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이 침체하고 있는 분위기 반등을 위해 강수를 뒀다. 지난 2016년부터 GS리테일을 진두지휘해 온 허연수 부회장 대신 그룹 4세인 허서홍 대표가 새 대표로 부임했다. 호텔·식자재 사업부를 떼 낸 회사의 경쟁력을 개선하고 라이벌 BGF리테일의 추격을 뿌리치는 임무를 받았다. 쉽지 않은 미션이다.
세대 교체
GS리테일은 지난달 27일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GS리테일 대표에 허서홍 부사장을 선임했다. 허 신임 대표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이다. 허연수 부회장과는 5촌 관계다. 허 부회장의 큰삼촌인 고(故)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손자가 허서홍 사장이다. 허 사장은 앞서 GS에너지와 지주사 GS를 거쳐 올해 GS리테일로 이동해 전략·재무·신사업 등을 담당하는 경영전략SU장을 맡았다.
이번에 물러나는 허연수 부회장은 2003년부터 GS리테일에 몸담아 왔던 '편의점 전문가'다. 2015년엔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GS25의 업계 선두 방어를 진두지휘했다. 지난 2019년에는 그간 밀리던 점포 수에서도 CU를 따라잡고 매출·점포 수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가 눈에 띄는 건 '세대 교체'의 상징성 때문이다. 허연수 부회장은 1961년생으로 60대 중반이다.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형인 허경수 코스모앤컴퍼니 회장과 허태수 GS그룹 회장은(1957년생) 물론 1960년생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1955년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다른 그룹 오너들과 비교하면 '용퇴'하기엔 이른 나이다. GS리테일의 영광의 시대를 이끈 허연수 부회장이 물러나고 40대인 허서홍 사장이 바톤을 이어받으며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GS리테일은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우선, 핵심 사업인 편의점이 문제다. BGF리테일의 CU에 거의 다 따라잡힌 형국이다. 연간 1조원 가까운 차이가 나던 양 사의 매출 격차는 지난해 500억원으로 좁혀졌다. 올해엔 2, 3분기에 연속으로 매출이 역전됐다. GS리테일은 BGF리테일의 연결 기준 매출에는 물류 매출이 1~2%가량 포함돼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한 편의점 매출은 여전히 GS25가 앞선다는 입장이지만, 예전엔 이런 설명을 할 필요도 없었다.
이에 10~30대가 메인 타깃으로, 젊은 유통채널인 편의점의 성장을 위해선 경영자 역시 젊은 피가 나서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지주사에서 커리어를 쌓던 허서홍 사장이 올해 갑자기 GS리테일로 온 것 역시 이번 인사를 대비해 경험을 쌓게 하려는 안배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서홍의 미션
신임 대표인 허서홍 사장에게 주어진 미션은 '본업 강화'다. GS리테일은 지난 2일 파르나스호텔과 후레쉬미트를 떼어내 신규 출범하는 지주사 GSP&L에 맡겼다. 파르나스호텔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030억원으로 GS리테일 전체 영업이익 3940억원의 26%에 달했다. 이를 대체하려면 편의점 사업의 성장이 필수다.
GS25는 매출과 이익 모두 고성장이 요구된다. 매출은 맹추격 중인 CU를 따돌려야 한다. CU에서 신제품 한두 개만 더 '대박'이 터져도 역전될 수 있는 차이다. 영업이익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매출에서 앞서고 있음에도 영업이익은 15% 이상 적다. '김혜자 도시락' 이후 늘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던 신선식품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편의점업과 큰 시너지가 나지 않는 식자재 사업과 호텔 사업을 분할한 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쟁사인 BGF리테일이 거의 모든 매출을 편의점업에서 내는 반면 GS리테일은 편의점과 SSM, 홈쇼핑, 호텔, 식자재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해 왔다. 이 중 호텔과 식자재를 떼어 내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SM과 홈쇼핑 등 유통채널만 남김으로써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신사업 역시 신임 대표의 고민거리다. 허 사장은 앞서 지주사에서도, GS리테일에 와서도 신사업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GS리테일의 신사업은 연일 부진이다. 3000억 넘게 투자한 요기요는 배달앱 경쟁에서 배달의민족-쿠팡이츠에 완전히 밀렸다. 반려동물사업 강화를 위해 투자한 어바웃펫과 펫프렌즈도 적자를 벗지 못하고 있다. 160억원에 샀던 텐바이텐은 올해 20억원에 매각했다.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너 4세가 처음으로 경영을 맡은 상황인 만큼 의욕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편의점 시장 흐름에 변화가 찾아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