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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보장'만', 보장'도' 

  • 2021.06.29(화) 09:30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전속 신인 설계사

보험 산업의 중심축인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는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최근 공통영역인 제3보험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지만 배상이 중심인 손해보험과 사망이 중심인 생명보험은 모두 각자의 역할이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 두 영역의 보험사 모두 정체를 보인다. 전통적으로 보험 산업의 성장을 이끈 생명보험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는 오래되었다. 또한 2000년대 후반부터 제3보험 생존담보를 중심으로 산업을 견인한 손해보험도 밝은 미래를 그리긴 힘들어 보인다.

산업 성장이 정체된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구구조가 개편되어 모집 시장이 포화되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보험에 가입 중이기에 기존 계약을 변경하거나 해지하지 않으면 신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막 모집 시장에 진입한 신입 설계사의 정착률이 급속하게 낮아지는 추세다. 설계사를 시작하고 몇 개월 주변 지인에게 부탁해서 계약을 체결한 이후 시장에서 버티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설계사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은 늘어나고 있다.

새롭게 설계사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란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물론 보험대리점(GA)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경력 설계사 이직이 중심이기에 제쳐두고 생각하면, 둘 중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향후 큰 차이를 보인다. 먼저 손해보험사 신입 설계사 교육 과정을 살펴보면 보장'만'을 가르친다. 자동차, 화재, 운전자, 일반보험, 제3보험 질병 등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어 보장만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손해보험사의 신인 교육은 제3보험의 질병, 그 중에서도 3대 진단비와 수술비 중심의 단품 상품을 어떻게 체결할 것인지로 귀결된다. 당장의 마감과 수수료를 위해 한 명의 고객을 만났을 때 빠르게 제안하고 체결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이런 추세는 손해보험에서 일을 시작한 신인 설계사의 정착률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가령 한 명의 피보험자를 마주하고 3대 진단비와 수술비 또는 운전자보험을 체결하고 나면 그 뒤 복합적인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화재, 운전자, 제3보험 질병, 각종 배상책임 및 비용손해 등 다양한 상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육성과정에서 컨설팅 능력을 배양하지 못해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와 더불어 과거 실손의료보험 소액 보상 청구 등을 통해 고객 접점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이도 병원 내 키오스크나 어플리케이션으로 대체되고 있다. 집중하고 있는 제3보험 질병은 누적한도가 존재하기에 시장 포화도가 높아 신인의 생산성과 시장 안착 확률이 낮아지는 현실이다. 결국 보장'만'을 강조하지만 단품 체결에 급급해 보장'도' 제대로 컨설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손해보험의 현실이다.

반면 생명보험은 보장'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축적한 재무설계나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에 익숙하다. 결론은 '기-승-전-종신'으로 흐를지라도 그 과정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기에 보장만을 강조하는 손해보험과는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결론이 사망보장 중심의 상품일지라도 보험을 여러 금융 중 하나로 인식하기에 보장'도' 말하는 것처럼 보여 상담 과정에서 고객의 흥미가 높고 피로도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또한 보장만을 보면 인수 가능한 피보험자를 찾아야하지만 이런 제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고객층을 넓히기에도 쉽다.

특히 고객과의 관계 측면에서도 보장 이외 것을 포괄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가령 고객 접점 측면에서 변액보험의 최대 장점은 수익률을 기반으로 최소 한 달에 한 번 대화를 나눌 주제가 생기는 점이다. 또한 고객과의 첫 관계를 보장'만'으로 한정짓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 전반에 대한 여러 주제를 통해 매번 새롭게 접근하기도 쉽다. 이를 통해 보장'도' 쉽게 제안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물론 보장만 공부하기도 어렵고 여기에 재무설계 등을 익히는 것은 많은 장벽이 있기에 설계사 시작 초반에 탈락하는 일이 잦다. 하지만 초기 정착이 안정화되면 장기적인 정착률이 높다.

생명보험도 초기 수수료를 위해 사망보장이 핵심인 종신보험을 저축 또는 연금 등으로 설명하여 상품설명 부실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그렇다고 해서 손해보험이 뛰어난 보장 컨설팅을 통해 전속 신인 설계사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도 아니다. 고아계약, 부당승환 등의 문제는 어느 쪽이나 존재한다. 결국 보험 산업, 특히 대면채널이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모집 방법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신인 설계사의 육성과 정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손해보험은 제3보험 질병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커지는 배상책임까지 아우를 수 있는 보장 중심의 복합 컨설팅 역량을 가르쳐야 한다. 한 명의 피보험자를 만났을 때 다양한 보장을 체계적으로 언급하고 컨설팅하여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생명보험 전속설계사도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준수하며 보장 이외 금융을 다루는 전문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보장도 다루지만 그 결론이 무조건 종신보험 일변도로만 흐르는 것에서 벗어나 교차판매 등을 활용하여 보장컨설팅의 다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보장'만' 이야기하면 재미있을 수도 있고 지겨울 수도 있다. 동일하게 금융 전반을 다루면서 보장'도' 언급하면 전문성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고 보장도 제대로 못할 가능성도 크다. 어찌되었건 선택은 소비자의 것이다. 채널 내부 경쟁을 넘어 채널 간 경쟁이 심화되는 시기 신인 설계사를 제대로 육성하여 장기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산업의 영속을 위해 영역에 관계없이 모두가 노력해야 할 중요한 지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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