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앱 맞아?
지난해부터 배달앱 시장의 1위 다툼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전국 점유율은 여전히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 50%를 웃돌며 1위입니다. 하지만 쿠팡이 운영하는 쿠팡이츠의 추격이 매섭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점유율이 20%를 넘어섰고 수도권만 보면 배민과 '반반'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입니다.
쿠팡이츠의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는 배민은 최근 반격 카드를 하나 꺼내들었습니다. 유료 멤버십인 '배민클럽'에 OTT 서비스인 '티빙'을 제공하는 안을 검토 중입니다. 월 1990원짜리 멤버십에 가입하면 기존 배달 혜택을 모두 누리는 동시에 현재 월 5500원에 제공되고 있는 티빙의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티빙은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이은 OTT플랫폼 3위 브랜드입니다. 웬만한 국내 드라마·예능은 티빙에서 모두 볼 수 있죠. 그간 배민클럽을 이용하지 않던 소비자도 끌릴 만한 혜택입니다.

배민은 이미 B마트를 통한 퀵커머스 서비스와 당일·익일 배송을 제공하는 장보기 서비스, '대용량특가'라는 택배 배송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티빙까지 제공하게 되면 배민 앱 내에서만 배달부터 퀵커머스, 이커머스, 택배, 선물하기, OTT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배민이 이렇게 발빠르게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는 건 아시다시피 최대 경쟁자인 쿠팡이츠 때문입니다. 쿠팡이츠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의 서비스 중 하나죠. 태생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월 7890원짜리 로켓와우 하나면 로켓배송과 쿠팡이츠 무료배달, OTT 쿠팡플레이를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쿠팡이츠의 빠른 성장 역시 1000만명이 훌쩍 넘는 '로켓와우'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러자 쿠팡 역시 반격에 나섰습니다. 배민이 티빙을 끌어들인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곧바로 쿠팡플레이 무료화를 선언한 겁니다. 지금까지 쿠팡플레이는 로켓와우에 가입한 유료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였는데, 이를 일반 회원에게도 제공하겠다고 밝힌 거죠. 쿠팡플레이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쿠팡의 다른 서비스도 이용하게 될 거란 계산입니다.
배달이 다 똑같지
두 배달앱이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들의 본질인 '배달'에서의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기업들은 혜택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제공하는 주력 서비스인 배달은 혜택 강화가 '할인 제공'에 국한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민은 쿠팡이츠보다 배달을 더 빨리 해 준다'거나 '쿠팡이츠는 배달 음식을 쏟거나 흘리지 않아요' 같은 방식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쿠팡이츠 라이더나, 배민 라이더나 사실은 같은 사람이거든요. 소비자는 물론, 음식점 점주나 배달앱조차 어떤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할 지 알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쿠팡이츠건 배민이건 요기요건 땡겨요건 간에 내게 배달을 해 주는 배달 라이더의 서비스는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쿠팡이 다른 이커머스와 확연히 다른 배송 퀄리티로 경쟁력을 확보한 것 같은 전략을 배달 시장에선 사용할 수 없다는 거죠. 결국 할 수 있는 건 결국 할인쿠폰을 얼마나 뿌리느냐 정도입니다. 로봇 배송이요? 로봇이 배달하든 사람이 배달하든 소비자가 얻는 혜택(음식을 받는다)은 똑같습니다. 배달앱이 지출하는 인건비가 줄어들 뿐이죠.

그래서 배민과 쿠팡이 최근 강조하는 게 '연계 서비스'입니다. 배민에서 배달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여러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쿠팡은 애초에 쿠팡이츠 자체가 '쿠팡 로켓와우'에 가입하면 이용할 수 있는 부가 서비스 중 하나였으니 더 쉬운 일입니다. 배달앱이 점점 슈퍼앱처럼 변해가는 이유입니다. 특히 배달앱은 이커머스처럼 그때그때 여러 앱을 번갈아 가며 이용하기보다는 한 앱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든 한 번 발을 묶어 놓으면 좀처럼 떠나지 않는 '집토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이용료를 내는데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면 물론 소비자에게는 좋은 일이겠지만 세상 일, 특히 돈이 걸린 일이 그렇게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서비스가 늘어나면 결국 요금도 오르게 될 겁니다. 이미 쿠팡은 연례행사처럼 로켓와우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배민클럽 역시 '원래 3990원이지만 한시적으로 1990원'이라는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언제 '정상화'를 빙자한 가격 인상이 이뤄질 지 알 수 없습니다. 공정위가 이같은 '결합 서비스'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소비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시하되 소비자가 이용하지 않는 서비스에는 과금하지 않는 겁니다. 배달앱들은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면 이 모든 서비스가 공짜"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우리가 내는 요금에는 이 모든 서비스의 이용료가 직간접적으로 녹아 있습니다. 절대 틀리지 않는 격언 하나 알려드릴까요.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공짜'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