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임기가 만료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교체되고 있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금융지주들의 최고경영자(CEO) 임기나 연임 등에 대해 "경영 능력만 있으면 3연임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금융지주 회장들이 지주 사외이사 선임 등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내비쳤다. 일부 지주에서 내부 후보 육성을 위해 운영 중인 부회장직 등이 외부 후보와의 경쟁을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재차 언급했다.
"CEO 경영 능력 있으면 3연임 문제 없는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단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경영 능력과 비전이 입증된 경영진이라면 연임이 아니라 3연임이라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며 "거꾸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고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원장은 "일부 금융지주 등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회장이 사실상 모든 자회사 임원들을 선임하고 경쟁이 될 수 있는 후보군들을 제거한다든가 하는 오해 또는 걱정이 있었던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장이 사외이사 구성에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해 사실상 한 번 선임이 되면 상당히 오랜 기간 견제받지 않는다는 시각들이 사회에 존재했고 저희도 일부 같은 걱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발표를 했다"고 강조했다.
또 "앞서 설명한 모범 관행이나 지배구조법 개정안 등에 있는 원칙들이 작동하게 되면 그런 우려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면서 연임 자체에 대한 논란도 조금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회장직, 외부 후보와 경쟁 차단 부작용"
이 원장은 이날 일부 금융지주들이 내부 후보를 육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부회장직이 폐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여러 금융지주들이 부회장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데 과거 특정 회장이 사실상 셀프 연임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진일보한 제도인 것은 맞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부회장 제도가 내부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신입 발탁 등 외부와의 경쟁을 차단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의 우려를 전달했고, 그 부분에 대해 지주 이사회 이사들께서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DGB금융 회장 선임에 '들러리' 안돼…모범규율 반영 기대"
최근 진행 중인 DGB금융 선임에 이번 지배구조 모범규율이 반영될지에 대해서는 "하루이틀만에 이 정신을 구현하기는 어렵다"며 "사외이사 추천 제도 등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려면 몇 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다만 이 원장은 "현 회장이라든가 행장 등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람들의 들러리를 서는 형태로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것들은 말씀드린 예에 비추어 적절치 않다는 것을 DGB 측에서도 다 이해를 하고 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범규율의 정신을 일단 절차에 반영을 해 주시라는 부탁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 아마 그렇게 반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배구조 모범규율이 강제성이 없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는 각 금융지주들이 로드맵을 작성하면 당국이 이를 점검하는 등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것을 모범 규준의 형태로 할지 조금 더 강제성 있는 규정으로 할지 다양한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각 사와 금융지주의 사정에 맞게 (로드맵을) 마련할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경영계획이 작성되고 내년 이사회 주총이 진행되면 로드맵 작성을 요청하고 그 요청된 로드맵에 따라 강도나 속도 등을 서로 소통하면서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