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6일부터 '생활속 거리두기'로 완화하기로 하면서 은행도 단계적인 업무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은행들은 근무체계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면서 동시에 코로나19로 자금이 급한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고 악화하고 있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 마련도 고심중이다.
◇ 분산·재택근무 축소-대구경북 영업점 정상화 추진
정부가 코로나19 방역단계를 한단계 낮춰 일부 시설을 단계적으로 문을 여는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하기로 함에 따라 은행 역시 정상근무 체제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은행들은 핵심 사업 컨트롤타워인 본부부서의 정상화를 우선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종전 20% 가량으로 할당했던 부서별 분산근무 또는 재택근무자 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법과 유연화 했던 출퇴근 시간을 일부 되돌린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 본부부서에서는 분산근무와 재택근무 비율을 유연화 해 단계적으로 정상화에 돌입할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기간에 정상화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 역시 "정부가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함에 따라 각종 지침과 코로나19 확산세 등을 고려해 본부직원의 분산근무 완화, 공가사용 축소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역시 이르면 6일 본부부서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이를 시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영업점의 경우 코로나19로 변경했던 대구·경북 지역 영업점의 영업시간을 정상화 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에 오는 6일부터 하나, 우리은행 등은 종전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였던 영업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정상화 시킨다.
아울러 상반기 채용을 시행하는 신한, 우리, IBK기업은행 등은 경색된 취업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채용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존재하는 만큼 상반기에는 수시채용, 언택트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다. 상반기 수시채용 결과에 따라 하반기 공채 시즌에 연간 채용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280명을 채용하기로 했으며, 서류 마감이 종료되는 11일 이후 필기, 면접 등의 전형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 당분간 '코로나 피해 지원' 우선 집중
은행들이 단계적인 업무 정상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핵심사업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지원에 집중할 예정이다.
은행 관계자는 "그간 지연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본부부서가 다시 100% 가동되는 것이 중요하고, 설사 100% 가동된다고 해도 현재는 코로나19 지원에 집중할 시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기는 했지만, 실물경제 영향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일단 경기회복을 위한 금융지원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오는 18일부터 진행될 2차 중‧저신용 소상공인 긴급대출 신청과 집행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진행된 1차때에는 시중은행에서는 신용등급 1~3등급만 신청이 가능한 이차보전대출(이자 차이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대출)만 취급했다. 신용등급 문턱이 높다보니 은행 창구에 관련 업무가 쏠리지는 않았다.
반면 오는 18일부터 진행되는 2차 중‧저신용 소상공인 긴급대출은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6개은행 창구에서 신청할 수 있도록 창구가 일원화됐다. 앞서 1차때 한달여 만에 신청규모가 지원예정 규모 16조4000억원을 초과한 것을 감안하면 2차에는 담당은행 창구에 신청자들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은행 관계자는 "2차 소상공인 긴급대출은 1차때에 비해 고객층이 넓기 때문에 자금이 신속하고 빠르게 지원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포스트 코로나' 전략 마련도 분주
은행들은 코로나 피해 지원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폭발적일때에 비해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아가고는 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자금을 운용할지, 언택트가 일상이 된 고객에게 불편함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WM(자산관리)부문과 디지털부문의 전략이 가장 우선 검토돼야 할 분야로 꼽힌다.
WM부문은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 불확실성이 큰 금융시장 이라는 악재 속에서 고객 리스크는 줄이면서도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이 이자수익으로만 이익을 내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느냐"며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서는 WM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다. 이를 위한 전략을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부문 역시 그동안 은행들이 역량을 집중해왔지만 코로나19로 가속화하는 '언택트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거래 증가세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사용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언택트가 생활화 되면 비대면 창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며 오픈뱅킹 등 다양한 제도도 도입되고 있다. 디지털이 더 중요해진 만큼 역량을 집중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글로벌부문이다. 올해 일부 은행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새로 개척하는 등 성과를 냈다. 하지만 국제금융 시장이 불안하고 이에 따라 신흥국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4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00개 이상의 신흥국들이 구제금융을 신청하거나 문의했다"며 신흥국의 위기에 대해 전했다.
은행 관계자는 "신흥국은 그간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국내 금융사의 진출 1순위로 꼽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은 사실"이라며 "게다가 하늘길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사업 확장도 예전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단 1분기 글로벌 수익은 어느정도 방어가 된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수익성이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