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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곳간 연 은행, 뒷감당은 고민스럽다

  • 2020.04.14(화) 17:42

1분기 가계·기업대출 55조 풀어…전년 대비 급증
이자상환 유예 등으로 연체율 희석.."코로나 이후 건정성 걱정"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들이 곳간을 열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향후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석달동안 가계와 기업대출이 총 55조원이 늘었다. 이는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 가파른 증가세다. 향후 경기회복이 늦어지거나 더 악화되면 올해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면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가계부터 대기업까지 은행 대출창구로…석달간 대출만 55조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은행이 가계에 대출해준 규모가 22조6000억원으로 조사됐다. 2018년 같은기간 9조5000억원, 2019년 6조5000억원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짐에 따라 이자부담이 줄어든 영향과 함께 코로나19로 대출수요가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가계대출 증가분 9조6000억원 중 신용대출은 3조3000억원으로 3분의 1에 해당했다. 2018년 3월에는 신용대출이 4000억원 늘어났고 지난해 3월에는 1000억원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올해 3월 주택관련 대출 역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공급이 확대되고 전세값 상승에 따른 전세대출 증가로 6조3000억원이 늘었다. 2018년과 2019년 3월에 각각 2조8000억원 늘어난 것보다 2배 이상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다.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대출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은행 기업대출 증가액은 32조3228억원으로, 2018년 14조5863억원, 2019년 13조1157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이 기간동안 은행 대출의 증가세를 대기업 대출이 견인했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통상 자금이 필요한 경우 대출이 아닌 회사채 발행, CP(기업어음)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융통해왔는데, 이제는 직접 은행의 대출창구 문을 찾았다는 얘기다.

올해 1~3월 은행의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13조6429억원이다. 2018년 2조1962억원, 2019년 8385억원에 비해 큰폭으로 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실물경기가 급속도로 위축함에 따라 가계의 대출수요가 크게 확대됐고 기준금리를 0%대로 인하하면서 대출금리가 낮아진 영향에 대출이 크게 확대됐다. 이는 4월 이후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대출은 코로나19로 인해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회사채 발행이 줄어들면서 이로 인한 자금수요가 증가해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자금수요와 동시에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은행들은 금융시장안정화를 위해 마련된 증권안정펀드와 채권안정펀드 등에도 자금을 투입중이다. 여기에 들어간 금액만 10조원 가량이다. 대출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이 내놓은 자금규모가 65조원에 달한다.

◇ 연체율, 이자상환 유예로 소폭 상승 그쳐…코로나 이후 걱정 

문제는 실물경제가 악화하면서 연체되는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3%로 전월말에 비해 0.02%포인트 상승했다. 부분별로도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연체율이 소폭 상승했다.

일단 2월말 기준 대출의 연체율은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 받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해 각 은행들이 대출이자 상환 유예 등의 정책을 펼친 영향에 연체율이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이러한 은행별 정책이 종료된 이후에는 연체율이 상승할 것이란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통상 그달에 대출 이자가 입금되지 않을 경우 연체된 대출채권으로 보는데, 현재는 이자 상환 유예 정책 등을 펼치고 있어 연체율 상승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코로나19사태가 종료되고 실물경제 회복세가 이전같지 않을 경우 대규모 연체가 발생하는 경우다. 이 경우 은행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의 은행 건전성 변화 추이가 앞으로 은행 건전성의 흐름을 예상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 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2008년 9월로, 당시 국내은행의 연체율은 0.97%였다. 이후 10월에는 1.14%로 오르기 시작하더니 2009년 5월에는 1.60%까지 치솟았고 1%대 연체율은 같은해 11월까지 이어졌다. 1년간 꾸준히 은행의 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얘기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는 실물경제가 나빠지고 금융으로 전이된 것이라 이전보다 더욱 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자상환 유예정책이 끝나고 대출 만기가 본격도래하기 시작하면 대출의 연체율이 급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다행인 점은 금리다. 그당시에 비해 현재는 금리가 낮기 때문에 가계나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이자부담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부담이 낮은 점은 은행입장에서 수익성은 악화시키겠지만 건전성 관리에는 이점으로 작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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