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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과자값'은 옛말…내년엔 내릴까

  • 2022.09.29(목) 07:19

원재료 가격 급등에 릴레이 가격인상
밀·옥수수·팜유 등 3대 원재료 급등
"일시적 요인 이용해 가격인상" 비판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얼마 안 되는 돈을 '과자값'이라 쉽게 부르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주요 제과 기업들이 연이어 가격을 올리면서 1000원짜리 한 장으로는 과자 한 봉지도 살 수 없게 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에는 그간 인상 릴레이에 동참하지 않던 오리온까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그만큼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쟁이라는 일시적 요인 때문에 생긴 원가 인상 요인을 가격 인상에 반영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시 원재료 가격이 내려간다고 이미 올린 제품 가격을 내리겠냐는 지적이다.

네가 올리면 나도 올린다

오리온·롯데제과·해태제과·농심·삼양식품·빙그레 등 스낵류를 판매하는 주요 제과 기업들은 올해 모두 가격 인상에 나섰다. 가장 먼저 농심이 총대를 맸다. 3월 새우깡 가격을 1300원에서 1400원으로 올리는 등 주요 스낵류 가격을 평균 6% 올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여파가 본격화되며 다른 제과 기업들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4월에는 롯데제과가, 5월에는 해태제과가 스낵류와 초콜릿 가격을 10% 이상 올렸다. 롯데제과는 앞서 3월에도 빙과류 20여종의 가격을 13% 인상하기도 했다.  

마트에서 스낵을 구매하는 소비자./사진제공=오리온

9월엔 경쟁사들의 가격 인상 릴레이에도 꿋꿋하게 동결을 이어 왔던 오리온이 백기를 들었다.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를 비롯해 포카칩, 예감 등 주요 스낵류 가격을 15% 넘게 인상했다. 오리온이 제품 가격을 올린 건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오리온은 4000원이던 초코파이 1박스를 4800원으로 20% 올리는 등 대규모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오는 10월부터는 빙그레와 삼양식품 등 '스낵 마이너'들도 대세를 따르기로 했다. 빙그레는 오는 내달 1일부터 꽃게랑 등 스낵 6종의 가격을 13.3% 올린다. 빙그레가 스낵류 가격을 올리는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삼양식품도 사또밥과 짱구 등 3개 스낵 가격을 15.3% 높인다. 2016년 이후 6년여 만이다. 

가격 인상 트렌드 '조금씩 자주'

최근 제과업계 가격 인상의 트렌드는 '조금씩 자주'다. 짧으면 2~3년, 길면 5년에 한 번씩 대폭 가격을 인상하는 것보다 작은 단위로 1~2년마다 올리는 게 낫다는 계산에서다. '국가대표' 스낵 브랜드인 농심 새우깡이 대표적이다. 

농심은 2011년 5월 800원이었던 새우깡 가격을 900원으로 100원 올렸다. 3년 만의 인상이었다. 이듬해인 2012년에도 100원을 올린 농심은 이후 2년마다 100원씩 규칙적으로 인상했다. 2018년 인상 이후 코로나19가 겹치며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았지만 올해엔 3월과 9월 2차례나 가격을 올렸다.

롯데제과와 해태제과도 지난해 하반기 한 차례 가격 인상에 나선 바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해태제과는 지난해 8월과 올해 5월에 각각 가격을 올렸다. 기간으로 따지면 채 10개월이 되지 않는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제품을 가격 인상 행렬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신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간의 인상요인을 적용한 뒤 출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른 제품들의 가격 인상 때 신제품 가격을 함께 올리는 건 사실상 '2회 인상'과 같은 효과라는 지적이다. 

"우리 진짜 어려운데…"

제과업계도 할 말은 있다. 실제로 가격 인상 요인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과자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재료인 옥수수와 밀가루, 팜유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1년 전 대비 70~80% 이상 급등했다. 2020년 6월 톤 당 183달러였던 밀가루 가격은 2021년 6월 246달러로 34% 급등했다. 톤당 700달러선이었던 팜유 가격도 1100달러대로 치솟았다. 냉동감자 단가도 30% 넘게 올랐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기업들도 올해 가격 인상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고심 끝에 가격을 올렸는데 갑자기 전쟁 이슈가 찾아와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 인상도 코로나19 때문에 시기를 늦추고 늦추다가 결정한 것"이라며 "가격 인상 효과를 보기도 전에 전쟁이 터지면서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농심은 올해 2분기 국내 실적이 적자를 기록했다. 24년 만이다. 롯데제과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30% 가까이 줄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이익률을 자랑하는 오리온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1%포인트 넘게 감소했다. 

내년에는 가격 '인하'?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과 원재료가격 급등을 앞세워 가격 인상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밀과 팜유 등의 가격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도 기업들이 가격을 다시 내리지는 않을 것이란 의심이 있기 때문이다. 

전례도 있다. 지난 2008~2009년 밀가루값이 폭등하자 농심과 롯데제과 등은 제품 가격을 크게 올렸다. 이후 밀가루값이 안정되면서 제분업체들이 밀가루값을 내렸지만 기업들은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이후 정부와 여론의 압박에 못이겨 2010년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인상폭에 비해 인하폭이 낮았다. 다른 부재료 가격이 올랐다는 핑계를 댔다. 

최근 가격 인상에 나선 제과업체 중 원재료 가격이 안정되면 가격을 다시 내리겠다고 밝힌 곳은 오리온이 유일하다. 오리온 측은 "원부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이 하향 안정화될 경우 제품의 양을 늘리거나 가격을 인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우상향하는 상황에서 한 원재료의 가격인상 요인이 해소됐다고 바로 가격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며 "다음 가격 인상 시기가 늦춰지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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