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이 3년 만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재입성한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각각 1900억원 위약금을 물고 철수한 곳이다. 임대료 부담 우려에도 매출 확대와 바잉파워 확보를 위해 인천공항 복귀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의 귀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30일 제1·2터미널 면세점 DF1과 DF2 구역 사업자 복수 후보로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을 선정해 관세청에 통보했다. DF1과 DF2는 화장품·향수·주류·담배를 판매하는 구역이다.
이번 입찰에는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 단 두 곳만 참여했다. 기존 DF1·DF2 사업자였던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입찰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사업설명회에 참석했던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 스위스 아볼타 역시 불참했다. 유력 참여 후보로 거론되던 중국국영면세그룹(CDFG)과 태국 킹파워 등 해외 사업자들도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롯데면세점은 DF1에 여객 1인당 5345원을, DF2에 5310원을 제시했다. 현대면세점은 DF1에 5132원을, DF2에 5394원을 써냈다. 한 사업자가 여러 사업장을 운영할 수 없는 만큼 DF1은 롯데면세점이, DF2는 현대면세점이 맡게 될 전망이다.
관세청은 이달 말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두 업체만 참여한 상황에서 탈락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계약 기간은 오는 7월 1일부터 2033년 6월 30일까지 약 7년이며 운영 성과에 따라 최대 10년 연장할 수 있다.
롯데면세점이 이번에 DF1 사업권을 획득한다면 3년 만에 인천공항으로 돌아오게 된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1위 면세사업자이지만 현재 인천공항에 매장이 없다. 2018년 일부 구역에서 철수하기로 한 후 2023년 재입찰에서 사업권을 따내지 못했다. 특히 롯데면세점이 화장품·향수 구역 사업권을 되찾는 것은 2018년 철수 이후 8년 만이다.
반복되는 악몽
롯데면세점은 한때 인천공항에서 가장 큰 면적을 운영하던 사업자였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입찰에서 제1터미널 전체 면적의 60%에 달하는 4개 구역의 사업권을 획득했다. 당시 임대료는 매출과 무관하게 고정된 금액을 내는 최소보장액 방식이었다. 롯데면세점이 내기로 한 임대료는 5년간 총 4조1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롯데면세점은 2017년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재협상을 요구했다. 임대료 산정 방식을 매출에 연동되는 영업요율 방식으로 바꿔달라는 요구였다. 롯데면세점과 공사는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롯데면세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인천공항공사를 불공정거래 혐의로 제소하기까지 했다.
결국 임대료 조정 협상에 실패한 롯데면세점은 2018년 2월 DF3(주류·담배)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구역의 사업권을 중도에 반납하기로 했다. 임대료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롯데면세점은 2018년 6월 철수 구역에 대해 진행되는 재입찰에 참여했지만 탈락했다. 임대료를 최고가로 제시하고도 사업능력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조기 철수가 재입찰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은 DF3을 포함한 다른 구역들의 운영기간 종료를 앞둔 2020년 1월 재입찰에 다시 도전했다. 이 때 롯데면세점은 DF4(주류·담배) 사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동일 사업권을 획득한 신라면세점이 DF3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롯데 역시 사업권을 포기했다. 이후 여러 차례 진행된 입찰도 코로나19 탓에 유찰되면서 신규 사업자 선정이 무산됐다. 기존 사업자였던 롯데면세점은 6개월씩 DF3을 연장 운영했지만 당시는 하늘길이 막혀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마침내 엔데믹이 찾아오면서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재입찰이 진행됐다. 공항공사는 면세점 구역을 통폐합해 DF1~DF5 등 7개 사업권으로 재편했다. 롯데면세점은 이번에도 입찰에 참여했지만 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현대면세점에 밀려 탈락했다. 롯데면세점은 2023년 6월 완전히 인천공항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이 자리를 채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롯데면세점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인천공항공사는 2022년 코로나19로 면세점 운영이 어려워지자 임대료 방식을 여객 수 연동 방식으로 전환했다. 인천공항 이용객 수에 여객 1인당 수수료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구조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2023년 입찰에서 여객 1인당 수수료로 각각 8987원과 9020원을 제시하며 DF1·DF2를 나눠 가졌다. 이는 당시 공항공사가 제시한 최저수용금액(DF1 5346원, DF2 5617원)보다 60% 이상 높은 가격이었다.
문제는 엔데믹 후에도 면세점 매출 회복이 더뎠다는 점이었다. 엔데믹으로 여객 수는 가파르게 늘어나는데 면세점 매출은 회복되지 않아 임대료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결국 두 면세점은 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 공사가 거절하자 법원에 조정 신청까지 냈다. 법원에서 임대료를 조정하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권고'에 그쳤다. 결국 두 면세점 모두 지난해 말 약 19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고 중도에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롯데면세점이 8년 전 공정위 제소까지 가며 겪었던 일이 그대로 반복된 셈이다.
이번엔 버틸까
롯데면세점이 경쟁사마저 떠난 인천공항에 다시 입성하면서 또다시 임대료 악몽을 겪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 출국객은 3701만명으로 전년(3554만명) 대비 4.1% 증가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여객 수에 연동된 임대료 구조를 적용하고 있어 출국객이 늘어나면 임대료도 늘어난다. 최근 면세업계가 여전히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료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5340억원으로 전년(14조2248억원) 대비 11.9% 감소했다.
어렵게 흑자 전환에 성공한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입성 후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초 다이궁(중국 보따리상)과의 B2B 거래를 크게 줄이면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왔다. 그간 롯데면세점 매출의 50%는 다이궁으로부터 나왔다. 롯데면세점은 매출 절반을 포기하더라도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롯데면세점은 이 결정으로 지난해 1~3분기 매출액이 전년(2조4478억원)보다 17.1% 감소한 2조295억원에 그쳤다. 대신 같은 기간 영업이익 401억원을 벌어들이며 흑자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에 입찰한 것은 인천공항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인천공항은 대한민국 주요 관문으로 이용객 규모가 크고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상에서 중요한 거점으로 활용된다. 롯데면세점이 2018년 중도 철수 이후에도 인천공항 입찰에 여러 차례 도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이궁과의 거래 축소로 줄어든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면세점은 상품을 직접 매입하기 때문에 매출 규모가 클수록 각 브랜드로부터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다이궁 비중을 줄이면서 브랜드 협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만큼 인천공항 사업권 확보로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면세점이 비교적 낮은 임대료로 사업권을 확보한 것도 긍정적이다. 롯데면세점이 제시한 여객 1인당 수수료 5345원은 2023년 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이 제시했던 8987원·9020원보다 크게 낮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시장 전망과 여객 수 추이 등 여러 조건을 면밀히 분석해 인천공항공사 심사에 응했다"며 "관세청 심사 후 뷰티와 주류·담배 소싱 능력을 바탕으로 단독 상품과 브랜드를 유치해 차별화하고 체험형 요소를 도입해 고객 체류 시간을 늘려 객단가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