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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결국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 2022.08.27(토) 10:05

[주간유통]농심, 라면값 1년여 만에 11.3% 인상
실적 악화·원료값 인상 탓…라면값 인상 신호탄
내년 실적에 긍정적…여타 식품 가격도 인상될 듯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농심은 왜 '적자'를 공표했을까

판도라의 상자 : 많은 재난의 근원이라는 의미로 쓰이며, 알면 위험해질 수 있는 비밀 등을 이르는 말.

이번 주에도 농심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핫합니다. 농심이 결국 가격 인상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24년 만에 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했던 만큼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상 밖에는 없었을 겁니다. 이미 예상됐던 바이기도 했고요. 농심의 실적 발표 이후 업계 등에서는 "농심이 곧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농심의 움직임을 주시했습니다.

업계가 이렇게 예상했던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농심이 적자를 기록한 만큼 향후 실적 방어를 위한 가장 확실하고도 빠른 대처는 가격 인상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농심의 실적 발표 뉘앙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많은 기업들은 적자를 기록했을 경우 이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매출이 늘었다면 그것을 맨 앞으로 내세웁니다. 하지만 농심은 24년 만에 분기 기준 적자를 공표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를 두고 업계와 시장에서는 농심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 위해 사전에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적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농심에게 무척 뼈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농심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이라는 카드를 빼들기 위해서는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했을 거라는 추측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적자라는 부분을 오픈했을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이유야 어찌 됐건 농심은 결국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농심의 가격 인상이 무슨 판도라의 상자냐고 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농심의 가격 인상은 큰 타격입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격이 라면과 치킨입니다. 농심은 국내 라면 1위 업체입니다. 농심이 가격을 인상했으니 이제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설 이유가 생겼습니다.

'신라면' 확 오른다

농심은 오는 9월 15일부터 라면과 주요 스낵의 출고 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키로 했습니다. 농심이 가장 최근 라면 가격을 인상한 것은 작년 8월입니다. 당시 농심의 가격 인상은 4년 8개월 만이었습니다. 가격 인상폭도 평균 6.8%였습니다. 하지만 농심은 가격을 인상한지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가격을 인상키로 했습니다. 가격 인상 폭도 예전보다 훨씬 높습니다.

라면 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무척 민감합니다. 여론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입니다. 따라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큽니다. 라면 업체들이 가격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상당 기간 버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오뚜기가 라면 가격을 13년 4개월 만에 인상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꽤 오랜 기간을 버티다가 한곳이 인상하면 다른 곳들도 함께 인상하는 패턴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렇다면 농심은 왜 과거와는 달리 가격 인상 시기를 앞당겼을까요. 더불어 인상폭은 왜 이렇게 높게 잡았을까요. 농심은 "국제 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이 상승해 원가부담이 심화됐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소맥분, 전분 등 대부분의 원자재 납품 가격이 인상됐습니다. 이에 따라 농심은  올해 2분기 이후 국내 협력업체의 납품가를 인상하면서 제조원가 부담이 더욱 가중됐습니다.

아울러 향후를 대비하는 성격도 있습니다. 지난 2분기에 고점을 기록한 국제 곡물가격이 3분기 수입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지속적인 환율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계속 커져가는 만큼 더 이상 가격을 동결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자칫하다가는 3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입니다. 다만 최근 곡물 가격이 하락세인 만큼 이번 가격 인상 효과는 4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 인상 효과, 내년 본격 반영

농심의 가격 인상 결정에 대해 시장 등에서는 향후 농심 실적에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당장보다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물론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라면이 가진 가격 경쟁력과 라면을 대체할 간편식 신제품 공급도 지지부진해 이번 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량 감소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적 개선 시기에 대한 의견도 대체로 비슷합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상으로 밀가루, 팜유, 포장재 등 전반적인 비용 상승 부담을 방어하면서 4분기부터 가격 인상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올해 4분기 혹은 내년부터 이익 증가가 나타날 것"이라며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원재료 가격 하락 때 가격을 인상해 이익 개선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실적 전망도 좋습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올해 대비 9.5%, 46.2% 증가한 3조3293억원, 137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도 이번 가격 인상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약 500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키움증권도 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량 변동이 없다는 가정 하에 연간 매출액이 178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봤습니다. 

시장도 반응했습니다. 농심의 가격 인상 발표 소식이 전해진 지난 24일 농심의 주가는 전일 대비 1만8000원 상승한 30만3000원을 기록했습니다. 농심의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시장과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제 업계의 시선은 농심이 아닌 다른 업체들로 쏠리고 있습니다. 농심의 가격 인상에 따른 효과가 긍정적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정된 수순

현재 농심뿐만 아니라 여타 라면 업체들과 식품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비자들의 비난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원재료 가격 부담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팽배합니다. 이미 몇몇 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햄버거, 피자뿐만 아니라 제과, 제빵 등 식품 전방위로 가격 인상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도 “3분기 기준 곡물 평균 수입가가 식용은 전분기보다 15.9%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힌 만큼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여기에 24년 만에 국내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농심이 가격 인상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서 이제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단행할 명분이 생겼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사실 그동안 많은 식품 업체들도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렸습니다. 하지만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맨 먼저 나섰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십상이니까요. 특히 라면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농심이 가격을 인상을 결정한 것은 원재료값 부담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오뚜기나 삼양식품도 비슷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농심과 사업 포트폴리오 등이 달라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뚜기나 삼양식품도 농심이 먼저 깃발을 꽂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할 겁니다. 업계에서는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조만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농심과 같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아 어떤 명분을 내놓을지가 관건입니다. 어찌 됐건 농심은 과거와 달리 불과 1년여 만에 가격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그만큼 급박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농심이 연 판도라의 상자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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