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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시대 열리나]①윤석열이 쏘아올린 공

  • 2022.03.30(수) 06:10

윤석열, 산은 부산 이전 공약에 지방은행 부활 필요성 언급
산은 부산 이전 명분 있지만…노사 모두 강력 반발
지자체 지방은행 설립 움직임…투자자 모집이 관건

금융권의 서울 집중화를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부터 시작해 사라진 일부 지방은행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동시에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의 탈 서울집중화가 가지고 올 장단점이 명확하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한 장단점을 세세하게 짚어본다.[편집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금융권에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은행의 서울 집중화를 끝내겠다는 것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건 데 이어 대선 이전 과거 사라졌던 지방은행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다.

금융권에서는 이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다. 우리나라의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국책은행의 지방이전, 지방은행의 신규 설립 등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과 우리나라 전체의 금융경쟁력을 후퇴시키게 될 것이란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윤석열이 끊은 산업은행 '부산행' 티켓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내걸었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에 착수한 모양새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배경은 다음과 같다. 정부는 지난 2007년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했다. 이에 공공금융기관 혹은 이같은 성격이 강한 한국거래소,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등 공공기관 들이 부산으로 거점을 옮겼다.

하지만 금융의 핵심역할을 하면서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책은행은 단 한곳도 부산으로 이전하지 않았다. 당초 목표였던 금융중심지라는 위상을 살리기 위해서는 국책은행 이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기업구조조정이라는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한다. 이같은 역할을 따져봤을때 제조업체와 수출기업이 많이 몰려있는 부산으로 내려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산업은행의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것이다.

나아가 부산이전을 통해 유관 금융회사 혹은 기업들이 산업은행과의 커뮤니케이션 및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 부산에 거점을 확대하면 부산 경제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지역 균형발전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공약을 내건 이유인 셈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측은 사측과 노측이 모두 이를 반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서울에 있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산업은행은 한국 경제에서의 의사 역할을 한다"며 "이러한 기반은 정부의 세금이 아닌 금융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정책금융 지원을 위한 재원을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에서 벌어 충당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 은행, 보험회사, 글로벌 투자회사 등 각종 금융기관들이 집적해 있는 서울"이라며 "서울을 벗어나면 네트워크 손실, 인적자원 약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서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라며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대해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처럼 찬반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공은 국회에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현재 산업은행 설립의 근거가 되는 한국산업은행법에는 산업은행의 본점을 서울특별시로 둔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즉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관건은 현재 국회에서 172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의 합의 여부다. 관련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의 동의없이는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충청·강원 "우리도 은행 만들겠다" 선언

국책은행 뿐만 아니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해당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시중은행을 설립하겠다고 공표하고 나섰다. 현재 충청도는 은행 설립을 위한 추진단을 발족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에 돌입했고, 강원도 역시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움직임도 사실상 윤석열 당선인이 불을 지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전 한 토론회에 참석해 "IMF로 퇴출됐던 지방은행들을 되살리는 것 역시 검토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도와 강원도가 이처럼 해당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지방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지역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에서다. 지역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지역내에서 부가가치가 생산되고 소비되어야 하는데 이 핵심역할을 하는 거점은행이 없다보니 지역경제 활성화가 더디다는 입장이다.

일단 지자체들이 선언은 했지만 갈길은 험난하다.

지방은행 설립과 관련된 법안에 의해 지방은행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금 250억원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이중 15%만 출자할 수 있다. 다시말해 200억원 이상을 출자해줄 투자자를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통상 이러한 투자자 역할은 해당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기업들이 주로 맡는다. 일례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BNK금융지주의 경우 부산이 거점이나 다름없는 롯데그룹(부산롯데호텔외 특수관계인)이 11.14%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을 자회사로 둔 JB금융지주 역시 전라도 지역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쳤던 삼양사와 삼양사의 특수관계회사가 지분 14.6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일단 충청도의 경우 세종시가 자리를 잡은데다가 한화그룹이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출자자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강원도의 경우 지역을 대표하면서 거액을 내어줄 정도의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게다가 설립을 위한 자본금이 250억원이라고는 하지만 이로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사실상 어렵다. 일례로 같은 자본금이 필요한 인터넷전문은행 중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설립 6개월 내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금을 8000억원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대주주가 BC카드로 바뀌고 대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영업을 펼치지 못한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오프라인 점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조원의 자본금이 없으면 제대로 된 영업을 펼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방은행을 새로이 설립하면 오프라인 점포, 새로운 온라인 망 구축 등 인프라 구축에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더 많은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250억원의 자본금으로는 부족할 것이 자명하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 관계자는 "일단 자본금을 출자할 수 있는 투자자유치가 가장 큰 관건인데 설립 자본금 250억원의 못해도 10배 이상은 모아야 영업을 시작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은행은 해당 법상 은산분리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최대한한 다수의 투자자를 모아야 하는데 지방이라는 특성상 이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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