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한 롯데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물갈이와 조직개편에 나섰다. 이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고 트렌드를 좇는 것이 아닌,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등 유통·식품·화학·서비스 부문 50여 개 계열사의 2020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인사는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과 연계한 조직 개편, 젊은 인재로의 세대교체가 핵심이다. 이런 인사 기조는 작년과 달리 운신의 폭이 넓어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지시하고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롯데는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사업부문별 역량 강화를 위해 롯데지주를 비롯해 유통, 화학 등 그룹 주요 사업부문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 성과 평가에 기반한 인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50대 중반의 CEO를 대거 선임했다.
◇ 롯데지주, '황각규·송덕용' 투톱으로 간다
우선 롯데지주는 주요 역량 집중 및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두 명의 대표이사가 각각의 업무 권한을 갖는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사업 및 글로벌 사업 전략과 재무, 커뮤니케이션 업무 등을 담당한다. 아울러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으로서의 역할도 계속해 나간다. 호텔&서비스BU장을 맡아왔던 송용덕 부회장은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다. 롯데지주에서는 인사, 노무, 경영개선 업무를 담당한다.
송 부회장의 이동으로 롯데지주에서 그룹의 재무 업무를 총괄하던 이봉철 재무혁신실장(사장)이 호텔&서비스BU장으로 이동한다.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은 재무1팀장 추광식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맡는다.
이봉철 사장은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재무 업무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다. 2012년에는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4년부터는 그룹의 재무혁신실장으로 근무하며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끌었다. 이 사장은 향후 호텔롯데 IPO 등의 현안을 해결하는 중책을 맡았다.
◇ 롯데쇼핑, 강희태 부회장 '통합체제'
유통 BU장에는 이원준 부회장이 물러나고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이와 함께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은 전면적인 조직 개편에 나선다. 롯데쇼핑은 사업부간 시너지는 최대화하면서 일관성 있는 투자 및 사업전략 수립을 위해 기존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사업부문을 롯데쇼핑 'One Top 대표이사' 체제의 통합법인으로 재편한다.
롯데쇼핑 통합법인은 쇼핑 내 전 사업부의 투자 및 전략, 인사를 아우르게 된다. 기존 각 계열사들은 사업부로 전환된다. 각 사업부장들은 사업부의 실질적인 사업 운영을 담당한다. 신임 유통BU장인 강희태 부회장은 롯데쇼핑 통합 대표이사로를 겸임한다. 유통부문이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신임 강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줘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1월 1일로 예정된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을 통해 통합 케미칼 대표이사 아래 기초소재사업 대표와 첨단소재사업 대표체제로 개편된다. 통합 케미칼의 대표이사는 김교현 화학BU장이 겸임한다.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유임됐다. 첨단소재사업 대표는 이영준 롯데첨단소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롯데칠성음료도 기존 음료와 주류 각자 대표이사 체계에서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이영구 대표이사 체제로 통합됐다.
◇ 계열사 대표들 연쇄이동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BU장 이동 및 주요 계열사의 조직개편으로 많은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변경됐다. 또한 조직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 온 계열사 대표이사 및 조직장 들이 그 성과를 인정 받아 승진했다. 지주의 경우 박현철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의 사업본부 대표를 사업부장으로 조정한 롯데쇼핑은 문영표 부사장이 롯데마트 사업부장으로 유임된 것을 제외하고는 4개 사업부 수장이 모두 교체됐다. 백화점 사업부장에 황범석 롯데홈쇼핑 전무, 슈퍼 사업부장에 남창희 롯데마트 전무, e커머스 사업부장에 조영제 롯데지주 전무, 롭스 사업부장에 홍성호 롯데백화점 전무가 선임됐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코리아세븐 대표이사는 최경호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내정됐다. 롯데컬처웍스 대표이사는 기원규 롯데지주 전무가 맡는다. 롯데멤버스 대표이사는 전형식 롯데백화점 상무가 전무로 승진, 임명됐다.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로는 정경문 전무가 내부 선임됐다. 롯데비피화학 대표이사로는 김용석 롯데케미칼 전무가 내정됐다. 롯데중앙연구소 대표이사는 이경훤 전무가 내정됐다. 롯데자이언츠 대표로는 이석환 롯데케미칼 전무가 내정됐다.
호텔롯데의 신임 대표이사는 김현식 전무가 내정됐다. 롯데월드 신임 대표이사는 최홍훈 전무가 내정됐다. 최 전무는 롯데월드로 입사해 대표까지 역임하게 된 최초의 공채 출신 대표이사다. 롯데상사 대표이사로는 정기호 상무가 내부 선임됐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대표이사로는 최세환 상무가 전무로 승진, 내정됐다. 최 전무는 51세로 이번 신임 대표이사 중 최연소다.
◇ 여성·외국인 임원 확대
한편 롯데는 그룹 쇄신을 위해 그룹 전체 임원의 규모를 소폭 축소하는 상황에서도 여성 신임 임원 3명을 늘리는 등 여성임원 확대 기조를 유지했다.
이번 임원인사로 진은선 롯데칠성음료 디자인센터장, 조수경 롯데슈퍼 온라인사업부문장, 유혜승 롯데홈쇼핑 OneTV부문장, 강수경 롯데첨단소재 선행디자인부문장이 승진했다. 양수경 대홍기획㈜ 전략솔루션1팀장, 장여진 ㈜호텔롯데 마케팅부문장, 박미숙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운영팀장이 새롭게 여성임원으로 선임됐다.
또 이번 임원인사에서도 글로벌 임원 확대 기조는 이어졌다. 롯데제과는 현지법인의 수익성 개선과 시장점유율 1위 수성에 기여한 카자흐스탄 라하트(Rakhat) 법인의 콘스탄틴 페도레츠 (Konstantin Fedorets) 법인장과 인도 하브모아 (Havmor) 법인의 아닌디야 두타 (Anindya Dutta) 법인장을 임원으로 선임했다.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의 휴메이르 이잣(Humair Ijaz) 법인장도 실적개선의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보B에서 상무보A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