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에 살아도 `독립세대`임을 입증하면 1세대1주택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
국세청이 세대구성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 1세대1주택 양도세 비과세 적용을 배제한 사례에 대해 조세심판 당국이 무더기 취소 처분을 내리고 있다.
여기에는 양도세를 추징당한 납세자들이 독립세대를 입증하기 위해 통장·신용카드·관리비·의료보험증·자동차등록증 등 관련 증빙을 잘 갖춰 둔 게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22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결정된 양도세 심판청구 416건 가운데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사건은 86건(20.7%)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과세 처분이 취소된 사건은 53건(12.7%)이며 세액의 일부가 감액된 '경정' 처분은 21건(5.0%)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에 다시 돌려보낸 '재조사' 결정은 12건(2.9%)이었다.
양도세가 취소된 사건을 살펴보면 1세대1주택 비과세 판정에 대한 내용이 상반기에만 13건에 달했다. 국세청이 독립세대를 구성한 가족 구성원을 동일세대로 판단해 비과세 적용을 배제하고 과세에 나선 경우인데, 납세자들은 국세청을 상대로 독립세대 또는 독립생활 사실을 입증해 '취소' 결정을 받아냈다.
최근 조세심판원은 독립된 세대구성 여부를 주민등록지가 아니라 실제 생계를 구분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주민등록상 세대원이라도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에는 독립세대로 보는 것이다.
# 매월 지급한 임대료·생활비
2년 전 서울 강동구의 단독주택을 매각한 박모씨는 1세대1주택자로 신고했지만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양도세를 부과받았다. 국세청은 2층에 사는 딸(38세)이 경기 시흥시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며 박씨를 1세대2주택자로 판단했다.
박씨는 조세심판원에 2층에 사는 딸이 독립세대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딸이 매월 임대료와 생활비를 송금한 내역을 제출했다. 박씨는 자신은 독립된 생계를 유지했다며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자동차등록증 사본을 제시했다. 심판원은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1주택 비과세를 적용하는 게 맞다고 결정했다.
서울의 한 주택에 살던 권모씨도 옥탑방에 살던 딸(37세)이 다른 주택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양도세를 내게 됐다. 권씨는 호프집을 운영하던 딸을 대신해 외손녀의 양육을 맡았는데 거주하던 주택을 팔았다가 양도세를 추징 당한 것이다.
하지만 권씨는 딸과 같은 세대를 구성하지 않고 생계를 따로 해 왔다. 딸로부터 전기·가스·상하수도 비용을 비롯해 육아돌봄에 대한 사례비까지 매월 받아온 것이다. 권씨는 통장 내역과 소득금액 증명, 옥탑방 계단 사진자료까지 제출해 독립세대임을 입증했다.
# 아파트관리비·재직증명서
대전의 한 아파트에 살던 주모씨는 여동생(39세)이 대전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함께 살게 됐다. 따로 집을 보유하고 경제적 능력도 충분했던 자매는 아파트에 살면서 관리비와 식대, 생활필수품 등 의식주 비용을 각자의 월급으로 나눠서 부담했다.
언니 주씨가 아파트를 양도할 당시 동생은 2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국세청은 지난 1월 동일세대로 보고 주씨에게 양도세를 부과했다. 자매는 한 집에 살았지만 생계를 완전히 분리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관리비 납부현황과 재직증명서, 등기부등본, 주민등록초본, 은행계좌 금융거래 내역서 등을 증빙으로 제출했다.
조세심판원은 국세청 과세가 잘못됐다며 '취소' 결정을 내렸다. 심판원은 "연령이 30세 이상인 경우 배우자가 없어도 1세대로 규정한다"며 "자매가 따로 직업과 소득이 있었고 현실적으로 생계를 달리 하는 독립된 세대로 보인다"고 밝혔다.
# 의료보험증·자동차등록원부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41세)는 중학교 교사인 언니(43세)와 함께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이 아파트를 팔 당시 언니 소유의 아파트가 한 채 더 있었는데 국세청은 김씨를 2주택자로 보고 양도세를 부과했다.
김씨와 언니는 같은 집에 살았지만 주민등록상으로는 독립세대를 구성하고 있었다. 김씨는 건강보험증을 통해 보험급여를 받는 사람이 아버지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김씨는 자동차등록원부와 신용카드 명세서도 독립세대의 증거로 제시했다. 자동차등록원부를 통해 자매가 각각 차량을 소유한 사실을 입증했고, 신용카드 대금 지출 명세서로 생활비를 공동 부담한 사실을 밝혔다. 김씨는 심판원으로부터 독립세대를 인정받아 양도세를 돌려받았다.
# 통장에 '엄마 집세' 표시
서울의 한 아파트를 20년만에 판 유모씨는 1주택자여서 양도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학원강사인 딸(38세)과 함께 살았는데 딸 명의로 된 집이 한 채 더 있었다. 국세청은 유씨를 2주택자라고 판단해 양도세를 추징했다.
하지만 딸은 매월 소득의 20%를 유씨에게 용돈으로 보내는 등 사실상 생계를 따로 했다. 딸은 어머니에게 입금할 때 항상 '엄마 집세' '엄마 용돈' 등으로 꼼꼼하게 기재했다. 유씨는 딸의 통장 거래내역서와 등기부등본, 혼인관계증명서 등을 제출했다.
유씨는 "미혼인 딸이 이혼 후 혼자 지내는 엄마를 위해 함께 지내온 것"이라며 "같이 살아도 생계는 각자 책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판원도 유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양도세 과세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