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은행들이 '돈 잔치' 비판에 다시 대출금리를 인하한다. 이자수익 확대와 성과급 논란이 확대되면서 은행권이 사회공헌 대책을 내놨지만, 금융당국에서 "본질에 어긋난 지원"이라고 비판하자 '금리 인하'로 급하게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다시 한번 대출금리 인하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신잔액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 상품에 우대금리 0.45%포인트,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금리 상품에 우대금리 0.20%포인트를 일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우대금리 적용에 따라 신잔액코픽스 6개월 변동금리는 연 5.91∼6.71%에서 5.46∼6.26%로, 5년 변동금리는 연 5.24∼6.24%에서 5.04∼6.24%로 낮아졌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인하한다. 주담대는 신잔액 코픽스(COFIX) 기준 최대 0.35%포인트, 전세대출은 신잔액 코픽스 기준으로 최대 0.55%포인트 낮춘다.
세부 상품별로는 KB주택담보대출 금리(신잔액코픽스 기준)가 최대 0.35%포인트, KB주택전세자금대출·KB전세금안심대출·KB플러스전세자금대출의 금리는 최대 0.55%포인트 인하된다.
이날 현재 KB국민은행의 신잔액 코픽스 6개월 기준 변동금리 주담대는 연 4.96~6.36%, 전세대출(KB전세금안심대출) 금리는 연 4.63~6.03% 수준이다. 이날 금리에 대출금리 인하분을 적용하면 신잔액 코픽스 6개월 변동형 주담대는 4.66~6.06%로 금리가 낮아진다. 아울러 KB전세금안심대출 금리는 4.13~5.53%로 내려간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말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75%포인트 낮춘데 이어 올해 1월에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의 금리를 각 최대 1.05%포인트, 1.30%포인트 인하했다"며 "금융소비자가 금리부담 완화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3개월 연속으로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 시중은행중 예대금리차가 가장 낮았다"며 "추가로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한은행의 올해 1월 예대금리차는 1.33%포인트로 시중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낮았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 관계자 역시 "내부에서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이러한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당장 이날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금리를 최대 0.70%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는 모두 4%대(연 4.286%·4.547%)로 내려왔다.
"본질에 어긋난 대책" 질책에 금리인하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금리인하 경쟁에 나선 것은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돈 잔치' 질타로 인해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최근 성과급·퇴직금 규모를 두고 '돈 잔치' 논란이 불거지자 은행권에서는 향후 3년간 10조원 이상의 지원 효과를 낼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저소득·저신용자 등 대상으로 3조원, 경제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중소기업에 3조원을, 서민금융에 약 4조원의 지원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은행들의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문제의 본질에서 어긋난 대책"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3년 후에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가 있는 것인데 당국이 은행의 과점적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번번이 그런 방식(사회공헌책)으로 답변이 있다"며 "왜 여전히 국민들은 (그것에 대해) 신뢰를 못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이러한 지적에 금리인하와 더불어 신규 채용 규모 확대도 약속했다. 지난 20일 금융권은 올해 상반기 모두 4700여명이 넘는 대규모 채용계획을 내놨다. 특히 은행권에서만 1년 전보다 742명 늘어난 2288명 채용이 진행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적 환경에서 금융소비자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대출 금리는 지금보다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