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권거래세 세수입은 4조 6699억원으로 역대 가장 높은 징수실적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지만 주식거래와 관련해 투자자로부터 떼어가는 세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았다는 얘기다.
증권거래세는 단순한 거래세이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져도, 올라도 거래만 발생하면 세금을 걷을 수 있다. 주가에 연동해 세금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주가와는 상관없이 거래량이 많아지면 세수입은 늘어난다. 증시 상승국면에서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식투자에 나서면서 거래가 많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시장상황이 불안하거나 구조조정 등 기업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서 거래량이 늘어나는 경우도 적잖다. 즉, 시장이 활황이냐 불황이냐에 관계없이 대량 거래를 불러올 변수가 발생하면 세금은 많이 걷히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증권거래세는 정부가 올해 어느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든 대표적 세목중 하나로 꼽힌다.
# 변동성이 세수입을 극대화한다
최근 5년간 증권거래세 징수 추이를 보면 대내외 변수가 많았던 2011년과 2015년에 높은 세수 실적을 기록했다. 2011년에는 4조 2787억원이 걷혔고, 2015년에는 역대 가장 많은 4조 6699억원이 징수됐다.
2011년의 경우 중동과 아프리카 민주화운동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극도로 높았던 시기였다. 2015년은 대내 변수가 컸다. 제일모직와 삼성물산 합병을 비롯해 대기업 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이슈가 부각되면서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롯데가(家) 형제의 난과 대우조선 분식회계, 유통 대기업들이 무더기로 참여한 면세점 특허심사전도 2015년에 터졌다.
# IPO 급증한 2015년, 시가총액 영향도
2015년의 경우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난 점이 세수입에 영향을 끼쳤다. 시가총액은 2015년에 1445조원으로 전년대비 110조원이나 늘었다. 기업공개(IPO)에 나선 업체들도 많았다. 2015년 IPO를 실시한 기업수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총 121개로 2002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시가총액과 거래종목 증가는 증권거래세 세수 원천의 확대로 이어진다. 실제로 상장주식 거래량은 2015년에 2628억 4588만주로 전년도 1550억 406만주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 불안이 만드는 세수입..예측은 어려워
결국 증권거래세는 ‘불안’이나 ‘변동성’이 세수입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정부 당국의 입장에서는 세수입 예측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나라 살림을 계획하면서 어디에서 어느 정도의 세금이 걷힐지 예측해야 하는데 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5년 간 증권거래세 수입 실적과 예산안의 오차가 5000억원 이내였던 시기는 2011년 한 해 뿐이었는데, 이 때는 세입예산보다 3580억원 많은 4조 2787억원이 걷혔다. 그밖의 해는 들쭉날쭉했다. 2012년의 경우 세입예산보다 5674억원이 덜 걷혔고, 2013년에는 예산 대비 무려 1조 4617억원이 부족했다. 2014년에는 8680억원이 덜 걷힌 반면 2015년에는 오히려 7816억원이 더 걷혔다.
증권거래세 총수입이 연간 3조~4조원 수준인데 많게는 1조원이 넘는 변동성을 갖는다는 것은 세수 안정성을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2013년과 2015년의 경우 추가경정예산으로 변동폭을 대폭 줄였음에도 증권거래세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움직였다.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시장상황이나 불안요인 등에 따라 해마다 변덕을 부리는 증권거래세가 계륵같은 존재로 인식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