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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팔도 잡아라'…농심·오뚜기 '여름전쟁'

  • 2020.04.22(수) 17:20

농심 '칼빔면'·오뚜기 '진비빔면'…출시 초 인기몰이
여전히 굳건한 '팔도 비빔면' 아성, 이번에는 깨질까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국내 라면시장에서는 매년 여름마다 전쟁이 벌어집니다. 바로 '비빔면' 전쟁인데요. 비빔면 업계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팔도를 비롯해 농심과 오뚜기, 삼양 등 주요 업체들은 여름을 앞두고 줄줄이 신제품을 쏟아내며 경쟁에 나서곤 합니다.

실제 여름철이 되면 비빔면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 매출도 쑥쑥 늘어난다고 하는데요. 이에 맞춰 신제품 등을 선보이면서 '여름 전쟁'을 벌이는 겁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우선 농심은 최근 칼빔면이라는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시중에 나온 비빔면 제품들과는 다르게 굵은 면발이 특징인데요. 칼국수 면의 찰진 식감에 '김치 비빔소스'를 더해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합니다.

농심은 이번 신제품 출시에 맞춰 지난 8일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5000세트를 미리 판매했는데요. 6시간 만에 완판을 기록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습니다. 

오뚜기는 '진비빔면'이라는 신제품을 내놨습니다. 오뚜기는 이 제품에 '타마린드'라는 열매로 양념소스를 만들어 '시원한 매운맛'을 냈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기존 비빔면 제품보다 양을 20%가량 늘린 것도 특징입니다. 비빔면은 양이 적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건데요. 이 제품이 출시된 지 한 달정도 됐는데 700만 개가량 팔리면서 초반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삼양식품 역시 지난 2월 '열무비빔면'을 리뉴얼 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불타는 고추비빔면'과 '도전! 불닭비빔면' 등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했습니다.

팔도의 경우 지난해 선보인 '괄도네넴띤(팔도비빔면 매운맛)'에 이어 '팔도BB크림면'이라는 확장판 제품을 선보였는데요. 기존 스프에 크림분말스프를 더해 '부드러운 매운맛'을 냈다고 합니다. 

라면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경쟁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국내 비빔면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896억원 정도였던 비빔면 시장 규모는 2018년 1318억원가량으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라면시장이 2조 1613억원에서 2조 1476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한 것과 비교하면 '매력적인' 시장인 게 분명합니다.

특히 비빔면의 경우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 시기가 되면 더욱 놓쳐서는 안 되는 시장입니다.

이는 대표 제품인 팔도 비빔면의 분기별 매출 추이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팔도 비빔면은 2018년 1분기 소매점에서 107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는데요. 그러다가 여름철이 포함된 3분기에 209억원으로 정점을 찍습니다. 이후 4분기에는 81억원으로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는데요. 여름 한철 장사가 그만큼 중요한 시장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올해 여름 전쟁은 어떤 구조가 펼쳐질까요. 과연 경쟁사들이 이번에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팔도비빔면'의 아성을 깰 수 있을까요. 아니면 언제나처럼 결국 팔도의 싱거운 승리로 끝나게 될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사실 국내 비빔면 시장에서 팔도의 입지는 그야말로 탄탄합니다. 일단 비빔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60%에 달한다고 하고요. 지난 1984년 출시된 이래 한 번도 연간 매출이 줄어든 적이 없다고 합니다. 2018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1억 개를 넘어섰고, 작년에도 1억 1500만 개가량이 팔렸다고 합니다. 성수기인 7월 한 달간 판매량만 1850만 개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여름 전쟁은 언제나 팔도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일부 경쟁사 제품들이 인기를 끈 적은 종종 있었습니다. 가령 지난 2018년 오뚜기가 내놓은 '진짜쫄면'은 출시 66일 만에 1000만 개를 판매하는 등 인기몰이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결국 팔도 비빔면의 '아성'을 깨뜨리지는 못했습니다.

라면을 비롯해 국내 식품업계에서 신제품이 등장하자마자 '왕좌'를 차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 '하얀국물' 열풍을 불러일으킨 꼬꼬면을 봐도 그렇죠. 결국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자 익숙한 신라면이나 진라면으로 돌아섰습니다.

비빔면 시장 역시 매년 경쟁력 있는 신제품들이 선보이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팔도를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시장에서 사라진 제품들도 적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비빔면은 팔도"라며 돌아서곤 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그러라는 법은 없겠죠. 당장 올여름에 팔도의 아성이 깨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경쟁사들의 제품이 차근차근 시장에 자리 잡는다면 훗날 '대세'가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올여름 비빔면 전쟁의 관전 포인트는 '어느 신제품이 살아남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살아남아야 언젠가 '승자'가 될 기회를 엿볼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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