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씨는 카카오톡으로 '보험 모바일 상품권'을 선물 받았다. 직장 동료들과 산에 간다는 얘길 듣고 친구가 "조심하라"며 골절·깁스 치료비를 보상해주는 레저보험을 보내준 것이다. 카카오톡 선물함에서 상품권을 확인한 뒤 교환권 번호를 입력하고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작성하니 가입이 끝나있었다. 별도의 모바일 앱 설치나 보험사 홈페이지로 따로 이동하지 않아도 돼, A씨는 "카카오톡에서 보험도 파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당국이 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서비스에 제동을 걸었지만,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인 카카오커머스의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판매되는 보험 상품은 무풍지대에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번가, G마켓 등에서 판매하는 보험도 마찬가지다. 올해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전 금융위원회가 이를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샌드박스)'로 지정하면서 규제 면제를 2년간 허용했기 때문이다.
금소법 시행 전, 온라인 플랫폼 보험 판매 허가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커머스 카카오톡 선물하기, 11번가, G마켓 등을 통한 보험 상품권 판매는 금융당국의 금소법 규제를 비껴간다. 기존에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보험 판매가 금지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말 금융위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보험 모바일 상품권 판매 행위를 모집으로 간주하지 않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보험업법에서 모집은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것을 뜻한다. '빅테크와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소개는 중개이며, 플랫폼은 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이커머스 업체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는 금융위가 아닌 공정거래위원회 규제를 받는다"며 "전자상거래법 아래 있어 금소법을 따로 적용받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플랫폼이 판매 오인·책임소재 불분명…향후 논란 일 듯
우선은 규제를 면제받았지만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애초에 중개 라이센스가 없는 이커머스에 보험사, 보험대리점(GA)이 입점해 선별된 보험 상품을 팔고 있어서다. 일부는 정액형 상품권을 팔아 소비자가 자유롭게 보험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지만, 대부분이 600원~2만6000원 사이 지정된 상해보험 상품권을 판매하고 있다. 위험성 고지의무 등이 적은 단체보험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지만 한시적 규제 예외로 책임소재 역시 불분명하다.
특히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경우 카카오톡 내에서 사실상 원스톱 가입이 가능한 형태라 가입자가 플랫폼을 계약주체로 인지할 여지가 높다. 카카오 그룹의 금융계열사인 카카오페이가 비슷한 영업행위를 하다 결국 사용자경험·환경(UX·UI) 개선에 나선 것과 비교된다. 카카오페이는 팝업창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 주체가 자회사 GA KP보험서비스라고 분명히 밝혔다. 서비스 화면 역시 짙은 회색을 사용해 노란색의 카카오페이 로고와 구분시켰다.
이미 카카오페이 내에서 △운전자보험(삼성화재) △반려동물 보험(삼성화재) △운동보험(메리츠화재) △휴대폰보험(메리츠화재) △해외여행자보험(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일부 상품은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차동차보험료를 비교해주는 서비스는 금소법 계도 기간이 끝나기 하루 전인 24일부터 없애기로 했다.
보험업계는 향후 법적 다툼 소지가 있는 '회색지대(그레이존)'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금융당국의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며 "규제 예외가 지속된다면 '누구는 되고 누구는 되지 않느냐'는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22년 말 규제샌드박스 연장이 재논의될 것"이라며 "카카오 등 개별 플랫폼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이해해 달라"라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