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올 1분기 국내 가구의 소득은 조금 늘었지만, 실제 소비는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이 와중에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비롯한 비소비 지출이 크게 늘면서 소비 심리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 1분기 가계소득 증가 폭 확대
기획재정부가 22일 발표한 올 1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국내 가구의 월평균 가계소득은 451만 7000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2.6% 늘었다. 작년 4분기 2.4%와 비교하면 증가 폭도 커졌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 역시 2% 증가했다. 기재부는 “취업자 증가와 임금 상승 등으로 근로소득이 3.8% 늘어난 데다 기초연금을 비롯한 이전소득도 10%나 늘면서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올 1분기 월평균 가계지출은 350만 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늘었다. 반면 작년 3분기 3.4%, 4분기 0.8%와 비교하면 증가 폭은 오히려 뚝 떨어졌다.
기재부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휘발유를 비롯한 관련 소비지출이 줄었다”면서 “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을 제외하면 가계지출 증가율은 작년 4분기와 비슷한 0.8% 수준”으로 추정했다.
◇ 소비 지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실제 소비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올 1분기 소비 지출은 265만 3000원으로 증가율이 0%에 그쳤다. 실질 소비지출은 오히려 0.6% 감소했다.
구체적으론 이동전화 가입비 폐지와 알뜰폰 확대 등의 영향으로 통신비가 8% 넘게 줄었다. 반면 담뱃값 인상의 여파로 담배 지출은 10% 넘게 늘었다. 설 연휴 여행 수요가 늘면서 음식과 숙박 지출도 4%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올 4월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이 15% 넘게 늘면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로 소비가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올 1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72.3%로 작년 4분기 71.5%보다는 소폭 올랐다. 반면 1분기 기준으로 2003년 전국적으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았다. 그만큼 소비 심리가 바닥을 기고 있다는 뜻이다. 평균 소비성향은 처분 가능 소득 중 얼마를 소비했는지를 나타낸다.
◇ 덕분에 가처분소득은 증가
소비 지출은 제자리걸음에 그쳤지만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비롯한 비소비 지출은 1% 늘면서 대조를 이뤘다. 작년 4분기 0.3%와 비교할 때 증가율도 껑충 뛰었다. 세금과 보험료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올 1분기 가계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66만 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늘었다. 흑자 규모 역시 작년 4분기 99만 7000원에서 101만 5000원으로 늘면서 처음으로 100만 원을 넘어섰다. 소득이 늘어난 반면 소비 지출은 더 줄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가계소득이 꾸준히 늘면서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완만한 경기 개선과 함께 가계소득 증가세가 이어졌고, 소득분배 지표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