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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버티기 힘들다"…과자·라면·치킨 값 또 오르나

  • 2022.06.24(금) 06:50

원자재 가격 급등…불확실성 더 커져
"하반기 어려움 더 커질 것" 한 목소리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식품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가 부담 가중이 지속한다면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더 심해질 수 있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국제적 인플레이션 등 악재가 겹쳤다. 환율마저 치솟으면서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인상 요인에 맞서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 소비자들의 저항감이 심하고 새 정부의 눈치도 봐야 한다. 

과자·라면·치킨 '사정권'

그동안 제품 가격을 동결해왔던 식품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원부자재 가격이 더는 버티기 힘든 수준까지 올라서다. 대표적으로 9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았던 오리온도 고민에 빠졌다. 오리온은 그동안 원부자재 통합구매, 비핵심사업 정리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 왔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젠 원부자재 가격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며 "가격 인상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미 한차례 가격을 올렸던 업체들은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농심, 팔도,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 업체들은 지난해 가격을 인상했다. 매출은 올랐지만 원가 부담 탓에 영업이익률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업계는 당시의 가격 인상도 효과를 다했다는 입장이다. 밀가루와 유지류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들이 또 다시 가격 인상 카드를 고민하고 있는 이유다. 

'3만원 치킨'이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도 커졌다. 닭 사육에 쓰이는 곡물 사료 가격도 연일 오르고 있다. 유가도 급등해 운송비도 만만찮다. 펄프와 호일 등 포장재 가격도 상승세다. 교촌F&B, BHC, BBQ 등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지난해부터 가격 인상에 돌입했다. '2만원 치킨' 시대가 열리기 무섭게 이젠 '3만원 치킨'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소비자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내년이 더 두렵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난달 곡물가격지수는 지난달 173.4를 기록했다. 통계를 작성한 1990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세계의 곡창'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파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도 원부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수입 팜유의 가격도 아직 높은 수준이다. 국내 수입 팜유의 가격은 지난 3월 톤당 14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뛰었다. 앞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식량 안보'를 이유로 팜유 수출을 제한하기로 한 영향이다. 최근 다시 수출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가격 반영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수입 물가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업체들의 원재료 수입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돌파했다. 업계는 원재료 비축분 구입 시점을 놓고 고민에 빠지고 있다. 특히 밀가루의 원료가 되는 '소맥'을 수입해야 하는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등의 타격이 예상된다. 

대비책 있나…가격 인상 '눈치'

업계는 사실상 대비책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부분 주요 원부자재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곡물 자립도는 10%로 낮은 수준이다. 밀가루나 팜유 등 원산지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재료가 바뀌면 제조 방법과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보통 식품업체들은 6개월에서 9개월분의 원재료를 비축해 놓는다. 문제는 비축분이 소진되는 시점이다. 이후에는 본격적인 가격 인상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가격 인상도 여의치는 않다. 이미 지난해 가격 인상을 단행한 만큼 소비자 저항이 거세다. 물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5%를 돌파했다. 6월에는 6%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새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업체들에게 큰 부담이다.

반면 정부 대책은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해바라기씨유 △밀 △밀가루 △돼지고기 △사료용 근채류 등 7종에 대한 관세를 면제했다. 하지만 식품업체가 주로 사용하는 팜유와 대두는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밀과 밀가루의 경우도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과 호주 등 무관세인 곳이 많다. 업계가 정부의 대책에 대해 '생색내기'라고 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에 나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제 곡물가와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 물가 상승 요인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원가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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