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은 올해 상반기 일반직 신입사원을 거의 뽑지 않았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정규직 신입사원 공채를 활발히 실시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의 경우 비대면 채널을 아직 구축하지 못해 인력을 늘리는 추세이고, 특히 성장 초기 단계인 회사들이 주로 충원에 적극적이다.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르고, 핀테크를 도입하면 다른 업계처럼 채용을 줄일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인력이 아니면 금융권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저축은행 채용 '봄바람' 얼마나 지속될까
저축은행들은 상반기 정규직 신입사원 공채를 활발히 실시하고 있다. 자산 규모 기준으로 업계 상위권인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2월 신입사원을 두 자릿수 대로 뽑았다. 같은 달 푸른저축은행 또한 신규 채용에 나섰으며, 고려저축은행도 계약직을 평가 결과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공채를 실시했다. BNK저축은행과 한화저축은행도 현재 공채를 진행 중이다.
금융권 고용 한파 속에서도 저축은행 임, 직원은 증가하는 추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업계 임, 직원 수는 9123명으로 전년보다 8%(672명) 늘었다. 금융감독원 집계상으로 국내은행 임, 직원은 작년 말 11만4775명을 기록해 2%(2248명)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속사정을 보면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은 아직 성장하는 단계라서 지점과 인력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부실 저축은행들을 인수 합병하면서 설립된 오케이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지난해 인력을 각각 55%(334명), 20%(125명)씩 늘렸다. 채용 '훈풍'이 저축은행의 성장 초기에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 등 다른 업계만큼 비대면 채널을 발전시키지 못해서 인력을 늘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은 순이익을 적게 내는 만큼 기술 발전 토대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대면 영업에 의존하면서 사람을 쓴다는 것. 주요 저축은행들이 최근 핀테크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혁신에 나서고 있어, 머지않아 채용 흐름도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상황도 낙관할수 없다. 인터넷전문은행과 P2P업체의 등장으로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저축은행 고객을 뺏길 판이다. 실적을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채용 전망 또한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 은행은 채용 한파…"전문인력만 뽑을 것"
시중 은행들은 디지털 혁신을 본격화하면서 인력을 줄이고 있다. 대다수 은행들은 인터넷과 모바일뱅킹으로 대부분의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자산관리 등 전문 업무까지도 지점 방문 없이 처리할 수 있다.
그러면서 기존 인력을 내보내고 있다. 국민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는다. 씨티은행 또한 대부분의 지점을 통폐합하면서 직원들이 다수 퇴직할 전망이다.
신규 채용도 자연히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엔 농협은행만 일반직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우리와 신한은행도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나 예금과 창구 업무만을 맡는 직원을 뽑는다. 이들은 정규직이지만 단순 업무를 맡는 만큼 고용의 질이 상대적으로 나쁘다. 그 외 은행들은 채용계획이 없거나, 계약직 직원만 뽑는 추세다.
한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혁신에 따라 금융권은 전반적으로 일반직을 크게 줄이고 있으며, IT나 자산관리 등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인력을 제외하곤 거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