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업계가 좀처럼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소비 채널 다변화와 고환율 등 대외 변수에 따른 업황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는 이러한 악재가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면세점 자체의 매력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시작은 좋았는데
면세업계는 올해 초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개선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12.2% 증가한 1조709억원이었다.
이는 자유여행객(FIT)을 중심으로 시내면세점 지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 1월 시내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46.9% 늘어난 45만4345명을 기록했다. 최근 1년 중 가장 많았다. 덕분에 이 기간 시내면세점 매출은 6978억원에서 7713억원으로 10.5%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면세업계는 웃지 못하고 있다. 불과 두 달 만에 중동발(發) 전쟁 리스크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중동 정세가 약화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연일 출렁이고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 부담, 공급망 차질에 대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환율은 면세업계에게 큰 악재다. 면세점 상품은 전날 기준 서울외국환중개의 매매기준율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환율이 상승하면 소비자 체감 가격이 높아지는 건 물론 면세업계가 상품을 매입하는 비용 역시 늘어나는 구조다. 특히 지난 12일 기준 면세점 환율은 1473원으로 전쟁 이전인 지난달 말보다 48원 올랐다.
환율 부담이 지속될 경우 면세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5% 상승 시 약 19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롯데면세점을 영위하는 호텔롯데와 현대면세점(현대디에프)은 2024년 말 기준으로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각각 685억원, 22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한류에 거는 기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가 다양한 유통 채널로 분산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근 외국인의 관광 필수 코스로 떠오른 이른바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에 이어 국내 주요 백화점들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백화점 업계는 매장을 체험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복합 쇼핑 공간으로 탈바꿈하는가 하면 외국인 대상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백화점의 이런 전략은 외국인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백화점 3사의 외국인 매출은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작년 외국인 매출이 6500억원 수준으로 2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전년 대비 20%, 25%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면세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탄탄한 팬덤을 갖춘 'K팝' 아티스트들을 앞세워 낙수효과를 노리고 있다. 공연이나 팬미팅 등 K팝 관련 일정으로 방한하는 외국인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K팝 아티스트처럼 팬덤이 두터운 경우 환율 상승에도 굿즈나 관련 상품 구매에 적극적인 소비 성향을 보인다. 면세업계가 노리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이에 신세계면세점은 이달 방탄소년단(BTS) 활동 재개를 앞두고 K컬처 콘텐츠를 한 데 모은 'K웨이브존'에서 BTS 굿즈 상품을 늘리고 있다. 더불어 K팝 팬을 겨냥한 체험형 매장 구성과 이벤트를 확대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팬덤 마케팅의 핵심 창구로 삼고 매월 K팝 스타와의 콘텐츠를 공식 채널에서 선보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에스파를 앞세워 글로벌 팬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명동 본점과 월드타워점 등 주요 매장에 옥외 광고를 진행하고 온라인 기반 디지털 캠페인을 확대할 생각이다. 또 국내외 17개 매장에서 에스파를 활용한 단독 영상 캠페인과 굿즈 등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글로벌 정세 같은 외부적인 변수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결국 면세업계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외국인 관광객의 체류 경험을 높이는 콘텐츠와 서비스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