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사내유보금 과세보다 중요한 것

  • 2014.07.21(월) 11:44

재계가 코너에 몰렸다. 여기저기서 곳간에 쌓아둔 사내유보금을 풀라고 아우성이다. 야당에서 문제 제기를 했을 때만 해도 지나가는 소나기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정부 여당마저 채찍(과세)과 당근(인센티브)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2기 경제팀을 이끄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대를 멨다. 사내유보금 과세 불가론에서 불가피론으로 입장을 180도 바꿨다. 2기 경제팀이 내수활성화를 명분으로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꼭 끌어다 쓰겠다는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사내유보금을 투자에 사용하면 고용이 늘어나고, 배당으로 나눠주거나 임금을 올려주는 데 쓰면 가계 소비여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경환 장관은 “기업의 과다한 사내유보금이 가계나 시장에 흘러나와야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겠는가 하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나름 탄탄한 논리체계로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의 공세에 밀리는 모양새다.

 

재계는 우선 ①문제의 발단이 된 '사내유보금 과다'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사내유보금=현금'으로 간주하고 과다하다고 말하는데, 사내유보금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1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내유보금은 현금성자산과 유형자산(공장, 설비, 토지 등) 등으로 이뤄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3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 가운데 현금성자산은 2008년 55조원(305조9000억원)에서 2012년 67조5000억원(443조4000억원)으로 늘었지만 그 비중은 18.0%에서 15.2%로 줄었다.


②배당으로 나눠줘도 가계로 흘러드는 돈은 크지 않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상장사 지분중 개인 대주주를 포함한 개인 지분은 23.6%(외인 32.9%, 법인 24.1%, 기관 16.1% 순)에 불과하다. 사내유보금이 많은 10대 기업의 경우는 개인 지분이 훨씬 더 적다. 삼성전자의 외인 지분율은 50%에 달하는 반면 개인(국내 기타) 지분은 13% 수준이다. 배당율 상향의 과실을 외국인이 따 먹는 셈이다. 여기에 임금을 올려줄 경우 대기업 직원만 혜택을 보게 돼 중소기업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는 역효과도 우려된다.

③정부는 사내유보금을 투자하는데 쓰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경기침체와 정부규제로 인해 투자할 곳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지 투자 자체를 회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이윤 창출이 기업의 목적인데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있는 데도 투자를 방관하는 기업이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투자 활성화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라며 “의지가 있어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관련 정보가 부족해 길을 찾지 못하는 데다 길을 찾아도 규제가 길목을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규제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지난 3월에는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7시간에 걸쳐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정부가 연말까지 10%를 줄이겠다고 했던 규제 건수(1만5308개)는 끝장토론 후 2개가 더 늘었다”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실효성이 별로 없는 사내유보금 과세에 매달리기보다 공무원들의 서랍 속에 처박혀 있는 케케묵은 규제를 꺼내 햇볕에 말리는 게 최경환 경제팀의 당면과제가 아닐까.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