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위험 부담을 금융권이 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가 가장 핵심적인 고민거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9일 "개별 은행이 대출 금리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는 룸(여지)이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경쟁 진작 차원을 넘어 인위적인 대출 금리 인하를 재차 압박한 것이다. 이런 금융당국의 태세가 한국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 발현을 저해한다는 지적에도 "그렇게 볼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상생 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 간담회' 이후 대출금리 인하 권고와 통화정책이 충돌한다는 요지의 질문에 "최근 통화량 추이나 잔액 기준 이자율 변동 추이 등을 보면 통화정책이 발현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긴축적 통화정책 가운데서도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는 "일각에서 당국의 방향이 통화 정책을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복잡한 경제학적 논리를 떠나 이곳에 온 소비자들이 고통을 받고있는 것 자체가 통화정책 효과의 발현으로 볼 수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 원장은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최근 단기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해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는 등 전체적으로 시장 상황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있다"면서도 "시장의 자율적인 원리에 맡겨 놓겠다는 기본적인 입장이 있지만, 오늘 KB국민은행이 발표한 것처럼 개별 은행들은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는 룸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신용대출 등 개인 대상 여신상품의 금리를 내리기로 했다. 신용대출은 신규 및 기한연장 시 최대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한다. 전세대출 금리는 0.3%포인트, 주택담보대출은 0.3%포인트 금리를 내려 적용키로 했다. 아울러 제2금융권 대출 전환 상품인 'KB국민희망대출'도 이달 중 5000억원 규모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국민은행의 상생 금융 확대 방안 추진을 격려하고, 소상공인, 가계대출 차주 등 금융소비자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국민은행장, 소상공인, 개인 대출자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일반 직장인 등 금융 소비자들은 전세대출 및 신용대출 한도 현실화, 제조업에 비해 외식업 및 유통업에 은행권 대출 한도가 낮은 점, 대기업 대비 빈약한 중소기업 지원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이에 이 원장은 "고금리로 국민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도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은행이 시장 상황에 따른 이자 이익 확대로 손쉽게 이익을 거두면서도 고객과의 상생 노력은 충분히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은행의 지원방안 발표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며 "은행의 (상생) 노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형태로, 실효적인 경쟁이 될 수 있도록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