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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끗]③활명수의 마지막 퍼즐 '부채표'

  • 2021.02.01(월) 09:47

활명수 인기에 유사품 봇물…'부채표' 상표 등록
'까스명수' 등장으로 '탄산 전쟁'…'까스 활명수'로 맞불

역사적인 사건에는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역사책의 내용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때 다른 결정을 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말이 익숙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꼭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많은 제품에도 결정적인 '한 끗'이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들의 경우 결정적 한 끗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절묘한 한 끗 차이로 어떤 제품은 스테디셀러가, 또 어떤 제품은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비즈니스워치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의 결정적 한 끗을 찾아보려 합니다. 결정적 한 끗 하나면 여러분들이 지금 접하고 계신 제품의 전부를, 성공 비밀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저희와 함께 결정적 한 끗을 찾아보시겠습니까. [편집자]

#너무잘나가 #봇물터진미투제품 #열받은동화약방

활명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합니다. 비싼 가격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습니다. 그 덕에 동화약방도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는 법. 활명수의 인기를 지켜본 주변 약방들이 잇따라 아류작들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미투(Me-too)제품'인 셈입니다.

활명수 미투제품들은 일단 이름부터 비슷했습니다. 1910년대 시중에는 활명회생수(活命回生水), 활명액(活命液), 생명수(生命水) 등 60여 종의 유사 제품이 난립했습니다. 물론 활명수의 제조비법을 따라갈 수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원조인 활명수를 위협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활명수와 유사한 제품들은 1990년대까지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으니까요.

동화약품 부채표 상표등록
1910년 6월 21일자 황성신문에 실린 '부채표' 상표. 동화약방은 1910년 부채표 상표등록을 하고 부채표에 '등록인가(登錄認可)'라고 명시해 상표등록을 했음을 밝혔다.(자료 : 국립중앙도서관 고신문디지털컬렉션).

유사 제품 난립에 동화약방은 고민에 빠집니다. 원조인 활명수를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바로 상표등록입니다. 동화약방은 1910년 '부채표' 상표를 등록합니다. '부채표가 아닌 것은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이미 이때부터 시작된 셈입니다. 당시로서는 상표권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을 때였습니다. 이때 동화약방은 이미 한 시대를 앞서가는 행보를 보입니다.

동화약방의 '부채표' 상표등록은 국내 최초 기록입니다. 이어 1919년에는 활명수 상표를 보호하기 위해 아예 '활명액'도 상표등록을 합니다. 동화약방의 상표등록으로 동화약방 이외의 다른 약방들은 활명수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동화약방은 상표등록이라는 방법을 통해 유사 제품들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립니다. 신의 한 수였죠.

#까스의힘 #움찔한활명수 #우리도탄산으로간다

그럼에도 활명수의 미투 제품들은 계속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만큼 국내 소화제 시장에서 활명수의 입지가 탄탄했다는 방증일 겁니다. 경쟁사에서 아무리 신제품을 내놔도 활명수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활명수와 제조법이 유사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성분도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동소이했습니다.

그런데 1965년 국내 소화제 시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삼성제약에서 '까스명수'를 출시한 겁니다. 까스명수는 국내 최초 탄산계 드링크 소화제입니다. 삼성제약은 당시 소비자들이 콜라나 사이다와 같은 탄산음료를 즐겨 마시기 시작한 것에 착안해 소화제에 탄산가스를 주입했습니다. 탄산이 주는 청량함과 체기를 내리는 듯한 기분을 준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면서 큰 인기를 끕니다.

까스명수 광고
1965년 10월 5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까스명수' 광고. (자료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사실 동화약품은 까스명수의 등장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경쟁자들의 끊임없는 도전에도 활명수의 파워는 사그라들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소비자들이 하나둘씩 까스명수를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제약의 선택은 적중했습니다. 까스명수는 수십 년간 소화제 시장 1위를 굳건히 지켜왔던 활명수를 위협했습니다.

까스활명수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동화약품은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고민에 빠졌습니다. 수십년을 이어온 방식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트렌드에 맞게 우리도 탄산에 손을 대야 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국 대세에 따라 동화약품도 탄산을 선택합니다. 1967년 동화약품도 마침내 '까스 활명수'를 출시합니다.

동화약품 부채표 까스활명수
1967년 8월 9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까스활명수' 광고. 동화약품은 삼성제약의 '까스명수'에 맞서 67년 까스활명수를 출시하고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다. (자료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까스 활명수' 출시로 동화약품은 다시 소화제 시장을 되찾습니다. 까스명수로 갔던 소비자들은 다시 활명수로 돌아옵니다. 동화약품은 새삼 트렌드의 힘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후 까스 활명수는 동화약품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습니다. 기존 활명수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트렌드 변화에 부합한 제품을 내놓은 것이 주효한 셈입니다. 하지만 삼성제약의 공격은 짧지만 강렬했습니다. 동화약품으로서는 한숨을 돌렸죠.

#마른하늘에날벼락 #의약외품 #요건몰랐지

까스활명수와 까스명수의 대립은 숙명인가 봅니다. 다시 두 제품이 붙습니다. 때는 2011년 정부가 ‘의약외품’을 지정해 소화제나 감기약 중 일부를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부터입니다. '일반의약품'은 약국에서만, '의약외품'은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판매할 수 있게된겁니다. 자,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까스활명수와 까스명수의 희비가 엇갈립니다.

정부는 까스활명수는 일반의약품으로, 까스명수는 의약외품으로 지정했습니다. 까스활명수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입니다. 까스활명수로서는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판매될 수 없으니 그만큼 판매 채널이 줄어들게 됐습니다. 반면 까스명수는 쾌재를 불렀습니다. 좀 더 많은 소비자가 찾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가 가능해졌으니 얼마나 좋았을까요.

동화약품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까스 활'입니다. 까스 활은 까스명수가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입니다. 까스활명수가 일반의약품으로 지정된 것은 현호색(玄胡索)이라는 약재 때문입니다. 현호색은 식품이 아닌 약품으로 등록돼있어 의약외품에 포함될 수 없었던 겁니다.

이에 따라 동화약품은 '까스 활'에는 현호색을 뺐습니다. 또 까스활명수에서 글자 수가 줄어든 만큼 '까스 활'에 들어가는 생약 성분도 기존 까스 활명수 보다 줄였습니다. 까스활명수의 라이트 버전 정도로 보면 됩니다. 동화약품은 까스 활을 앞세워 편의점과 마트까지 공략하기 시작합니다. 약국에, 편의점과 마트까지 전방위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동화약품은 국내 소화제 시장의 왕좌를 다시 굳건히 지킵니다.

늘 1등 소화제로 익숙한 활명수도 참 이런저런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경쟁사들도 어떻게든 활명수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고군분투했고요. 동화약품은 상표권 등록부터 트렌드 변화에 맞춘 제품 신제품 출시 등으로 시장을 지켜왔습니다. 다음 [결정적 한끗]에서는 활명수 편의 하이라이트들이 펼쳐집니다. 그동안 활명수 스토리를 보셨다면 이제는 활명수 속으로 들어가 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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