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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②차보험료 인하, 안심 못하는 이유

  • 2022.10.04(화) 06:08

균형 맞춘다지만…사실상 깜깜이식 차 보험료 조정
업계 "차보험료 너무 비싸면 다른 보험사로 옮기면 돼"

다시 김씨와 강씨 얘기로 넘어가 볼게요. 우선 김씨는 사고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보험료가 올랐다고 했죠? 왜 그런 걸까요. 많은 보험가입자들이 궁금해하는 점입니다.

남일이 아니에요. 지난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외제차 침수 피해가 많아지면서 보험사가 내줘야 할 보험금이 커진 만큼 다른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덩달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거든요.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단행돼도 내 차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거죠.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①내 자동차보험료 이렇게 결정됩니다(10월 3일)

내 자동차는 사고를 낸 적도 없고, 보험금을 탄 일도 없는데 왜 억울하게 보험료를 더 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걸까요. 보험이라는 상품의 가장 근본적인 성격을 이해하셔야 해요. 과거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의 "보험은 우연한 사고에 함께 서로 도와 대응하고자 하는 상부상조 정신에 기초하고 있다"는 말이 힌트입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보험은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 경제적 손실에 대비해 여러 사람이 돈을 모은 후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다수의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 계산을 통해 산출한 보험료로 재원을 마련하고 구성원 중 일부가 손해를 입는 경우 보상해주는 거죠. 사회부조적 성격이 있는 금융상품이라는 의미입니다.

자동차보험도 우연한 사고에 따른 경제적 불안정을 제거하기 위해 같은 위험을 가진 다수의 경제주체들이 결합해 공동 준비하는 상품이라는 겁니다. 

내 차보험료 인상? '상대도 조정' 탓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해도 자동차사고를 내지 않고도 보험료가 오른 게 이해가 잘 안되시죠. 억울한 마음이 여전하실 거예요. 사실 보험사들은 자체 위험도에 따라 일부 가입자들의 보험요율을 조정하고 있어요.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상대도 조정이라고 하는데요.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라 보험사가 경험통계 등을 기준으로 요율 상대도 요소를 선정한 뒤 위험집단을 구분해 요율을 달리 적용하는 걸 말합니다. 

상대도 조정으로 보험사가 건드리는 건 통상 나이, 차종, 배기량 등이라고 해요. 기본보험료에 포함되는 요소죠. 사고 위험이 높은 나이, 차종, 배기량 등에 해당하면 보험료를 올리고 반대면 내려주는 건데요.

가령 A손보사가 60대 남성, 영업용, 2000cc 차량을 위험군으로 분류하면 여기에 해당하는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사고를 내지 않았더라도 보험을 갱신할 때 보험료가 같이 오르는 식입니다. 내년에 보험료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저 구간에 해당하는 보험료 할증폭이 높으면 보험가입자가 최종적으로 내야하는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입니다. 

일부 보험사는 자동차보험료를 산정한 후 할인특약 요율을 다시 적용해 보험료를 재조정하기도 하는데요. 여기도 상대도 조정이 들어갑니다. 최근 안전운전 할인특약 등 자동차보험 할인율을 늘린 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들이 할인특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할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예컨대 안전운전 할인특약을 적용받는 우량 고객은 보험료를 깎아주는 대신 특약에 해당되지 않는 보험가입자나 고위험 가입자의 보험료는 올리는 방식입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지난해와 올해 '일시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보험료를 무조건 줄이거나 할인율만 계속 늘리는 건 부담스럽다는 게 보험업계의 입장이거든요. ▷관련기사 : 금융당국 "차보험료 인하 유도"…업계 "누적적자 6.3조" 반발(9월 5일)

다시 설명해 볼게요. 보험사가 올해 10명의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가 총 100만원이라고 칩시다. 그리고 내년 자동차보험료를 1.2%포인트 인하해 준다고 하면 총 98만8000원의 보험료가 걷히겠죠? 그러면 10명의 고객에게 똑같이 9만8800원씩 보험료를 받지 않는다는 거예요.

보험료 중에서도 할증·할인 구간을 만들고 할인특약 등을 적용하는 상대도 조정을 통해 어떤 사람에게는 8만8800원만 받을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11만8800원을 받아 전체적으로 98만8000원을 맞춘다는 겁니다. 김씨의 보험료가 늘어나고, 반대로 강씨의 보험료가 줄어든 이유입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기존 마일리지·블랙박스 할인특약 출시 때에도 이런 식의 보험료 조정이 이뤄졌다"면서 "시장원리에 따라 가입자 위험률에 맞춰 보험료가 다르게 결정되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런 할인특약으로 이뤄지는 보험료 할증은 개인당 몇백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입니다. 할인특약에 해당하는 가입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다른 보험가입자들에게 전가되는 보험료 인상 폭이 미미한 수준에서 그친다는 입장입니다.

오프 밸런스의 함정?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개개인 액수 차등을 두더라도 들어오는 보험료 총량은 일치해야 한다는 게 요율 조정의 원칙"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설명하면 구간별 손해율을 감안해서 요율을 늘리고 줄이는 걸 상대도 조정이라고 하고요.

그 결과 개개인의 보험료의 상승 또는 하락을 조정해 차등화 하는 걸 오프 밸런스라고 한답니다. 언뜻 보면 상대도 조정과 오프 밸런스가 합리적으로 보이긴 합니다. 우량 고객의 보험료는 줄여주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고객의 보험료는 올려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문제점도 있습니다. 상대도 조정 기준이 각사별로 천차만별인 데다 대외비여서 일반 가입자는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차종, 배기량 등 요율 조정 항목이 수백개의 달하고 여기에 특약이나 보험가입 금액까지 구분 짓게 되면 변수가 더 많아지죠.

보험사들은 사실상 깜깜이식이라는 점을 이용해 사고 위험이 높은 소위 '불량 물건'은 보험료를 크게 높여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도록 유도할 수 있고요.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의 보험사가 상대도 조정이나 오프 밸런스 전 보험개발원 등 외부 검증을 거치고 있다"면서도 "지나치게 불합리하게 산정됐다는 생각이 들면 자동차보험료를 온라인으로 조회해보고 더 싼 곳으로 옮기는 방법밖에 없다"고 합니다.

보험사가 자동차보험 요율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일반 가입자는 자세한 이유도 모른 채 순응하던지 아니면 다른 보험사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말로 들리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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