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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에 상생금융 확대…이복현 효과일까 관치일까

  • 2023.04.13(목) 06:13

이복현 "금리인하 체감" 강조…금감원 "상생금융 확대돼"
대출차주 이자 3300억 경감 효과…관치 지적도 여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을 향한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복현 원장이 가는 곳(은행)마다 금리를 낮추고 상생금융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선 올들어 시장금리 하락으로 대출금리 인하 여력이 생겼던데다 금융당국 압박으로 인하 폭을 확대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지난해부터 나왔던 '관치 금융' 비판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복현도 금감원도 '자화자찬'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30일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 2호점 개소식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상반기가 지나기 전 국민들이 은행권 노력과 최근 단기자금시장 안정으로 인한 금리 하락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말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단기자금시장 불안이 올들어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했고, 여기에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금리 압박으로 시중은행들은 금리 인하 폭을 키웠다. ▷관련기사: [갈팡질팡 금리]치솟던 은행 금리, 떨어지는 이유(2월1일)

이는 이복현 원장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취임 후 은행권을 향해 '지나친 이자장사'를 비판했던 이 원장은 올 들어선 직접 시중은행들을 방문하며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의 본점을 찾아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2월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3월에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찾았다. 대구은행은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지역방문과 DGB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선진화가 방문 이유였다.

이외에도 부산은행(지역사회-지방은행의 따뜻한 동행)과 우리은행(시니어플러스 2호점 개소식·전통시장 소상공인 지원 현장)도 이복현 원장 발길이 닿았다.

주요 은행 상생금융 지원 내용/그래픽=비즈워치

이때마다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를 포함한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이복현 원장이 이자장사뿐 아니라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상생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던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관련기사: 이복현, 은행권 또 질타…"수익 대비 상생 노력 부족"(2월23일)

이같은 은행들의 상생금융 지원 확대를 통해 6개 은행 기준 연간 차주 170만명, 약 3300억원 수준의 아자 감면 효과가 예상된다는 게 금감원 분석이다. 이복현 원장의 현장 행보가 결과적으로 금융 소비자들의 이자 감면으로 이어진 셈이다.

당국 압박 지속되는데…

금감원은 지금의 금리 수준에 만족하지 않은 상황이다. 금감원이 제시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대출 베타'(Loan Beta)는 69.5%로 미국 주요은행(42.6%)보다 높았다. 대출 베타는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국내 전체 은행의 지난해 금리 상승기 대출 베타(신규취급액 기준)는 118.2%로 과거 3차례 기준금리 상승기(2005년 10월~2008년 8월, 2010년 7월~2011년 6월, 2017년 11월~2018년 11월) 평균(54.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레고랜드 사태 등 자금시장 공급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상승한 영향이라는 게 금감원 분석이다. 이를 감안해도 미국을 비롯해 과거보다 국내 은행들의 대출금리 상승폭이 컸던 만큼 더 낮출 여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경영평가 개편을 통해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 비중을 늘려 상생금융 등 은행권 자발적 노력 확산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은행권에선 최근의 상황이 고착화 될 경우 자율적인 금리 운용 폭 등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긴 했지만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위축 우려가 크긴 하지만 산유국들의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전기·가스요금 인상 압박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도 크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준금리에 비해 더 급격히 대출금리를 올려 이익을 거둔 만큼 상생금융을 통해 환원하고 금리도 더 낮추라는 것이 당국 입장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당국 요청을 은행들이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최근 행보가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당국에서 어떤 목적을 갖고 움직인다면 은행들은 이를 수용할지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상생금융 지원이 당국에 의해 이뤄지는 모습 자체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라며 "당국에 보여주기 위한 내용이 포함되면서 취약차주 집중 지원 방안 등을 담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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