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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탈출' 숙제 맡은 '백화점맨', AK플라자 살릴까

  • 2024.11.21(목) 07:00

애경백화점서 경력 쌓은 이강용 신임 대표 선임
4년째 적자…유상증자 등 재무구조 개선 총력

애경그룹이 AK플라자를 이끌 새 수장에 '현장 전문가' 이강용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최근 수원을 비롯한 주요 점포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고 있어 현장 경험을 갖춘 리더를 대표이사로 내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임 이 대표는 AK플라자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흑자 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다시 현장으로

애경그룹은 지난 18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AK플라자 신임 대표이사에 이강용 AK플라자 상품본부장을 신규 선임했다. 기존 고준 AK플라자 대표는 지주사 AK홀딩스 대표이사로 이동한다.

신임 이 대표는 AK플라자에서만 경력을 쌓아온 정통 '애경맨'이자 '백화점맨'이다. 1997년 AK플라자(옛 애경백화점)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바이어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원주점장, 분당점장을 거쳐 최근까지 상품본부장을 맡았다. 애경그룹은 "다양한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AK플라자의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고준 AK홀딩스 대표(왼쪽)와 이강용 AK플라자 대표(오른쪽). / 사진=애경그룹

애경그룹이 AK플라자 대표이사에 현장형 리더를 앉힌 것은 4년만이다. 애경그룹은 2018년 7월부터 2020년 말까지 AK플라자를 이끌었던 김진태 전 대표를 끝으로 관리·기획형 리더에게 AK플라자 수장을 맡겼다. 김진태 전 대표는 AK플라자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 선임 전까지 수원점장, 분당점장, 영업본부장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반면 그 후임이었던 김재천 전 대표는 애경그룹에 경력으로 입사해 AK홀딩스, 제주항공에서 일하다 2020년 말 AK플라자 대표가 됐다. 김 전 대표는 인사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2021년 말 선임된 현 대표이사인 고준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의 컨설턴트 출신이다. 2018년 애경그룹에 합류한 후 지주사 AK홀딩스 전략기획을 총괄한 전략통으로 2021년 말부터 AK플라자 대표를 맡았다.

애경그룹이 4년만에 현장형 리더에게 AK플라자 대표직을 맡긴 것은 이강용 신임 대표의 현장경험이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직전의 두 대표이사가 AK플라자의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긴 했으나 본질적으로는 백화점 경쟁력 강화를 통한 적자 탈출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판단에서다.

자금 붓고 또 붓고

AK플라자는 2020년부터 성장이 정체돼 있다. 실제로 AK플라자의 매출액은 지난 2018년 2877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부터 5년 연속 2500억원 선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476억원으로 전년 대비 고작 2억8000만원 늘었다. 다른 백화점 경쟁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쓴 것과는 대조적이다.

AK플라자의 올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2196억원으로 전년보다 늘어났으나 이는 지난해 말 수원애경역사를 합병한 영향 때문이다. 지난해 1~3분기 AK플라자(당시 AK S&D)와 수원애경역사의 합산 매출액(2559억원)과 비교하면 14.2% 줄어든 수치다.

이 때문에 AK플라자는 4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928억원에 달한다. 올 3분기까지의 누적 순손실은 380억원이다.

AK플라자는 지난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단행해 결손금을 털어내고 자본을 늘리며 재무건전성 확보에 힘썼다. 또 매출 1000억원, 이익 100억원 가량을 꾸준히 내던 자회사 수원애경역사도 지난해 말 흡수합병했다.

AK플라자는 올해도 자금 수혈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과 7월 각각 135억원, 1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 3월에는 AK몰 등 전자상거래 사업부문을 큐텐 자회사 인터파크커머스에 양도가액 17억원에 넘기면서 부실사업도 털어냈다.

계열사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애경특수도료와 AK아이에스는 지난 7월 각각 50억원씩을 사업운영 자금 명목으로 AK플라자에 대여해줬다. 이와 함께 AK플라자는 최근 100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단행하기로 했다. AK플라자의 주요 주주는 AK홀딩스(59.8%), 한국철도공사(16.4%), 애경자산관리(15.8%)다.

수익성 개선 총력

그나마 현재 주요 점포의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점포들 중 가장 매출이 큰 AK플라자 수원점은 신세계그룹 스타필드 수원 오픈, 롯데 타임빌라스 수원 리뉴얼 등으로 상권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원점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장 매출이 33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또 3분기 누계 구매회원 수는 전년 보다 5.6% 늘면서 올해 연간 3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AK플라자 홍대점 역시 4개년 연속 매출이 늘고 있다. 홍대 상권을 재해석해 전시, K팝 등으로 콘셉트를 차별화한 덕분에 지난해 매장 매출은 전년보다 59.2% 늘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매장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5.3% 성장했다.

AK플라자 수원점. / 사진=애경그룹

상황이 이런 만큼 이강용 신임 대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조달한 1000억원의 자금을 바탕으로 MD 개편 등에도 투자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전임 대표였던 고준 대표가 지주사로 다시 이동한 만큼 그룹 차원의 추가적인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수원 상권을 수성하기 위해 AK플라자만의 영업 전략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MD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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