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은행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방은행들은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에 소재한 공공기관과의 거래 활성화, 특별법 제정을 통한 육성 방안 등을 건의했다.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이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악화되는 등 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특별법 제정 등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10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선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의사항에 대해 논의했다고 1일 밝혔다.
지역재투자 평가 개선 '긍정적'
지방은행들은 지역재투자 평가와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재투자 평가결과는 공시 후 경영실태평가와 지자체·지방교육청 금고선정 평가에 활용한다.
현재는 소수의 영업점으로 특정 지역에 진출한 경우에도 해당 지역에 대한 평가를 받고, 결과가 최종 평가등급에 영향을 미친다. 소수 영업점이 진출한 곳은 지역재투자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이에 지방은행은 영업점이 1개 이하인 지역은 평가에서 제외하고 영업점 수에 따른 가중치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합리적인 주장인 만큼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예대금리차 공시제도에서 지방은행은 제외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자금조달 경쟁력이 부족하고, 중소기업대출 중심의 대출을 취급해 시중은행에 비해 대출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위는 이미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고, 오는 7월부터 은행별 특수성 설명을 위한 '설명 페이지'를 활용하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방은행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혁신금융과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 등 주요 정책이 대형 금융기관 중심이라는 점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플랫폼이나 디지털 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이라 향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는 까닭이다.
지방은행은 지역 점포망에서 다양한 카드사 상품을 판매하는 등 지역 점포망을 활용한 혁신금융서비스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역시 새로운 혁신금융 서비스 모델 발굴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특별법 제정 요청한 지방은행, 당국은 '글쎄'
지방은행들은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지방은행과의 거래가 미미하고, 시중은행의 지방 금고 사업 진출이 본인들에게 불리하다는 점도 피력했다. 이로 인해 과도한 출혈 경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방은행은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이 지방은행과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 평가시 지방은행 예금 예치 비중과 지역기업(지방은행) 협력사업 실적 반영, 지방 금고 선정시 지역민 편의성과 지역 환원 기여 실적 감안 등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의 금융거래는 소관이 아닌 부분도 있어 건의사항을 관계부처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방은행은 '지방은행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처음으로 요구했다. 지자체 금고은행 지방은행 법제화 혹은 우선권 부여, 지방은행 법인세율 인하와 지역민 예금 비과세 등 지방은행에 차별화된 인센티브를 부여해 경쟁력을 높이고 역할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다만 금융위는 특별법 제정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부정적 기류를 내비쳤다.
한편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은행 경쟁 촉진을 위해선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외 기존 사업자 경쟁력 제고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방은행이 규모나 범위에서 시중은행에 비해 열위에 있지만 지역 네트워크를 이용한 관계형 금융 등 강점을 발전시키고 차별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며 "기존 시중은행의 금융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상품 개발이나 금융과 비금융 융합을 통한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 등에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