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사상 처음으로 7회 연속 인상으로 1년 동안 2.25%포인트 급등했다.
이 영향으로 시장금리 역시 가파르게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지난해 7%를 웃돌기도 했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금리 흐름이 묘하게 바뀌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들의 여·수신 금리는 떨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선 최근 채권시장 안정 등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떨어진 게 금리를 낮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 수장들의 연이은 금리 압박 발언이 시장 금리에 영향을 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레고랜드 후폭풍 벗어났나
지난해 국내 금융시장은 가파른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레고랜드 사태로 휘청였다. 특히 단기자금시장과 회사채 시장 불안이 확산하면서 채권 금리도 빠르게 올랐다.
은행들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금융당국이 자금조달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들에게 금융채 발행 자제를 요청한 까닭이다. 자금조달 수단의 한 축을 잃은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인상해 자금을 조달했고, 이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관련기사: 레고랜드 후폭풍…서민·영끌족도 영향권(22년 11월13일)
이에 금융당국은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와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16조원), 증권사 유동성 지원(3조원)과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자 보증(10조원) 등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 영향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채권시장 금리 지표인 국고채 3년 금리는 지난해 10월 한 때 4.5%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는 3.3%까지 떨어졌다. 회사채(AA‐, 무보증3년) 금리도 5.74% 수준에서 같은 날 기준 4.31%로 낮아졌다.
은행들의 금융채 발행도 재개되면서 자금조달에도 숨통의 틔었다. 금융채 금리 역시 안정화되는 추세다. 금융채(은행채, AAA) 발행 금리는 지난달 9일 4.04% 수준에서 30일에는 3.68%까지 떨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다"라며 "정부 안정화 조치 등으로 자금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 금리도 낮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대 실적에…금융당국 입김도
은행 금리 하락에는 시장 안정 효과도 있지만 금융당국 입김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권에 '과도한 이자장사' 비판을 시작으로 금리부담이 커질 때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금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서다.
지난해의 경우 예대금리차 공시 등을 통해 은행들에게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수신금리 인상을 압박했다. 이후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채 발행이 막힌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려 자금을 조달하자 자금 쏠림을 우려해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의 금리 개입은 물론 일관성이 없다는 금융권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올들어서도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임원 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 금리 수준에 비춰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지 않도록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모니터링 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금융사 CEO들과 간담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관련기사: [기자수첩]금융당국의 금리 '청기백기'(1월20일)
특히 전년도에 이어 지난해에도 은행들이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를 통해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들 입장도 난처한 상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지난해 순이익 전망치는 16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3%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최근 금리 인하 움직임과 관련해 시장금리 하락이 주원인이지만 금융당국 압박도 인하 폭에 영향을 줬다고 평가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에 시장금리 영향이 70% 정도라면 금융당국 입김도 30%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시장금리 인하 폭보다 대출금리를 더 크게 낮춘 것은 금융당국 눈치를 본 결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