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위주로 핵심 영업망을 재편하고 있는 카카오뱅크가 올해 3분기에도 견조한 이익 성장세를 이어나가는데 성공했다. 특히 기업대출은 물론 주택담보대출이 빠진 소매금융만으로도 지방은행에 버금가는 순이익을 내면서 플랫폼의 저력을 과시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3분기 52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3일 밝혔다. 올해 3분기까지 벌어들인 누적 순익은 1679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담대 없는 소매금융만으로 눈부신 실적
카카오뱅크가 올해 3분기 벌어들인 순익 520억원은 JB금융지주의 양날개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전북은행은 올해 3분기 420억원, 광주은행은 596억원의 순익을 각각 올린 바 있다.
주목할 점은 카카오뱅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소매금융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3분기까지 카카오뱅크의 여신 잔액은 25조38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모두 가계대출 수요였다는 얘기다.
통상 은행들의 여신 포트폴리오에서 가계와 기업대출 비중이 50대 50가량으로 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실적이다. 언젠가 기업금융으로 포트롤리오를 확대한다면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가계대출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 없이 이러한 성과를 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통상 은행들의 가계여신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에 가깝다. 건당 대출액이 높을 뿐만 아니라 만기 역시 길어 은행 여신의 알짜로 꼽히는데 카카오뱅크는 차와 포를 떼고도 큰 성과를 냈다.
카카오뱅크는 내년에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어서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고객층 넓어지는 카뱅
카카오뱅크가 주택담보대출 없는 소매금융만으로 뛰어난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폭넓은 고객층에 있다. 카카오뱅크는 1740만 명의 고객을 끌어모았고, 월간 활성화 사용자 수(MAU)도 1470만 명에 달해 은행 뱅킹앱 중 1위를 수성 중이다.
다시 말해 전체 경제인구의 60%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고, 이 고객 중 80% 이상이 꾸준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2040세대에 고객층이 집중된 핸디캡도 해소하고 있다. 올해 카카오뱅크의 신규 유입 고객 중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로 집계됐다.
게다가 향후 충성고객으로 나아갈 10대 고객들 역시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만 14세부터 만 18세까지만 사용이 가능한 카카오뱅크mini는 올해 9월 말까지 100만 명의 고객이 가입했다. 이들에겐 금융혜택만 제공하고 있어 사실상 적자 서비스나 다름없지만, 미래 충성고객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확실한 잠재 경쟁력으로 꼽힌다.
카뱅의 미래 중·저신용자 대출
카카오뱅크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신용자 대출은 줄이면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연체율 상승, 고정이하여신 증가는 아직까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때문에 카카오뱅크는 연체율을 낮추기 위한 선제적인 준비 과정인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미래를 책임질 또하나의 분야는 다른 금융사와의 제휴다. 통상 금융지주 계열 은행들은 같은 금융지주내 비은행 계열사와 시너지를 통해 비이자이익 등을 끌어올리지만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 외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기반이 없다.
대신 다른 금융사와 제휴해 비이자이익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증권사 주식계좌개설, 신용카드 모집 대행, 연계대출,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렇게 벌어들인 순익만 전체 영업수익의 10.5%에 달한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정체성으로 내세운 금융플랫폼으로의 진화와 맥을 함께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상장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는 금융플랫폼이며 기존 은행과 다르다"라는 사실을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