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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시대 열리나]③'다다익선'은 옛말

  • 2022.04.02(토) 10:14

지역 기반 탄탄했던 일본…지방은행만 62개
저출산·고령화로 활기 잃어…통합설도 제기

금융권의 서울 집중화를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부터 시작해 사라진 일부 지방은행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동시에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의 탈 서울집중화가 가지고 올 장단점이 명확하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한 장단점을 세세하게 짚어본다.[편집자]

#. 일본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A씨. A씨는 현지 기업에 입사 직후 급여통장으로 히로시마현의 지방은행인 히로시마 은행에 계좌를 만들 것을 요청받았다. 해당 기업이 히로시마 은행과 오랜 기간 거래를 해 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6년 이상 후쿠야마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그 이후로도 히로시마 은행을 이용중이다. 대부분 지역 지인들도 지방은행인 히로시마 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하고 있었다고 한다.

멀고도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에는 총 62개의 지방은행이 영업을 영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단 6개만의 지방은행만이 존재한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무려 10배나 많다. 국토면적과 인구수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해봐도 우리나라보다 10배 많은 수의 지방은행이 영업중이다. 

국토 면적이 넓은 데다가 지역별로 산업과 인구가 고루 분포된 영향에 거점지역 영업만으로도 충분한 순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본의 지방은행들도 위기라는 이야기가 오랜시간 나오고 있다. 일본의 고질적 문제인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로 인해 지방 인구가 빠르게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방자체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점지역 중심으로 영업을 펼치는 지방은행들의 경쟁력 역시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8개 지방에 62개 은행 간판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현재 △홋카이도·토호쿠 지방(北海道·東北地方) 11개 △칸토우 지방(関東地方) 10개 △신에츠·호쿠리코 지방(信越·北陸地方) 6개 △도카이 지방(東海地方) 7개 △긴키 지방(近畿地方) 7개 △츄고쿠 지방(中国地方) 5개 △시고쿠 지방(四国地方) 4개 △큐슈·오키나와 지방(九州·沖縄地方) 12개 등 8개 지역 지방은행 숫자가 62개에 달한다. 

한국보다 인구수가 많고 지역별로 산업이 분포돼 있어 지방은행들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의 경우는 각 주를 대표하는 지방은행이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좁은 거점지역에서만 영업망을 펼쳐 은행업을 펼치는 저축은행(Savings Bank)이 우리나라의 지방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 미시시피 주에서 40년 가량 거주하고 있는 B씨는 "미국의 저축은행은 한국의 저축은행과 달리 서민금융기관이라기 보다는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금융기관이라는 성격이 더 짙다"며 "월가의 대표적인 은행들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많은 지역주민들이 지역 저축은행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진 곳을 제외하면 일단 지역사회에서 자급자족이 되다보니 해당 지역에서만 영업을 펼쳐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엿다.

많다고 다 좋은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10년 뒤 사회구조를 일본의 현재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일본의 모델을 따라온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되는 것이 일본과 같은 고령화와 저출산 등 사회 구조적 문제다.

일본 지방은행들도 기업과 소매금융 고객이 줄어드는 상황을 겪고 있다. 일본 지방은행 62개중 절반 가량은 오랜기간 적자를 기록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기준금리 0%를 유지하는 제로금리 정책을 오랫동안 펼쳐왔다. 통상 기준금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은행은 수익성이 향상되는데, 기준금리가 0%다 보니 은행들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본 지방은행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거점지역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방은행끼리 경쟁하기 보다는 합병을 통해 건전성과 자본력을 갖춘 금융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배경이다.

은행 관계자는 "일본 역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지방의 붕괴가 사회문제이자 지방은행의 고민거리였다"며 "제로금리 지속과 함께 일부 지방은행에서 부정대출과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일부 지방은행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본 당국 및 금융경제연구기관에서 나온 바 있다"며 "통합을 통해 은행업의 경쟁력을 살리는 방향이 거점지역의 자금공급 역할에 더욱 충실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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