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독감)를 예방하는 독감 백신 매출이 무려 8배나 증가했다. 코로나19와 독감 중복 감염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의 올해 3분기 독감 백신 매출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작년 동기 대비 무려 8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에는 56억 원 수준이었던 독감 백신 매출은 올해 3분기 467억여 원까지 대폭 증가했다.
독감 백신 매출이 두드러진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다. ‘스카이셀플루4가’ 백신은 지난해 12억 원에서 올해 211억 원대로 무려 17배 이상 늘면서 매출 1위에 올랐다. 국내 독감 백신 시장을 잡고 있었던 GC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는 88억여 원으로 전년 보다 매출이 4배 이상 증가했다.
'스카이셀플루4가' 백신이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를 훌쩍 뛰어넘은 건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포배양 독감백신으로는 세계 최초로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획득한 영향이다. WHO PQ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백신 제조과정, 품질, 임상시험 결과를 평가해 안전성 및 유효성을 인증한다.
이밖에 일양약품 ‘테라텍트’, 사노피아벤티스 ‘박씨그리프테트라’, 보령바이오파마 ‘플루V테트라’ 등 국내 유통되는 모든 4가 독감 백신의 매출이 모두 늘었다.
특히 올해 3분기에는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3가 백신을 과감히 포기하고 4가 백신에 올인(All-In)하는 모습이다. 3가 백신은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 2종(H1N1, H3N2)과 B형 바이러스 1종(빅토리아)을 예방한다. 4가 백신은 3가 백신에 B형 바이러스 1종(야마가타)을 더 예방할 수 있다.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백신, 사노피아벤티스, 한국백신, LG화학 등이 3가 백신 생산 및 판매를 중단했다. 보령바이오파마와 GC녹십자는 3분기 초에 물량을 풀었다가 이후부터는 4가 백신 생산 및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독감 백신 매출 급증과 4가 백신에 수요가 몰린 이유는 코로나19 영향이다. 코로나19는 독감과 증상이 매우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기침, 발열이 나타나고 나아가 폐렴 증상으로 발전할 위험까지 흡사하다.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힘들어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를 위험도 높다. 실제로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되면 사망률이 6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공포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보건당국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처음으로 4가 백신을 선정했다. 지난해까지 비교적 저렴한 3가 독감 백신을 선정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동시 감염 우려에 따라 4가 백신을 선정한 것이다. 또 국민들에게 코로나19와 독감 중복 감염의 위험성을 알리고 독감 백신 접종을 독려하면서 4가 백신 유료접종에 대거 몰렸다.
다만 독감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무조건 안전지대에 놓인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백신의 예방효과는 70~80% 수준이고 접종했더라도 2~3주 후에 면역력이 생기는 만큼 한 달 정도는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