수록 적정 사내유보금을 후하게 매기는 보완 규정도 있다. 소득금액의 50%와 자기자본의 10% 가운데 큰 금액을 적정유보소득으로 보는 것이다. 자기자본이 1조원인 기업의 적정 사내유보금은 1000억원이 되며, 이를 넘어서지 않으면 추가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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